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을 읽고 작가에게 반해서 읽게 되었다. 그 책과는 다르게 읽기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인물들의 기이한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함축적이고 철학적이다.
마녀가 들려주는 듯 이상한 이야기들이 가진 의미를 곱씹어 봐야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옆에 두고 아무곳이나 펼쳐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중성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완전한 것은 없다. 낮의 집과 밤의 집의 느낌이 다르듯이 인간 개개인도 완전하게 규정할 수 없다. 누가 진짜인지는 가려볼 필요는 없다. 둘 다 나니까.

거울 속에 비친 완전히 준비된 상태의 자신을 볼 때에야 비로소 그는 자신을 ‘그‘라고 생각한다. 단 한 번도 자신을 ‘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개 씨는 타인의 눈으로만 자신을 본다. 자신의 외모, 방적사로 만든 새 재킷, 날씨에 지친 자신의 얼굴과는 대조되는 밝은색 옷깃이 달린 크림색 셔츠가 그에게 그만큼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아무개 씨가 바깥에 있는 이유다. 아무개 씨 안에는 그 안에서 바라볼 만한 것이 이무것도 없고, 그래서 반성이 없다. 그러면 유령이 보인다. - P27
여행할 때는 스스로에게 조언하고, 자신이 이 세상과 잘 어울리고 있는지 돌아보기 위해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그것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할 때 사람들은 그것 자체가 목적인 양 결국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되어 있다. 자신의 집에서는 그지 가만히 있을 뿐이다. 무엇과싸울 필요도, 무엇을 성취할 필요도 없다. 철도 연결이나 열차 시간표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기뻐하거나 실망할 필요도 없다. 말뚝에 스스로를 묶어 놔도 좋다. 그리고 그때 가장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P72
나는 감히 나 자신의 연약함이나 힘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특별한 느낌이다. 내면의 깊은 곳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들이 항상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안도감을 주었을 뿐이다. 내 삶의 모든 순간마다 들러붙어 있는 어떤 피로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 P117
시원한 집에 앉아 차를 마시고 파이를 베어 먹으며 책을 읽는것은 얼마나 큰 기쁨이며, 얼마나 큰 인생의 달콤함인가. 그는 긴문장을 곱씹으며 그 의미를 즐기고, 문득 그 속에 감춰진 더 깊은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에 놀라고, 직사각형 유리창을 바라보는 일을 즐겼다. 차는 섬세한 찻잔에서 식는다. 찻잔 위로 올라오는 레이스 같은 김은 거의 느낄 수 없는 향기를 남기고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종이 위의 글자 열들은 그의 눈과 이성, 사람 자체에안식처를 제공한다. 세상은 이로 인해 발견되고 마음이 열리고 안전하다. 케이크 부스러기가 테이블 매트에 떨어지고, 이가 도자기컵에 살짝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지혜가 효모 케이크처럼 입맛을돋우고, 차처럼 활기를 주어 입안에는 침이 고인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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