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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영원히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30
키아라 로렌조니 지음, 마르코 소마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5년 1월
평점 :
#도서지원
짐작하건대,
마르코 소마 작가님의 그림 중 허투루 그려지는 건 단 한 장도 없을 겁니다.
마르코 소마님은 일러스트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쏟아내지요.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은,
글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거나 글의 반짝임을 해치지 않고 일어난답니다.
섬세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4번이나 선정된 마르코 소마 작가님.
이런 작가님의 신작이니 설렐만하지 않습니까?

올리브는 아빠와 삽니다. 단둘이요.
물론 예전에는 셋이었죠.
그때는 모든 게 순조로웠지만 아빠와 둘만 남은 지금은
이것저것 꼬이는 일들 투성입니다.
슬프고 화가 난 올리보는
발길질도 하고, 물건을 부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슬픈 말들은 가슴에 엉켜 눈물로 나오지요.

그런 올리보에게 아빠는 톱과 나무토막을 줍니다.
"정말 뭔가를 부수고 싶다면 제대로 부수렴"
그날 올리보는 톱으로 나무토막을 잔뜩 자릅니다.
다음 날은 아빠와 함께 나무토막들을 커다란 참나무에 붙이지요.
아빠와 올리보가 슬픔을 잘라 만들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ㅡ
둘의 일상은 언제쯤 평온해질 수 있을까요ㅡ
이 책은 이별의 아픔을 딛고 일상을 회복해 가는 부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과 회복이 그리 만만한 단어던가요...
부녀의 일상은 버석거리는 무채색과 유채색을 오가며 그려져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일상과 내면의 혼란을 모두 보여 주려는 듯이요.
화내고 부수고 눈물을 쏟는 아이도,
화내거나 부수거나 눈물을 쏟는 대신,
오믈렛을 새까맣게 태워 먹는 아빠도
안쓰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아빠의 슬픔은 오믈렛과 함께 타버렸어요'라는 문장에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건 저뿐일까요?)
그래도 작가님들은 두 주인공에게 기어코 희망과 회복을 지어주십니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듯한 무채색이던 일상은
기어이 유채색으로 바뀌고요,
틈틈이 그림자로, 흐릿한 사진으로 등장하던 엄마의 모습을
어느 순간 올리보와 아빠 곁을 지키는 작은 새에게서 보게 만들죠.
그렇게 상처받은 둘은,
둘이지만 언제나 셋임을 가슴에 담게 됩니다.
세상 어디에도 쉬운 이별은 없다지요.
하물며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일까요
...더디지만 나아질 수 있다고 위로해 주는 책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보내주신 책을 읽고 적은 개인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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