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목 속 ‘Grief_슬픔’을 담당하게 된 ‘러셀’은 슬론의 첫 직장 상사였고 선배였고 동료였고 멘토이자 오랜 친구였다. 그리고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죽음을 마주한 슬론의 에세이다. 생의 끝을 스스로 선택한 러셀을 떠나보낸 깊은 상실감 속에서 쓰인 말들은 사람에게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죽음 이후에 남는 상실의 감정들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조용히 묻는다.상실이라는 말 앞에서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타인을 ‘소유’한 적이 있었을까. 소유한 적 없는 존재를 ‘상실’했다는 말이 과연 성립할까.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애도와 슬픔뿐이지 않을까 싶다.떠난 이를 지우는 숙제가 아니라, 곁에 있던 그를 내 마음속 안전한 자리로 옮겨 심어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로서의 ‘애도’. 남겨진 자가 가질 수 있는 애도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으려는 헛된 노력이 아니라, 물리적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 그 존재를 내 삶의 내밀한 영역으로 새롭게 안착시키는 ‘관계의 재구성’ 아닐까.누군가를 잃었다는 공허함에 아프다면, 당신은 그를 잃지 않았으며 단지 그와 연결되는 방식을 바꾸고 있을 뿐이라는 작고 작은 슬픈 응원을 건네고 싶다. 길고 긴 애도의 시간, 슬픔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