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한 진균의 역사 - 곰팡이, 버섯, 효모가 들려주는 공생의 과학
니컬러스 P. 머니 지음, 김은영 옮김, 조정남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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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균은 곰팡이, 효모, 버섯 같은 것을 총칭해 말하고 우리 안에도 밖에도 존재하며, 사실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터를 잡은 선배님들이기도 하다. 세종에서 출간해주신 도서 <인류와 함께한 진균의 역사>를 통해 식물도 동물도 아닌 존재이나, 자궁에서 무덤까지 우리 인생을 함께 한다는 진균이란 녀석들은 어떻게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작가의 안내를 따라 줌 인하고 우선 내 몸 속의 진균들 부터 만나봤다. 피부와 호흡기 속의 진균들, 그리고 뇌 속에서 진균을 만날 때 악연, 마지막으로 소화기 속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도 보았다. 머리와 발끝, 입부터 시작되는 소화기내부 끝까지 그들이 없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몸 밖의 세상은 어떨까? 식탁 위를 채워주는 빵과 포도주 그리고 치즈, 맥주, 템페 등 발효식품은 진균과 콜라보이며, 로바스타딘이나 HPV백신 같은 의약품들도 곰팡이와 효모 같은 진균류 인공배양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진균은 우리에게 때론 ‘독’이라는 명세서를 들이민다는 사실도. 또 어떤 버섯은 환각이란 실체를 선물하기도 한다는 것도 배웠다. 마지막으로 멀리 줌 아웃해서 지구라는 생명의 터에 흙과 식물 속에서 시작되는 인간과 진균의 필연적 공생관계도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다큐시리즈를 보는 듯한 친절하고 섬세한 편집에 따른 쉬운 문체와 구성 방식이 돋보인 책이었다. 마이애미대학교 니컬라스 교수님 덕분에 진균과 우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진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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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텔링 - 운세와 미래에 관한 다섯 편의 소설 앤솔러지 느슨 1
김희선 외 지음 / 상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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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을 만날 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내가 작가의 이야기를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하는 그런 작은 염려 때문이다. 김희선, 장진영, 박소민, 권혜영, 김사사 다섯 명의 작가가 단편으로 엮은 《포춘텔링》을 펼치면서도 조금 걱정했다. '흠, 소화하지 못하면 어쩐담?'
다행히 김희선 작가의 〈웰컴 투 마이 월드〉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나를 보고는 이내 안심했다. 소파에 누워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 편안했다. 독자에게 이렇게 잘 읽히는 글을 써도 되나 싶을 만큼 몰입감이 높았다. 덕분에 동전파스와 바나나우유가 간절해졌을 뿐이다.
장진영 작가의 〈한들〉에서 만난 주인공 '산주'는 읽는 내내 낯선 인물이었지만, 책을 덮고 나니 가장 많이 생각나는 캐릭터다. 산주의 베지밀병은 사실 누구에게나 있는 슬픔과 과거를 담아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하는 부적이 아니었을까.
박소민 작가의 〈미래가 쌓이면 눈이 내려〉는 단편 애니메이션 같아서, 들리지 않는 사운드트랙이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시지 또한 제법 울림이 있어 과거와 미래, 그리고 상처와 타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권혜영 작가의 〈언럭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 으하하하, 웃기고 신이 난다. 《포춘텔링》 중 가장 신명 나는 글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작품이다. 날카로운 쇠 위에서 칼춤 추듯 노니는 필력 덕분에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김사사 작가의 〈경우의 수〉는 "우리는 타인을 알지 못하지. 그러나 계속 점치고 있지"라며 무한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매일 나와 타인의 미래를 점치고 있는 우리네 모습을 보여주니, 마술사의 수정 구슬 같은 소설이라고 해두어야겠다.
다섯 편 모두 미래와 운세에 대한 여백을 선물해 주는 소설들이었다. 앞으로 어떤 미래를 펼칠 건지 물어보는, 내 삶의 말랑한 부적 같은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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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카페의 엔딩 - 카페 창업의 기쁨과 슬픔
박상현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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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동시에 엔딩을 말하는 책을 만났다. 마음연결에서 출간한 <어떤카페의 엔딩>이다. 옷을 좋아해 든든한 회사를 뒤로하고 편집숍에서 일하기도 하고 또 카페가 좋아 그 공간을 오픈한 사람의 카페 ‘에피토미’에 관한 글이다.

어느 카페 창업기처럼 오픈한 이야기들과 운영했던 일들이 담겼다. 좋아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 용감한 사람이기도 할 때 일어나는 일을 보았다. 머쓱하니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전진했고 또 멈추어야 할 때 엔딩을 고했을 뿐이었다. 시행착오, 고군분투로 가득 찼는데 묘하게 마냥 안타깝거나 슬프지가 않았다. 적자운영과 버티기 사이 희망과 꿈, 신의, 사랑 같은 키워드들이 숨어있었달까. 하고싶은 공간을 꾸리는 힘을 비롯해 그곳을 채워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함께해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편지 같은 내용이기도 했다. 그 따뜻함의 온도가 경제적 슬픔의 온도를 앞질렀기 때문인거 같다.

명랑한 시선의 카페 창업일지 그리고 폐업일지였다.
카페가 아니여도 우리 모두 다 시작과 엔딩을 경험하며 살기에 저마다 그 버티는 힘에 응원을 보내본다. 저자 스스로가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에 언제고 또 두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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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헤엄칠 수 있었다
고야나가 도코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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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었다. 고야나가 도코라는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고, 생각해보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이 책과의 만남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고등학생들을 보았고, 학교가 아닌 병원에서 그 시기를 보내야 했던 청소년들도 바라보았다. 학교 선생님, 작가, 출판 편집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부모, 가족, 친척이라는 관계로 얽힌 이들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안에서 소외되는 마음들과 작은 일탈, 그리고 희망 없는 그림자와 죽음까지도 보았다.
내가 그 삶의 현장 안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투명한 아크릴 창을 사이에 둔 것처럼 눈부신 햇살에 비친 '기스 난 마음'들을 볼 때마다 조금 아릿하고 슬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저마다 짠하고 위태로운 소설 속 사람들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내 마음에 잔잔히 투영되어 일렁인다. 낮과 밤,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제법 긴 여운을 남긴다. 아픔이 있는 사람들의 연대를 기억하고 싶다.

이 책은 '평범'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바다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품고 묵묵히 헤엄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이해하고, 또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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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서 - 의도를 벗어난 모든 현상에 관한 우주적 대답
뤼디거 달케 지음, 송소민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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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디거 달케의 저서 『보이지 않는 질서(Die Schicksalsgesetze)』.

2014년 독일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될 만큼 그 사상적 가치를 인정받은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우주적 질서와 운명의 법칙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미래를 점치는 단편적인 내용이 아니라, 우리 삶이라는 무대 뒤에서 정교하게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을 분석한 시스템 가이드북의 성격을 띤다. 저자는 의학과 과학, 철학, 심리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서양의 역사적 통찰과 인문학적 인사이트를 촘촘하게 엮어낸다. 다루는 학문의 범주가 방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원리'를 논하기에 때로는 낯설고 압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학자가 후대에게 전하는 정제된 지혜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신화부터 우주의 질서까지 아우르는 저자의 방대한 지적 탐구는 결국 '우리 앞의 생'이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된다.

저자가 설파하는 다양한 법칙들을 내면에 체계화하고 그것이 삶의 현상과 공명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본질을 통찰하는 빛나는 지혜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여유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읽어볼 것을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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