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가? - 서른 살의 선택, 한비자에서 답을 찾다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지금보다 한참 어린 나이였을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것인가 돈을 벌고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 적이 있었다.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물론 집안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시절 일하던 녹음실의 실장님께서 해주신 이야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거 다 해보고, 서른 전에만 진짜 니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찾으면 된다.
그런데 그때 찾은 것이 음악이고, 정말 음악이 하고 싶으면 가족이고 친구고 다 버려야 한다.
니가 그럴 각오가 되어 있으면 음악을 선택하고, 아니면 미련을 버려라.
음악은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 두고 가끔 꺼내보면서 돌보아줄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충분하다."

이후, 음악은 내게 '취미'이자 가끔 만나는 '친구'가 되었고,
서른도 훌쩍 넘어 어느새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시점에,
그때 그시절에 동경했던 '서른의 가치'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 보게 된다.

서른이 되던 해, 노래방에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부르며 마치 세상 다 산 것 처럼 허세를 부려 보기도 했지만,
사실 그 노랫말 속의 '서른'이라는 나이와 감정에 이입되기에는 아직 난 많이 부족한 터라 이래저래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시황이 반했다는 책 '한비자'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책머리의 짧은 글에서 이미, 나는 나의 과거와 그 속에서 있었던 수많은 선택들에 대해 돌이켜 보았다.
가식으로 포장된 '이유'가 아닌 나의 선택의 '진실'은 불쾌하게도 이익활동 혹은 도피였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한비라는 사람의 고단한 인생 덕분에 탄생한 한비자에서 나는 나의 메마른 내면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빨리 그 건조한 생각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더 크게 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싶어졌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의 삶에 대한 해법을 찾기 보다는 애써 모른척 하고 지나고자 했던 현실에 대한 직시만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사람은 착해서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왕량은 말을 사람하기를 자식 대하듯 했다. 왜 그랬겠는가. 부려먹기 위해서였다. 월왕 구천은 사람을 자식처럼 아꼈다. 전쟁에 쓰기 위해서였다. 의원이 환자의 고름을 빠는 것은 혈육처럼 사랑해서가 아니다. 치료비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부귀해지기를 빈다. 착해서 그런게 아니다. 수레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서다. 관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많이 죽기를 빈다. 악해서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이 죽어야 관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가정을 보존하지 못한다. 그러니 임금이 어찌 사랑만으로 나라를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는가?
엄한 가정에는 사나운 노비가 없고, 모질지 못한 어머니 밑에서는 못된 자식이 난다. 후덕함으로는 혼란을 막을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결국, 바르게 살고 현명하게 살아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뻔한 결론 같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 점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큰 수확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나지만,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이 책을 권하고 싶어졌다.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멀어 나라와 국민의 생활을 파탄으로 이끌고 있는 그들에게 이 문구를 남기고 싶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기 위해 멀리 월나라에서 헤엄을 제일 잘 치는 사람을 부르려 한다면, 이는 망발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말을 몰아야 하는데 옛날 사람인 명마부 왕량을 기다리는 것은 당찮은 말이다. - <<한비자>> 난세편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에게도.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다. 그러나 악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것은 우둔함이다. - 본회퍼, 나치 독일의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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