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 신전의 그림자
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피라미드와 신전, 조상(彫像)의 형태를 띠고 있는 돌의 문명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상형문자 그리고 신화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고대 이집트 문명은 우리에게 물음표와 감탄사를 동시에 안겨준다.  거대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그들의 문명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탓에 이미 밝혀진 사실이나 베일에 쌓여있는 전설에 상상력을 가미시켜 영화 혹은 소설 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이 존재한다.  이 책, <토트 신전의 그림자> 역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한 이집트 문명 중 원래 알렉산드리아에 서 있었던 오벨리스크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 영국으로 실려와 템스 강변에 세워진 사실과 신화로 존재하는 토트 신(神) 그리고  살인과 배신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버무려 만든 추리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자는 어떠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사회적인 상식으로 통하던 시대, 19세기 말을 살아가는 고고학자 새라 킨케이드이다.  소설 속 그녀는 틀에 맞추어져 있는 당시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신여성으로 그려진다.  어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용감하게 앞길을 헤쳐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품고 있던 모든 의문을 밝혀낸다.
 
이 소설은 그녀의 꿈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여덟 살 생일이 되기 전까지 일들의 기억이 없다.  과거의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시간들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추측되는 영상들이  자신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가디너 킨케이드가 알렉산드리아에서 돌아가신 후부터 새라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때 그녀의 대부인 모티머 레이던 박사가 도움을 요청하러 킨케이드 영지에 방문한다.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자책에서 해방되기 위해 그리고 고고학자 특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라는 레이던 박사와 함께 런던으로 떠난다.  새라가 도착한 런던은 최근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살인마는 토트 신을 나타내는 상형문자를 벽에 그려놓는다.  그런데 살인사건의 배후 인물로 영국 왕위계승자이자 여왕의 손자인 클래런스 공작이 의심을 받는다.  새라는 살인의 배후에는 또 다른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짐작하면서 공작에게 쏠려있는 의심을 거두고 여자들을 잔인하게 살인한 살인마를 잡기 위해서 이집트로 떠난다.  이때부터 꼬리에 꼬리를 문 추적과 이집트 문명의 비밀 그리고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위험을 극복해 나가는 새라 일행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집트 문명을 동경하여 온 나는 이 소설의 제목만 확인한 후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책을 선택하고 읽기 시작하였다.  평소 미스테리물을 좋아하고 이집트 신화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그랬는지  550페이지나 되는 한 권의 책을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탐험일지를 보는 듯 날짜 순서대로 흘러가는 구성에서 나도 새라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들었고 중간 중간 일기 형식을 빌린 구성에서 나도 새라와 같은 감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주인공과 나와의 거리를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은 이 소설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 보다는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어디선가 본 듯한 상황 등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신화는 누가 어떻게 포장을 하던지 언제나 흥미롭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소재라 여기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예외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시간동안은 즐거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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