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
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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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역사와 경제라는 주제를 다루는 책이라 약간은 부담은 되었지만 책을 펼치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유럽 여행을 가면서 챙긴 책 중에 하나였는데, 유럽에 도착하기도 전에 35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다 읽어버리게 되어서 오히려 아쉬움이 남게 되었다.


책은 전쟁을 포연이 자욱한 전장이 아니라 수치와 장부가 오가는 회계실에서 바라본다. 우리는 보통 영웅과 전투를 기억하지만, 실제로 전쟁의 승패를 가른 건 돈의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군량미가 얼마나 남았는지, 국채를 누가 사주었는지, 세금을 얼마나 걷을 수 있었는지가 결국 전쟁의 방향을 바꿨다.


예를 들어 칭기즈 칸이 이끈 몽골 제국은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지만, 단순히 정복과 파괴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교역이 활발해지며 경제가 살아났다. 폭력적인 전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안전한 교역망이라는 경제적 질서를 만들어낸 셈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전쟁이 또 다른 연결을 낳은 사례였다.


또 한편으로는 신대륙에서 들어온 은이 스페인을 더 부유하게 만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과 전쟁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돈이 많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강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해적 이야기였다. 해골이 연상되는 해적 깃발의 의미부터 시작해서 무질서하고 거칠 것만 같았던 해적들도 약탈품을 나름 공정하게 분배하고, 부상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규칙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위험한 세계에서도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전쟁은 감정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뒤에는 늘 계산이 있고, 이해관계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계산이 언제나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중요하다. 서로 경제적으로 얽혀 있어도, 오판과 정치적 판단, 내부 권력 유지를 위한 선택이 전쟁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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