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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는 몸의 비밀 - 다이어트 호르몬 GLP-1을 깨우는 방법
아네테 삼스 지음, 강수헌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아네테 삼스의 살 빠지는 몸의 비밀은 매우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처음 제목만 가볍게 보았을 때는 여타 대중서처럼 식단 관리나 고강도의 운동법을 나열하는 책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우리 몸속 호르몬의 대사 체계와 식욕의 원리를 의학적 근거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저자가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에서 오랫동안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전문가라는 점은 책에 담긴 정보에 대한 신뢰를 한층 더 두텁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에서 인상을 남겼던 대목은 우리 몸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이었다. 저자는 식욕의 조절과 체중의 변화가 개인의 순수한 의지력 문제라기보다는, 몸속 호르몬 네트워크의 정교한 상호작용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체내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장기적으로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GLP1 호르몬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이전까지 나에게 배고픔이란 그저 억지로 꾹 참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인내의 대상이었지만, 사실은 내 몸이 대사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내는 정직한 생체 신호라는 점을 비로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책에서 현대인의 식탁을 지배하는 초가공식품의 유해성을 호르몬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도 매우 유익했다. 시중의 과자나 패스트푸드처럼 정제되고 빨리 소화되는 음식들은 장 속 깊은 곳에 위치한 L세포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한 채 상부 소화기관에서 흡수되어 버린다. 이로 인해 천연 GLP1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음식을 먹고도 금방 다시 허기를 느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채소나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가공되지 않은 식품들은 장내를 천천히 통과하며 L세포를 자극하고, 몸의 호르몬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활성화한다. 칼로리의 총량만 따질 것이 아니라, 내가 섭취한 음식이 몸속에서 어떤 대사 경로를 거쳐 작용하는지가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임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 책이 지닌 또 다른 미덕은 최근 대중적 열풍과 동시에 수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비만 치료제를 무조건 비난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위고비 같은 혁신적인 약물이 대사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가져다주는 임상적 유용성과 획기적인 효과를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고가의 약물에만 평생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몸이 본래 가지고 있던 고유한 천연 호르몬 분비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안전하고 건강한 대안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저자의 균형 잡힌 시각 덕분에 책 전체의 논조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매우 객관적이며 신뢰감 있게 다가왔다. 무조건 약을 맹신하라는 것도, 반대로 의학의 기술을 무조건 거부하라는 것도 아닌, 정확한 메커니즘을 인지한 상태에서 주체적인 선택을 하도록 돕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날씬한 몸을 만들기 위해 무조건 굶고, 힘들게 버텨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내 몸의 생리적 원리를 먼저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과 날씬한 대사 상태는 결코 단기간의 무리한 이벤트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쌓아가는 일상적인 습관의 총합이다.
살 빠지는 몸의 비밀은 단순히 눈앞의 체중 수치를 줄이는 기술을 알려주는 단편적인 서적이 아니라, 인간의 신비로운 대사 시스템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훌륭한 의학 교양서였다. 전문적인 의학적 개념들이 다수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난해하게 서술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몰입해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계기로 매일의 음식 선택과 생활 패턴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해 나갈 용기를 얻었으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시야를 한 단계 더 넓힐 수 있었던 뜻깊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