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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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작품 #윤고은 #은행나무 #그믐 #도서제공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개' 로버트 그리고 삶이란 절대 생각한 것처럼 쉽게 흐르지는 않는다를 보여주는 예술가 '안이지'.
로버트의 선택을 받은 작가는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로버트 재단의 부름을 받아 미국으로 간 안이지.
계약 조건은 작가의 작품 중 하나는 무조건 불타는 의식을 치뤄야한다는 점이다.
안이지는 매순간 너무 철두철미하면서 본인에게 집중된 원치 않는 관심이 버거우면서도 작품을 완성하지 못해낼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시간을 보낸다.
로버트와의 만찬 자리에서는 석연치 않은 의사소통 방식으로만 대화할 수 있고, 모든 것은 철저히 로버트의 의식의 흐름대로 상황이 펼쳐지기에 실제로 늘 로버트와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꾸며낼 수 없듯이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그리고 안이지의 완성된 작품이자 로버트의 발도장을 받아 불타는 것을 기다리는 그 작품을 뒤로 빼돌리기를 종용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선 안이지는 작품을 빼내기로 하고 그 때 로버트와 마주하는 데 비를 헤치고 작품을 꺼낸 그 날 로버트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진실과 거짓의 사이 그리고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예술에 진정성이 꼭 부여되어야만 하는가 어떻게 가치를 올리는게 옳은 것인가 등의 복합적인 것들이 결론적으로 작품을 불태우는 단계까지 어떻게 이르는 가를 생각해보게 했다.



어느 순간을 포착한 이 사진 속 세계에는 그들이 함께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것이 움직이며 어떤 것이 멈춘 것인지 구분할 필요 없이, 같은 시간에서 잠시 만난 두 눈빛처럼. p32

소각의 핵심은 바로 작가의 당혹감에 있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 당혹감을 기반으로 한 소각 방식이 그들의 전시회를 지탱해온 거라고. 작가의 신작이 얼마간 전시된 후 작가에 의해 태워진다는 사실, 그리고 전시회의 모두가 불타는 작품을 지켜본다는 사실이 전시 관람에 인색한 사람들을 동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p51

이야기가 끝나면 그것을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어 요약하
는, 그러다 나중에는 온전한 한 줄이 되게 하는 것. p156

"로버트는 정작 이 식당 이용하지도 않잖아요?"
"공기가 못 가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서는 공기의 기분
을존중해야죠." p161

"작가가 사랑하는 작품을 로버트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구조겠죠.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p186

베개가 단두대라번 이불은 톱쯤 될까. 단두대 위에 머리를 올리면 받 내내 이붙이 내 목 위를 오가면서 시간을 분초 단위로 대패질했다. 해가 뜨면 잠들기를 거의 포기하게 되었으므로 여섯 시간, 혹은 다섯 시간에 걸친 고문이 끝났다. p194

그것은 한 면이 Open, 다른 한 면이 Closed로 된 삼각형 푯말이었는데 외부에서 Closed가 보이도록 바꿔 걸면 건물 내부에서는 Open이 보였다. 내 쪽에서는 Open이었다. 한 세계의 닫힘이 다른 세계의 열림이 되었다.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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