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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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나를 매혹시키는 주제다. 지금 삶을 가감해가며 다듬고 살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좋은 죽음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런 나에게 중국 런민대학교 철학과 교수였던 주루이 교수의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새해 놓치고 싶지 않은 신간이었다.

이 책은 직장암 선고를 받은 중년의 철학자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에 남기고 간 이야기다. 자신의 생의 끝을 향하며 주루이 교수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불필요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죽어가다(dying)와 죽음(death)을 구별할 것을 일깨우며, 죽음을 향해가는 과정을 외면한 채 죽음 자체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는 편견을 버릴 것을 권했다. 죽음은 생명의 일부이자 거듭남임을 알고, 지금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생을 더 잘 살기를 바랐다.

생의 끝에서 시작된 이야기 속에서 자유, 고독, 몸, 시간, 생명, 삶, 순환, 그리고 사랑에 관한 말을 전한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되곤 한다. 한없이 다정한 이가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서 나눈 지혜의 목소리 속에서, 죽음에 대해 숙고해 보길 바라본다. 지금의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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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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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저항이 많은 책들이 있다. 무지에 가까운 분야의 책을 펼치고 있으면, 지적 호기심보다 뇌의 피로감이 먼저 쓱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그럴땐 물러서지 말고 한 챕터만 읽어볼까 하며 앞으로 나가야한다. 그리고 반복한다. 한 챕터만 더!

수학도 통계학도 데이터도 모르지만 그 속에서 살고 있지 않던가, 일단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직관과 객관>을 펼쳤다. 스페인의 데이터 전문가가 쓴 책이라니 꽤나 궁금했다. 공대교수에서 데이터 저널리스트가 된 키코 야네라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책 전체를 통과하며 명확하고 단호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삶 속에서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어떻게 사고할 것인지, 나의 편향은 없는지, 오류는 없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복잡성과 지식의 한계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에 대해 수학적으로 객관을 제시해주는 안내서다. 삶 속에 있으나 의식하지 않았던 데이터, 즉 세상의 복잡성과 이를 해독하는 열쇠로서의 데이터에 대해 알려주고 일상의 것들로 예를 들어 줌으로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

모름에서 시작된 낯설음이 알게됨이란 지식으로 수렴되는 쾌감이 가득한 책이었다. 과연 이세돌님이 추천사를 쓸 법한 멋진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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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함께한 진균의 역사 - 곰팡이, 버섯, 효모가 들려주는 공생의 과학
니컬러스 P. 머니 지음, 김은영 옮김, 조정남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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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균은 곰팡이, 효모, 버섯 같은 것을 총칭해 말하고 우리 안에도 밖에도 존재하며, 사실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터를 잡은 선배님들이기도 하다. 세종에서 출간해주신 도서 <인류와 함께한 진균의 역사>를 통해 식물도 동물도 아닌 존재이나, 자궁에서 무덤까지 우리 인생을 함께 한다는 진균이란 녀석들은 어떻게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작가의 안내를 따라 줌 인하고 우선 내 몸 속의 진균들 부터 만나봤다. 피부와 호흡기 속의 진균들, 그리고 뇌 속에서 진균을 만날 때 악연, 마지막으로 소화기 속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도 보았다. 머리와 발끝, 입부터 시작되는 소화기내부 끝까지 그들이 없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몸 밖의 세상은 어떨까? 식탁 위를 채워주는 빵과 포도주 그리고 치즈, 맥주, 템페 등 발효식품은 진균과 콜라보이며, 로바스타딘이나 HPV백신 같은 의약품들도 곰팡이와 효모 같은 진균류 인공배양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진균은 우리에게 때론 ‘독’이라는 명세서를 들이민다는 사실도. 또 어떤 버섯은 환각이란 실체를 선물하기도 한다는 것도 배웠다. 마지막으로 멀리 줌 아웃해서 지구라는 생명의 터에 흙과 식물 속에서 시작되는 인간과 진균의 필연적 공생관계도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다큐시리즈를 보는 듯한 친절하고 섬세한 편집에 따른 쉬운 문체와 구성 방식이 돋보인 책이었다. 마이애미대학교 니컬라스 교수님 덕분에 진균과 우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진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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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텔링 - 운세와 미래에 관한 다섯 편의 소설 앤솔러지 느슨 1
김희선 외 지음 / 상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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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을 만날 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내가 작가의 이야기를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하는 그런 작은 염려 때문이다. 김희선, 장진영, 박소민, 권혜영, 김사사 다섯 명의 작가가 단편으로 엮은 《포춘텔링》을 펼치면서도 조금 걱정했다. '흠, 소화하지 못하면 어쩐담?'
다행히 김희선 작가의 〈웰컴 투 마이 월드〉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나를 보고는 이내 안심했다. 소파에 누워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 편안했다. 독자에게 이렇게 잘 읽히는 글을 써도 되나 싶을 만큼 몰입감이 높았다. 덕분에 동전파스와 바나나우유가 간절해졌을 뿐이다.
장진영 작가의 〈한들〉에서 만난 주인공 '산주'는 읽는 내내 낯선 인물이었지만, 책을 덮고 나니 가장 많이 생각나는 캐릭터다. 산주의 베지밀병은 사실 누구에게나 있는 슬픔과 과거를 담아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하는 부적이 아니었을까.
박소민 작가의 〈미래가 쌓이면 눈이 내려〉는 단편 애니메이션 같아서, 들리지 않는 사운드트랙이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시지 또한 제법 울림이 있어 과거와 미래, 그리고 상처와 타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권혜영 작가의 〈언럭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 으하하하, 웃기고 신이 난다. 《포춘텔링》 중 가장 신명 나는 글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작품이다. 날카로운 쇠 위에서 칼춤 추듯 노니는 필력 덕분에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김사사 작가의 〈경우의 수〉는 "우리는 타인을 알지 못하지. 그러나 계속 점치고 있지"라며 무한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매일 나와 타인의 미래를 점치고 있는 우리네 모습을 보여주니, 마술사의 수정 구슬 같은 소설이라고 해두어야겠다.
다섯 편 모두 미래와 운세에 대한 여백을 선물해 주는 소설들이었다. 앞으로 어떤 미래를 펼칠 건지 물어보는, 내 삶의 말랑한 부적 같은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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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카페의 엔딩 - 카페 창업의 기쁨과 슬픔
박상현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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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동시에 엔딩을 말하는 책을 만났다. 마음연결에서 출간한 <어떤카페의 엔딩>이다. 옷을 좋아해 든든한 회사를 뒤로하고 편집숍에서 일하기도 하고 또 카페가 좋아 그 공간을 오픈한 사람의 카페 ‘에피토미’에 관한 글이다.

어느 카페 창업기처럼 오픈한 이야기들과 운영했던 일들이 담겼다. 좋아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 용감한 사람이기도 할 때 일어나는 일을 보았다. 머쓱하니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전진했고 또 멈추어야 할 때 엔딩을 고했을 뿐이었다. 시행착오, 고군분투로 가득 찼는데 묘하게 마냥 안타깝거나 슬프지가 않았다. 적자운영과 버티기 사이 희망과 꿈, 신의, 사랑 같은 키워드들이 숨어있었달까. 하고싶은 공간을 꾸리는 힘을 비롯해 그곳을 채워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함께해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편지 같은 내용이기도 했다. 그 따뜻함의 온도가 경제적 슬픔의 온도를 앞질렀기 때문인거 같다.

명랑한 시선의 카페 창업일지 그리고 폐업일지였다.
카페가 아니여도 우리 모두 다 시작과 엔딩을 경험하며 살기에 저마다 그 버티는 힘에 응원을 보내본다. 저자 스스로가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에 언제고 또 두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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