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월든 - 정여울이 직접 걷고, 느끼고, 만난 소로의 지혜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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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이미 읽어본 터라, 정여울 작가의 <다시 만난 월든>을 펼쳤을 때 처음에는 익숙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는 달랐다. 이 책은 단순히 월든을 다시 해석하는 책이 아니라, 소로의 정신과 철학을 정여울 작가만의 언어로 새롭게 되살려낸 작품이었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마치 소로의 정원을 천천히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소로의 월든을 읽어보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글을 통해 천천히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정여울 작가의 책은 소로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사람이었고, 물질적 욕망보다 마음의 넉넉함을 중시하며 소박한 삶을 살았다. 특히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일과 신념을 놓지 않았던 소로의 태도는 그를 더욱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정여울 작가는 그런 소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심하게 보여주며, 독자가 소로의 삶을 가까이 느끼게 한다.

정여울 작가의 <다시 만난 월든>은 소로의 사상과 삶의 방식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책이다. 소로가 느꼈을 법한 자연의 고요함, 사색의 깊이, 그리고 삶의 여정이 작가의 문체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때로는 소로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간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정여울 작가만의 감성과 통찰이 담겨 있다. 마치 작가가 소로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와 함께 숲속을 거닐고, 호수 위의 고요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월든을 다시 펼쳤을 때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올 것 같다.

책 속에는 소로의 월든을 담은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다. 글과 함께 사진을 바라보면 월든의 고요함과 단정한 아름다움이 더욱 깊게 전해진다. 화려함을 덜어낸 자연의 모습은 ‘욕심을 버리고 비움을 통해 채워지는 삶’을 상징하는 듯했다. 글과 사진이 조화를 이루며 전하는 감정은,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처음 월든을 읽었을 때는 그저 자연의 묘사가 아름답다고만 느꼈다. 그러나 <다시 만난 월든>을 읽고 나니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와 삶의 깊이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자연을 찬미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이야기였다. 소로는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법을 배웠고, 정여울 작가는 그 정신을 오늘날의 언어로 다시 전하고 있다.

월든은 우리에게 외부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조용하지만 강한 힘이며,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이다. <다시 만난 월든>은 바로 그 정신을 현대의 감성으로 옮겨온 책이다. 소로의 삶을 소개하면서도 자신만의 사유와 감정을 놓치지 않는 정여울 작가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월든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나만의 월든’을 찾아가게 만드는 여정의 기록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정여울 작가의 <다시 만난 월든>은 소로의 철학을 현대인의 삶 속으로 가져온 따뜻한 안내서이자,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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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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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치매를 앓고 있는 한 할머니, 가케이의 이야기다. 그녀는 한때 한 집안의 부녀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고, 또 지금은 할머니이지만 그 이전에는 그저 한 소녀이기도 했다.

가케이 할머니는 치매로 인해 상황에 맞는 기억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들임에도 며느리에게 “우리 아들 잘 있냐”고 묻는 장면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픈 기억도,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모두 멀리 보내버린 것이 어쩌면 할머니에게는 더 평온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의식의 흐름대로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처음에는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병원에서 치매약을 타러 갔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앞뒤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점차 그녀의 말에 빠져들게 된다.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식으로 연결되는 무질서한 말들이었지만, 그 속에는 할머니의 삶 전체가 담겨 있었다.

가케이 할머니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계모 사이에서 자라며 개 젖을 먹던 기억이 있고,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하며 성장했다. 오빠에 대한 오해로 상처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그 오해를 풀게 되면서 할머니는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혼자인 듯하면서도 혼자가 아닌, 그 묘한 외로움 속에서 그녀의 인생이 담담히 흘러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음이 아프다가도, 한편으로는 잔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다사다난하더라도 결국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는 흐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단지 ‘불쌍하다’, ‘가엾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 또한 ‘잘 살아낸 인생’임을 조용히 증명해 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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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서양철학사 - 탈레스부터 보드리야르까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
강영계 지음 / 해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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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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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서양철학사 - 탈레스부터 보드리야르까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
강영계 지음 / 해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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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는 그동안 철학이 무엇을 뜻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철학이라고 하면 그저 추상적이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상만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이치 중 하나쯤으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영계 저자의 <처음 시작하는 서양 철학사>를 읽으며, 철학이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했던 노력의 역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철학이 어떻게 시작되어 시대에 따라 어떤 사유로 발전해 왔는지를 쉽게 풀어내며, 우리가 삶 속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저자는 ‘철학’이라는 말이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필로소피아(Philosophia) 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철학은 인간이 세계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열정에서 출발했다. 책은 이러한 철학의 시작을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 시대에서부터 풀어나간다. 탈레스가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보았던 것처럼, 고대 철학자들은 자연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찾으려 했다. 물질 세계의 근본을 원자로 설명한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지적 여정으로 발전해 갔다.

이후 철학의 관심은 점차 인간 그 자체로 향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과 윤리, 사회 질서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그들의 사유는 철학을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삶의 지침으로 확장시켰다. 중세로 들어서면서 철학은 신 중심의 사상으로 변화하며 신학과 결합되었다. 인간의 이성보다는 신의 뜻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두었지만, 그것 역시 인간이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철학은 다시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인간과 자연 중심의 사고로 전환된다. 인간의 이성과 과학적 탐구가 강조되면서 철학은 더 이상 신앙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지적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근세 철학에서는 경험과 합리를 통해 인간의 인식과 사고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현대 철학으로 오면서는 인간 존재 그 자체와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로 나아갔다.

이처럼 철학의 역사는 단절이 아닌 연속의 흐름이다. 한 시대의 철학이 다음 시대의 사유를 낳고, 그 사유는 또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진다. 철학의 주제들은 꼬리를 물며 인간의 삶과 함께 확장되어 왔다. 결국 철학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의 과정임을 이 책을 통해 느꼈다.

<처음 시작하는 서양 철학사>는 철학을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더 지혜롭고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한 사유의 도구로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서양 철학의 큰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나는 철학이 단지 과거의 학문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임을 깨달았다. 진정한 철학은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삶에 비추어 스스로를 성찰하는 힘이라는 점을 이 책이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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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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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작품들을 모은 <포 단편선>은 작품을 곧바로 읽기보다는, 책의 도입부에 실린 작가 소개부터 먼저 살펴보는 것이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그의 생애를 알고 나면 왜 그의 이야기들이 어둡고 불안한 정조를 띠는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에드거 앨런 포는 타고난 우울 기질을 지니고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죽음과 경제적 곤궁을 겪으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불행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술과 가난, 정신적 고통은 그의 일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문학이라는 통로를 통해 자신만의 음울하고 강렬한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포 단편선> 속 작품들은 이러한 그의 삶을 반영하듯 우울하고 잔혹하며,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공포와 욕망, 광기와 죄책감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소담클래식 시리즈의 포 단편선에 실린 첫 작품인 〈검은 고양이〉는 고양이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는 한 인물의 심리를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그려낸다.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 불안이 점점 광기로 번져가는 과정은 짧은 분량임에도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어지는 〈모르그가의 살인〉은 추리소설의 시초라 불릴 만큼 구조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지만,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불안, 그리고 비이성적인 공포까지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포의 고유한 색채가 여전히 유지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의 우울함이 단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품 속 정서가 되어 독자에게 강렬하게 전달되고, 나아가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매혹을 이끌어냈다. 어쩌면 그의 어두운 세계는 우리 자신이 외면했던 내면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포 단편선>은 에드거 앨런 포라는 작가가 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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