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 속의 꿈 일본문학 컬렉션 5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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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은 일본의 근대문학을 이끌었던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몇몇은 이름이 익숙하지만 모르는 작가가 더 많네요.


여러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텃밭의 속사정]

아내가 꾸민 여섯 평 남짓한 텃밭. 그저 엉망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은 신기하게도 그곳에 심긴 여러 식물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옥수수, 토마토, 수세미, 홍당무, 파, 무, 그리고 호두, 자귀나무, 호두의 묘목까지. 다들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습니다. 칭찬도 아닌 그 말들이 다 들린다니, 남편은 잠이나 제대로 잘까 모르겠습니다.


[달려라 메로스]

우정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 이야기입니다. 정말 아끼는 친구를 만나러 간 '메로스'. 하지만 이전과 사뭇 다른 그곳의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끼던 그는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되죠. 단순하지만 정의로운 그는 그길로 그런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인 왕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소지 중이던 단검이 발각돼 죽음의 위기에 처합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왕에게 사흘간의 말미를 부탁하죠. 그리고 본래 만나러 왔던 가장 아끼는 친구를 그런 자신을 대신해 인질로 삼게 합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그는 왕에게서 풀려났을 때와 달리 돌아가기를 망설이기도 하지만 결국 왕에게로 출발하죠. 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는 왕과의 약속을 지키고 친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코]

턱 아래까지 길게 늘어지는 긴 코를 가진 승려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속세를 떠난 스님이더라도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긴 코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요. 코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던 끝에 코를 윗입술 위까지 작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오히려 긴 코를 가졌을 때보다 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심하게 상한 승려도 주변의 누구든 심술궂게 꾸짖기 시작하죠. 코가 줄어들었는데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는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 그는, 그리고 그의 코는 어떻게 될까요?


[시로]

하얀 개 '시로'는 이웃에 사는 아주 친한 친구인 '구로'를 개장수의 함정으로부터 구하지 못했습니다. 겁에 질린 나머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도망쳐 버렸죠. 하지만 그 길로 집에 돌아간 시로는 몸이 온통 검게 되었고, 주인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결국 집에서 더는 머물지 못하고 주인에게 쫓겨난 시로는 여기저기 전전하게 되죠. 단순히 떠도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수차례 구해냅니다. 사실 구로를 구하지 못하고 도망친 자신의 모습이 심히 부끄러워 여차하면 죽을 생각으로 그랬던 것이죠. 하지만 그의 말처럼 죽음조차 자신을 보면 멀리 도망쳐 죽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주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집으로 향하죠. 시로는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요?


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작품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색깔을 갖고 있지요. 재미와 울림은 물론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교훈적 메시지를 주기도 합니다. 바로 이게 단편 모음집의 매력이겠죠.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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