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1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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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인지도 모른채 나무 사이를 헤쳐 나가다 어느덧 정상에 다다르는 것처럼 아모스 오즈의 문장에 홀려 낱말 사이를 정신없이 헤집고 다니다보니 1권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읽은 내용에 대해 갈무리하지 않고 탐욕스럽게 읽기만 할 것 같아 2권을 같이 주문하지 않았는데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버지의 슬픔을 상상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책과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었다. 또한 그것들을 느끼고 뒤적이고 어루만지고냄새 맡는 것을 사랑했다. 그는 책에서 육체적인 즐거움을 취했다.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손을 뻗어 책들을 만져야만 했고, 심지어 다른사람들 책이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때의 책은 정말이지 지금의책보다 더 관능적이었다. 냄새를 맡고 어루만지고 애지중지하기에 좋았다. 향기롭고 약간 거친 가죽 표지의, 금장을 두른 책들도 있었는데,
그걸 만질 때면 소름이 돋는 것이, 마치 은밀하고 접근할 수 없는 무엇, 만지면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릴 듯한 무언가를 더듬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천으로 싸인 마분지로 제본된 책들도 있었는데, 멋들어지게 감각적인 향을 가진 풀로 접착되어 있었다. 모든 책이 비밀스럽고 자극적인 냄새를 가지고 있었다. 때때로 그 천은 음탕한 여자의 치마처럼 마분지에서 떨어져나왔는데, 옷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몸과 혼미하게 만드는 냄새 사이의 어둑한 공간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유혹을거부하기란 어려웠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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