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다이어리 - 나를 변화시키는 1%의 비밀
샌디 그레이슨 지음, 안기순 옮김 / 꽃삽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께서 주시는 성탄절 선물은 언제나 일기장이었다.  예쁜 그림과 좋은 시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글귀가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으며 크기는 손바닥보다 약간 크고 두께는 일 년 동안 쓸 수 있는 도톰한 일기장이었다.  어린 여자 아이가 갖고 싶은 예쁜 물건들도 많았을 텐데 고작 일기장이라서 싫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매년 같은 선물이라서 지겹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매년 받는 그 일기장이 이상하게도 생전 처음 받는 선물처럼 좋았었다.  빈 공간은 무엇으로 채울까, 라는 생각에 들떠 어서 새해가 밝았으면 좋겠다고 고대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일기 쓰기를 멈추었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그 날 일어난 일을 간단한 메모 형식으로만 기록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가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 혹은 일기장을 잃어버리기라도 했을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 설령 다른 사람이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 내 일기를 보는 상황이 두려워서 더욱 더 일기에 내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지 못했다.  그리고 나를 슬프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드는 그것들을 일기에 쏟아내어 정면으로 마주치는 게 무서웠다.  

 

나는 고민꺼리가 있을 때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고민하여 마음의 무게를 가볍게 하지를 못한다.  나는 언제나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가끔은 해결되지 않는 상황도 일어나는데 처음 보다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은 찜찜한 상태 그대로 이다.  

 

이 책 [힐링 다이어리]의 저자는 내가 느끼는 답답하고 불안한 감정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일기 쓰기라고 말한다.  저자 또한 스물한 살 때부터 시작하여 15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써온 일기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러했듯이 많은 사람들도 일기를 통해 삶을 치유하고 나아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기 쓰기를 어떻게 시작하여야 하는지 부터 알려준다.  또한 내가 걱정했던 바와 같은 일기장으로 인해 발생할 여러 가지 고민들의 해결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 있고 대담하게, 용기 있게 일기를 쓰라고 말한다.  

 


도저히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얘기를 써라. (...)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모두 쏟아낼 때까지 쉬지 말고 써라. (...)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꺼내 종이 위에 쏟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 (p61)

 

저자는 일기 쓰기 훈련을 통해 감정을 투명하게 만들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게 되리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일기와 저널루션 참석자들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를 포함한 그들이 일기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러한 실제 사례와 저자의 설명이 어우러져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일기뿐만 아니라 글쓰기가 진정한 자아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 당장 일기가 쓰고 싶다는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일기를 스트레스를 먹는 스펀지다. (...) 일기는 폭풍우의 중심에 자리한 잔잔한 오아시스다. (...)  마음을 안정시키려면 채찍처럼 날카롭게 부는 바람과 맹렬한 빗줄기를 일기 속에 버려야 할지 모른다. (p120-122)

생활하면서 느끼는 재미 중의 하나는 최근에 쓴 일기 몇 편을 뒤적이면서 당시 일어났던 일을 마음속으로 되새겨 보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세세한 일을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지, 그토록 순식간에 잊어버릴 일을 갖고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놀랄 따름이다. (p26)

 

내 기분을 상하게 한 일, 내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게 만든 일, 내 존재가 미약하다고 생각하게 된 일 등 모든 스트레스들을 차곡차곡 일기에 쏟아내다 보면 언젠가 내 정신은 자유롭게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상황은 시간이 흐른 후에는 별 것 아닌 상황이 될 것을 알기에 현재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원하는바 또한 내게 온 이러한 변화가 아닐까.  일기가 진정한 나를 찾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리란 확신이 들었을 때, 일기가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을 때, 지금 나는 일기 쓰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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