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나눠 먹었다. 주말에는 침실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는 그 분위기의 맛이 있다. 늘어짐, 한가함, 규칙 어기기 등 주말만이 가진 한가함이랄까. 한가함이 계속 되다 보면 무기력이 찾아온다. 머리카락과 먼지, 샌드위치 부스러기 등이 부각되어 보인다. 벌떡 일어나 간단히 씻고 방청소를 한다. 언제부터인가 시끄러운 청소기보다는 정전기포로 스윽 밀고 물걸레로 가볍게 닦아내는 것이 좋다. 깨끗한 침실을 보니 뭔가 쓰고 싶어졌다. ‘몰입의 즐거움‘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경험의 질에 창조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누구와 하느냐 못지않게 어떤 여건에서 하느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제 방도 깨끗해졌으니 영감과 창조력의 샘이 퐁퐁 솟아올라야 할 텐데 말이다.
 
어떤 일에 몰입했다고 해서 좋은 삶, 가치있는 삶이란 할 수 있을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보다 풍요롭고 가치있다고 스스로 여기려면 몰입의 경험이 필요하다며 몰입의 조건 및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각 장마다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논리와 사례 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책을 덮고 나니 자아비판을 안 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 물론 많다. 운동, 악기, 독서, 그리기, 글쓰기, 서예 등 관심 분야가 많았고 집중하면 잘할 자신도 있다. 하지만 지구력의 절대 부족이다.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하지 못했다. 넘으려면 넘을 수도 있었던 고비들마다 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했다. 관심 분야는 많지만 모두 얕은 냇물처럼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무언가를 잘하고 즐긴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들이다. 
힘들면 피해가자는 나의 생활 태도는 나의 일에서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20년 가까이 하고 있는 일이니 눈감고도 하시겠네요? 라는 질문에 당당할 수가 없다. 나에게 있어 일은 경제 활동의 원동력,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니 스트레스, 대신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결할 것, 나만 열심히 하면 손해...이런 생각들의 지배하에 있지 않았나 싶다.(물론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안 그랬다!!) 안 할 수 없는 나의 일.. 좀더 즐겁게 몰입해서 할 수는 없을까?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지 않을까?
나의 취미 활동과 일이 즐겁지 않았던 이유를 책에서 찾자면 참 많다. 그 중 일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편견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겠다. 일에 대한 나의 감정 정리가 마무리되면 몰입하기 매뉴얼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즉각적인 피드백, 수준에 맞는 적당히 어렵고 해결 가능한 과제를 제시하라고 권하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아직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자기목적성이란 것을 키워보고 싶다.   




목표가 명확하고 활동 결과가 바로 나타나며 과제와 실력이균형을 이루면 사람은 정신을 체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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