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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의 심리학 -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놀라운 여행
리타 카터 지음, 김명남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일상생활에서 간혹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를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운전할 때가 그렇다. 운전을 하다 보면 평소 내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럴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많이 당황스러워진다. 나는 우선 불평, 불만이 많아진다.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좁쌀영감이 되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 급할 이유도 없는데 규정 속도를 지키며 가는 차를 보면 답답해서 짜증이 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내가 매일 괴팍하게 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날에는 출발해서 도착할 때 까지 클락션을 눌러대고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며 곡예운전을 하는 험악한 운전자이지만, 또 어떤 날에는 양보도 잘하고 규정 속도도 잘 지키면서 운행하는 모범 운전자가 된다.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은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을 때는 험악하게 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지,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성격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책 < 다중 인격의 심리학>에서 저자는 다중 인격, 즉 다양성은 단일성보다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중성은 적응하려는 반응(p177)이며 마음의 다중성은 이상한 변칙적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런 상태(p17)라고 말하면서, 어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혹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 있던 인격이 앞으로 나오기도 했다가 앞으로 나왔던 인격이 다시 뒤로 물러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 다양한 인격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여러 인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다중인격의 비밀이라는 타이틀로 다중성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2부는 다중인격사용법이라는 타이틀로 여러 사례와 다양한 기술을 소개하면서 내 안의 여러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방법, 그 자아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통상적인 독서 방식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2부를 먼저 읽은 뒤에 1부로 돌아와도 좋다(p17)로 말한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이 책의 시작은 2부에서부터 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유는 실용적인 내용이 담긴 2부가 이론을 담고 있는 1부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2부를 읽은 후 1부를 읽었을 때 어렵다는 느낌이 덜하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해서이다.
나는 지금까지 다중인격자라고 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다중인격을 접할 수 있었던 소설이나 영화 등의 작품에서 그려지는 다중인격자는 이상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옮긴이가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서도 다중인격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듯 나 역시 그랬었기에, 이 책의 유용성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평소 자신이 일관성이 없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이 그 의문점을 해결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