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작품 #윤고은 #은행나무 #그믐 #도서제공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개' 로버트 그리고 삶이란 절대 생각한 것처럼 쉽게 흐르지는 않는다를 보여주는 예술가 '안이지'. 로버트의 선택을 받은 작가는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로버트 재단의 부름을 받아 미국으로 간 안이지. 계약 조건은 작가의 작품 중 하나는 무조건 불타는 의식을 치뤄야한다는 점이다.안이지는 매순간 너무 철두철미하면서 본인에게 집중된 원치 않는 관심이 버거우면서도 작품을 완성하지 못해낼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시간을 보낸다.로버트와의 만찬 자리에서는 석연치 않은 의사소통 방식으로만 대화할 수 있고, 모든 것은 철저히 로버트의 의식의 흐름대로 상황이 펼쳐지기에 실제로 늘 로버트와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모든 것을 완벽하게 꾸며낼 수 없듯이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그리고 안이지의 완성된 작품이자 로버트의 발도장을 받아 불타는 것을 기다리는 그 작품을 뒤로 빼돌리기를 종용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선 안이지는 작품을 빼내기로 하고 그 때 로버트와 마주하는 데 비를 헤치고 작품을 꺼낸 그 날 로버트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진실과 거짓의 사이 그리고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예술에 진정성이 꼭 부여되어야만 하는가 어떻게 가치를 올리는게 옳은 것인가 등의 복합적인 것들이 결론적으로 작품을 불태우는 단계까지 어떻게 이르는 가를 생각해보게 했다.어느 순간을 포착한 이 사진 속 세계에는 그들이 함께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것이 움직이며 어떤 것이 멈춘 것인지 구분할 필요 없이, 같은 시간에서 잠시 만난 두 눈빛처럼. p32소각의 핵심은 바로 작가의 당혹감에 있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 당혹감을 기반으로 한 소각 방식이 그들의 전시회를 지탱해온 거라고. 작가의 신작이 얼마간 전시된 후 작가에 의해 태워진다는 사실, 그리고 전시회의 모두가 불타는 작품을 지켜본다는 사실이 전시 관람에 인색한 사람들을 동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p51이야기가 끝나면 그것을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어 요약하는, 그러다 나중에는 온전한 한 줄이 되게 하는 것. p156"로버트는 정작 이 식당 이용하지도 않잖아요?""공기가 못 가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서는 공기의 기분을존중해야죠." p161"작가가 사랑하는 작품을 로버트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구조겠죠.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p186베개가 단두대라번 이불은 톱쯤 될까. 단두대 위에 머리를 올리면 받 내내 이붙이 내 목 위를 오가면서 시간을 분초 단위로 대패질했다. 해가 뜨면 잠들기를 거의 포기하게 되었으므로 여섯 시간, 혹은 다섯 시간에 걸친 고문이 끝났다. p194그것은 한 면이 Open, 다른 한 면이 Closed로 된 삼각형 푯말이었는데 외부에서 Closed가 보이도록 바꿔 걸면 건물 내부에서는 Open이 보였다. 내 쪽에서는 Open이었다. 한 세계의 닫힘이 다른 세계의 열림이 되었다.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