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 그림책은 내 친구 56
정연숙 지음, 김동성 그림 / 논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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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

꽃밥

정연숙 글, 김동성 그림

논장

 

 

 

   논장에서 그림책은 내 친구056’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꽃밥> 그림책이 새로 나왔다. 이 책을 보자마자 한눈에 들어온 김동성 작가님의 그림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이 무엇인지의 궁금함에 눈이 번쩍!! 했다.

 

 

#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꽃밥> 내용 살펴보기

- 할머니의 일기장에 담긴 이야기들

 

 

 

   이 그림책은 오늘의 숙제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에 대해 쓰기 위해 딸이 엄마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벼꽃이라고 대답하며 갸우뚱하는 딸에게 오래된 공책을 꺼내와 이야기를 이어간다. 공책의 주인공은 청풍국민학교 5학년 2반 김순희’, 바로 외할머니이다. 벼꽃이 가장 예쁜 꽃이라는 엄마의 대답도 그렇고, ‘벼꽃의 존재도 되게 신선하면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일기장은 196410월부터 시작된다. 여름 들판에 허수아비를 들고 나간 나는 허기감에 벼꽃 하나 먹을까 하다 고민을 한다. 벼꽃이 쌀이 되고, 밥이 되는 귀한 존재이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꽃인 벼꽃을 차마 먹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197012월 교실 풍경. 도시락 검사에 걸린 친구들이 교실 앞쪽에 나와 꽁당 보리밥노래를 부르는 벌칙을 받고 있다. 말로만 듣던 보릿고개, 보리밥, 도시락 검사라는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1960~1970년대에는 쌀이 부족하여 쌀에 잡곡 30%이상을 섞고, 밀가루 음식을 먹자는 혼분식 실천운동을 시행하였다고 한다.

 

 

19779, 엄마가 된 날. 쇠고기미역국과 윤기가 흐르는 소복한 흰쌀밥을 마주하고 밥이 생명을 자랄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새 생명을 자라게 하고 삶을 살리는 밥의 힘을 생각해보게 한다. ‘쌀의 꽃, 벼꽃처럼 귀한 사람이 되라는 마음 담아 아가 이름은 미화(米花)’이다.

 

 

19905. 북적북적 시장 풍경에서 노란 바나나 다발이 눈에 들어온다. 수입농산물이 들어오게 되면서 장바구니와 밥상도 변했지만 농민의 현실은 더욱 어렵게 변하고 있었다.

 

 

  * 19648월에 시작된 일기는 201810월로 끝을 맺는다. 할머니의 일기장에는 할머니의 유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이 담겨 있으면서, 딸 미화와 손녀와의 삶도 함께 살필 수 있다. 무엇보다 시대별 생활상과 경제변화, 농촌의 변화상, 쌀의 귀중함과 가치 등 사회문화적 배경과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1960-1970년대 혼분식 실천 운동

1972년 통일벼 생산 성공과 보릿고개

1980년 냉해로 외국 곡물회사에서 쌀 수입

1989년 외국 농산물 개방

2006년 밥쌀용 쌀 수입 시작

그림책의 하단에 우리 농촌과 세계 시장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간략한 설명을 달았다. 그림책의 서사와 함께 이러한 시대상이 할머니의 삶에, 그 시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도록 했다.

 

 

- 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다

 

 

----일기장 속의 할머니가 나에게 알려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은 하얀 벼꽃이라는 것을. 그리고 벼꽃이 영글어 쌀이 되고 쌀이 부풀어 밥이 된다는 것을.

----우리가 먹는 밥은 꽃밥이다. 수백 송이 벼꽃이 피어난 꽃 밥

 

   이 두 페이지에서 가슴이 정말 먹먹했다. 할머니의 상여만큼이나 묵직했다. 할머니의 일기장에는 밥으로 보는 한 생이 담겨 있고 밥에는 삶이 온전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많은 것을 일깨운다. 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풍족한 시대에 이 우리에게 주는 든든하고 뜨끈한 밥의 힘,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 한 톨도 이미 자연에서 생명 가득한 소중한 존재였다는 점 등이다. 그래서 밥은 밥꽃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이면서 예쁜 꽃이 된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쌀과 채소, 과일은 우리의 생명이며 곧 미래라는 점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한편 나는 그동안 왜??? 벼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벼꽃을 한번도 보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믿고 읽게 되는 김동성 작가님

  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깊이 생각해보게 한 이 그림책. 내용만큼이나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농촌의 풍경과 인물의 묘사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의 힘과 그림의 힘이 함께 어우러져 이 그림책에 빠져들게 했다.

 

 

# 이 책을 읽고

   이 책은 쌀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생활 변화도 담고 있어 함께 읽은 아들과 이야기할 내용이 많았다. 작게나마 도시텃밭을 하고 있어서, 들판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곡식과 채소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여무는지도 경험했던 터라 자연과 사람을 잇는 밥의 가치가 더욱 울림 있게 다가왔다. 이 묵직한 꽃밥의 이야기를 다른 분들과 더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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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작은 과학 1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황세정 옮김 / 상상의집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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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기타무라 유카 그림

황세정 옮김

상상의 집

 

 

   상상의집 출판사에서 나온 <>은 생활과학 그림책으로 내 옆의 작은 과학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 식물을 보며 숨의 기능과 환경 문제는 물론 더 나아가 삶의 의미까지 확장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흥미로웠다.

 

 

# <> 살펴보기

- ‘당연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다

 

  이제 초3이 되는 아들 녀석은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궁금하거나 모르는 점이 있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질문을 쏟아낸다. 상상의집 새 책 <>을 들이밀며 반응이 궁금했다. “?” “지금도 쉬고 있는데?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지요?” 당연하단 반응을 보이면서도 책 내용이 궁금하다고 책장을 넘긴다.

 

 

 

   이 책은 작은 발견에서 시작이 된다. 입에서 나온 하얀 구름을 신기해하는 꼬마가 강아지가 내뱉은 구름을 보며 그것도 바로 이고 다른 존재도 똑같이 숨을 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물론 강아지도 고양이도 소도 바다표범도 대부분의 생물들도 숨을 쉰다.

  어떻게?

숨을 뱉는다.

뱉으면 마신다.

마시면 뱉는다.

뱉으면 마신다.

 

  단순 반복 같지만 위대한 이 과정을 생물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반복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꼬마는 목욕하다가 물속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엄마 배 안에 있을 때 물속에서도 편안하게 지냈고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응애는 첫 숨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이 부분에서 아들이 무척 신기해했다. 탯줄로 영양 공급을 받아 아기들은 숨을 쉬지 않아도 되고,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냥 응애응애 우는 것이 아니라 처음 숨을 쉰 거라는 점이다.

 

 

 

   바닷속 물고기들은 어떨까? 처음으로 스노클링을 해본 꼬마는 멋진 바닷속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바다에 사는 생물들도 당연히 숨을 쉬고 있고 가슴 부분이 팔딱팔딱 뛰고 있으며 아가미를 통해 물속의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식물들은 어떨까? 나무와 풀 같은 식물들도 숨을 쉬고 있다.

 식물은 동물과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뱉는다.

   아들은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라고 하면 좀 생명이 없는 것 같은데

숨을 쉬고 있다는 표현을 보며 식물들도 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그림책은 동물, 식물, 바닷속 물고기들도 모두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덕분에 이러한 숨 쉬기의 당연함, 일상의 당연함이 삶에서 아주 중요한 일임을 발견하고 돌아보게 했다. 아들과 코로나바이러스와 미세먼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문제들이 우리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부터 우리가 숨을 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등등 삶과 연결지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분이었다.

- 삶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다

 

  

   이 페이지는 지구에서 숲이 사라져가는 문제에 대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숲이 줄어들면 식물이 내뱉는 산소의 양이 줄면서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식물이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덕분에 동물들이 지금까지 살 수 있었는데 환경문제로 인해 공존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다.

 

  아들은 이 부분을 읽고 택배 상자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택배 상자를 만들기 위해 나무가 희생되어야 하니, 천천히 자라는 나무를 아깝게 종이로 쓰지 말고 지구를 위해 우리와 동물들이 숨을 쉬고 살 수 있도록 좀 소중히 대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이다.

 

 

# 읽고 나서 :

엄마 : 우리와 동식물, 지구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과학정보그림책이면서 삶의 영역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책이다.

아들 : 당연히 숨 쉬고 살았는데 숨 쉬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모두 잘 살기 위해서는 지구 환경도 함께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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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빵
쓰보이 주리 지음, 이은정 옮김 / 상상의집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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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상의집/그림책, 놀이를 더한 책] 애벌레 빵

상상의집

쓰보이 주리 글,그림

이은정 옮김

 


 상상의집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그림책 <애벌레 빵>을 읽었습니다.

 표지부터 애벌레가 귀여움 폭발입니다.

 구우면 몸이 몽실몽실^^ 무엇으로 변할까요?

 



조물조물 주물주물 폭신폭신한 반죽으로 어떤 빵이 만들어질까요? 엄청 기대가 됩니다.

말랑말랑한 애벌레 빵을 만들었네요.

옆에 콩알 같은 작은 빵은 뭘까요? 애벌레 빵도 작은빵도 모두 귀엽습니다.

다른 애벌레 빵들도 꼬물꼬물 기어와서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애벌레 빵이 모두 모여 간 곳은

바로바로 어두컴컴한 오븐 속이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웅성웅성하는 표정들이 진짜 귀엽습니다.

몸이 따뜻해지니 스르륵 잠이 찾아왔어요.

음냐음냐~~ 쿨쿨~~ 새근새근포옥 잠이 들어 코도 골고 침도 흘리는데 그래도 귀엽습니다.

그런데 빵들이 뽀옹하고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잠들었던 빵들이 모두 성장을 거듭하여 예쁜 나비 빵들이 되고 콩알은 고운 꽃잎 빵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상상 밖의 빵들의 등장에 아들과 저 모두 환호를 질렀습니다.

 



애벌레 빵이 나비 빵으로

콩알 같은 작은 빵이 꽃님빵으로 변신을 하는 책이었군요.^^

 

따끈따끈 폭신폭신 꿈 같은 세상입니다.

모두 놀러 와요!

간식 시간입니다!“ 하고 빵들이 맛있는 초대를 하였습니다.


 

     상상의집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애벌레 빵은 반전과 마법이 펼쳐져 아주아주 즐거웠던 그림책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애벌레 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 아들 녀석도 연신 귀엽다고 했답니다.


     구우면 몽실몽실 무엇으로 변할까 한껏 기대감을 주면서 반죽을 하여 애벌레 빵이 오븐 세상 안에 나비 빵으로 짜잔~하고 변신하는 장면이 참 환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의 면지 조차도 상상력을 풀 가동하게 했던 주인공이었습니다. 앞 부분은 애벌레 빵 도감이고 뒷 부분은 나비 빵 도감으로 채워져 있어요. 아들 녀석은 눈사람 애벌레 빵, 쌍둥이 애벌레 빵, 책을 좋아하는 애벌레 빵, 딸기 애벌레 빵, 귤을 업은 애벌레 빵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이야기 세계에 풍덩 했습니다.

 

     이번 책은 그림책에 놀이를 더하여 더 좋았습니다. <애벌레 빵> 책 내용과 연계하여 이것저것 놀이 아이디어가 팍팍팍 떠오를 거예요. 책표지 안쪽에 색칠하기가 있어 색칠놀이도 할 수 있고, 면지에 나온 애벌레 도감을 보고 클레이 등으로 만들기 놀이도 무척 재미나겠지요?

 

     빵순이 빵돌이인 저와 아들은 애벌레 빵을 만들었습니다. 모닝빵 속을 파내고 양파, 옥수수를 든든히 채우고 치즈 모자를 씌워줬습니다


    애벌레 모닝빵이 어떤 변신을 하였을까요? 노릇노릇 구워진 애벌레가 눈은 동글동글, 몸은 길쭉길쭉해져서 나왔습니다. 그림책에서만큼의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니었지만 책도 읽고 아들과 책놀이도 한껏 즐거웠던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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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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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다산책방

 


 


==== 2019년 가을, 열독 응원 프로젝트와 함께

 올 가을 책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신청했던 <다산북스 열독 응원 프로젝트 매3>. 이 프로젝트는 매주 1권씩 3권의 에세이를 읽자는 취지와 목적으로 3주간 진행되고 있다. 책을 좋아하지만 편식이 좀 많고, 갈등과 서사 구조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복잡한 것은 싫고, 독서량의 대부분은 일과 관련한 책과 집에서 아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과 육아, 독서 부분으로 채우고 있는 독서편식자인 내게, 이 프로젝트는 나의 시선과 반경을 벗어나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인 세 번째 에세이를 마주하고 있다. 도착한 책은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이다. 이 책은 장르로 치면 미술 에세이로, 소설가인 줄리언 반스의 시선에서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표지를 보면서부터 느낌적인 느낌이 확 왔다.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책장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말이다. 반면 미술 에세이에 담긴 새롭고 생소한 내용과 구성방식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들여다보기

 이 책은 줄리언 반스가 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잡지 현대 화가를 비롯한 여러 유명 잡지에 실었던 에세이들을 모아 펴낸 것이다.

 

==========작가


 작품 목록, 수상 내역을 보면서 작가의 화려한 이력을 살필 수 있었다.



==========차례

 



 이 책은 열 일곱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 이야기와 작가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세잔, 마그리트등의 들어본 적이 있는 화가도 있었고 제리코, 들라크루아등등 생소한 화가가 더 많았다. 미술과 예술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확인 할 수 있는 서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도 이 책의 구성과 방향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부분이다.

 

---우리가 명화 한 편을 감상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10초나 30? 아니면 꼬박 2? 중요한 화가의 전시회에는 300점을 거는 것이 표준이 되어 있는데, 그러면 그런 곳에서는 좋은 그림 한 점을 감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일까? 그림 한 점에 2분을 쓴다면 300점을 모두 보기까지 열 시간이 걸린다.(중략) 마티스나 마그리트나 드가의 전시회에 가서 열 시간 동안 그림을 본 사람 있으면 손 들어 보세요.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물론 우리는 골라 섞는다.눈이 먼저 관심을 끄는 것(또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가려낸다.(116)

 

---나는 사람들이 어떤 화가들(가령 라파엘전파)로부터는 졸업하고, 어떤 화가들(샤르댕)에게는 입문하고, 어떤 화가들(그뢰즈)에 대해서는 평생 한숨을 동반하는 무관심을 느끼는가 하면, 어떤 화가들(리오타르, 하메르스회이, 카사트, 발로통)은 다년간 의식하지도 못하다가 별안간 의식하게 되고, 어떤 화가들(루벤스)은 단연 위대하지만 언제나 그들에게 좀 무관심하고, 어떤 화가들(피에로, 렘브란트, 드가)에게는 우리가 몇 살을 먹든 각자에게 지속적이고 꿋꿋이 위대한 지위를 내어준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13)

 

 이 책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미술과 작품에 대한 출발선을 돌아보게 했던 위의 문장들이었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느껴졌고 미술을 바라보는 나의,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미술관에 가서 어떻게 감상을 했는지, 책 등을 통해 미술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아주 선명하게 환기시켰다. 미술을 1도 모른다는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 10초 또는 30초의 그 짧은 시간마저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다.

 큰 수확이라면 잘 몰랐던 관심이 많지 않았던 미술작품을,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했다는 점이다. 미술을 1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래서 더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가 기대가 된다.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일에 대해

 

---이 글들은 소설가의 관점에서 쓴 것이라는 점부터 여타 평론과 다르다. 사실을 수집하고 구성하면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사실을 입체적으로 드러나게 하고, 사실과 사실 사이의 공백을 매끈하게 채우는 건 역사를 소재로 글을 쓰는 소설가의 본령일 것이다. 그런 만큼 정교한 공예 같은 문장과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에세이들이 어떤 독자들에게는 지식을 뽐내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은 미술을 향한 반스의 순수한 애정에서 우러나온 헌신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면 금방 사라질 것이다.(403)

 

 소설마다 색다른 주제와 기법을 차용하는 소설가답게 줄리언 반스는 미술 에세이에도 화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역자는 서술 형식에 대해 역사 소설 형식, 단상 형식, 사적인 감상 등의 방법 등 다양하다고 보았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장이기도 했고, 여러 번 책을 뒤돌아 살펴보았던 <1. 제리코 : 재난을 미술로>가 인상적이었다. 챕터은 세네갈 탐험대의 네 척의 배 중 프리깃함과 관련된 내용이다. 배가 좌초를 하자 뗏목을 만들어 탈출하는 극적인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한 편의 소설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챕터 는 그러한 재난이 어떻게 예술로 표현되고 승화될 수 있는지를 작가의 시선에서 다각도로 보여주어 아주 흥미로웠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화가의 시선으로 취사선택하여 작품을 구성한 것, 일반인들이 <난파 장면> 작품을 보고 구성하는 시선, 또 화가 제리코가 8개월을 작업실에서 작품을 완성해가는 작가의 유추 과정, <난파 장면>에 대한 비평가, 들라크루아, 제리코의 입장을 담고 있어 <메두사의 뗏목> 작품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하였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메두사의 뗏목>은 침몰 직전의 아슬아슬한 희망과 절망 사이의 한 장면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작품 너머, 작품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은 <메두사의 뗏목>을 전경처럼 볼 수 있게 했고, 퍼즐의 많은 조각을 꿰맞춘 것처럼 넓고 견고하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시선은 다양한 작품 속에서 작품과 화가의 생애, 방대한 배경지식, 비평적 관점, 사적인 시선들로 촘촘히 채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당대 최고 화가들의 그림 구석구석과 공명하며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이란 평을 몸소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줄리언 반스의 이런 시선은 화가 마네의 이야기에서도 참 흥미있었다. 작품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은 보스턴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만하임 미술관에 소장된 세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작가는 1993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보고 가장 좋았던 전시회로 기억한다. 마네의 사후 그가 그렸던 세 가지의 다른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을 한데 모았던 특별한 전시회. 1861년 멕시코의 베니토 후아레스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큰 빚을 지며, 스페인, 프랑스, 영국이 몰려든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의 시선은 한 갤러리에 전시된 세 작품을 찬찬히 비교하고 분석하고 음미하며 작품을 향해 있다. 세 작품의 구성, 총살 당하는 희생자 주변의 효과, 공간적 배경의 변화, 군인들의 발 자세, 손의 크기 등 아주 자세한 부분의 변화에 대해그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작품 역시도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화가가 세 작품을 통해 무엇을 선택하고 배제하였는지, 그 변화 과정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바를 작가의 시선과 함께 따라가다 보니 그림 한 장면이 아닌 그림 한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큰 이야기들이 묶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화가 쿠르베의 작품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일반 서적이나 전시회에서 봤다면 일차적인 감상에 그쳤을 것이다. 작가는 쿠르베의 작품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오르낭의 매장>, <화실> 등을 통해 쿠르베란 인물의 이면을 조명한다. 인물의 시선처리, 표정, 구도, 행위 안에서 화가 쿠르베가 그림으로 지향했던 바는 물론 어떤 성품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어 흥미로웠다.

 

 한 작품 앞에 서서 ~~~~~!’ 정도였던 아니 더 솔직히 5G급이었던 나의 시선은 덕분에, 작품 구석구석 눈을 돌려보게 되고, 작품 이면의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보게 되고 그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이 책의 힘은 단언코 예술과 미술 문외한이었던 나의 시선을 상당히 고급지게 확대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문학책을 읽으며 작가의 시선과 포인트를 느끼듯이,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통해 지향하려는 바를 생각하듯이, 미술 작품에도 작가의 지향이 있다는 점을 눈 뜨게 되었다. 도무지 무엇을 표현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미술 작품이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구석구석 또는 캔버스 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그림과 작품이 말하는 바를 아니면 색다른 시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삶의 발견, 감탄으로도 연결된다. 나는 이제 미술작품 5G감상자가 아닌 두리번두리번 의미 탐색자가 되었다.


---예술이 주는 지속적인 즐거움 가운 데 하나는 의외의 각도에서 접근하여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힘이다.(347)

 

 이렇게 <다산북스 열독 응원 프로젝트 매3> 프로젝트를 마친다. 맨 처음 독서력, 문해력의 향상이란 안내 문구를 보면서 오늘 이 시점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에세이집을 읽으며 바쁜 하루 마치고 책읽는 저녁을 실현하고자 했던 나는 마지막 책에서 충격을 좀 받았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기존의 책들과 달리 쉬이 넘기지 못했던 힘겹던 독서의 속도는 어느덧 가속이 붙었다. 방대한 작품을 꼼꼼하고도 차분히 읽어내는 줄리언 반스의 시선과 문장력에 탄복했다. 덕분에 나의 독서근육이 한겹 단단해진 느낌이다. 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예술이 주는 지속적인 즐거움 가운 데 하나는 의외의 각도에서 접근하여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힘이다.(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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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만 아는 농담

김태연

다산북스

 

 

 

 


 <다산북스 열독 응원 프로젝트 매3>에서 보내주신 첫 번째 에세이집 <우리만 아는 농담>을 받았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한데, 일과 관련하여 아이와 함께 주로 책을 찾다보니 정작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를 위한 시간을 선물하자는 마음에서 응모했던 다산북스의 이번 이벤트는 그런 의미에서 기대감이 컸다. 에세이 3권과 함께 이 가을, 작은 틈을 내볼 수 있다니 그것 자체가 귀한 행복이다.

 

 ‘3첫 번째 주자는 김태연 작가의 <우리만 아는 농담>이다. 에세이라 해서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보라보라 섬이라니! 시작부터 세다.

 


# 보라보라 섬 편지

 보라보라 섬. 이라고 써 놓고 한참을 들여다 본다. 지금 여기로부터 얼마만큼의 시공간을 벗어나야 닿을 수 있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 곳.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 남태평양의 작은 섬마을 보라보라에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만 아는 농담>은 섬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때로는 도시에서 생각할 수 없는 예상밖의 일들이 수시로 펼쳐지는 섬에 대한 시선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남태평양의 섬,에 쉼표를 하나 찍고 이국의 낭만적인 멋진 풍경과 삶이 그려지려나 예상했으나 섬은 삶의 공간 그 자체였다. 바닷가의 멋진 숙소가 떠오르나 현실은 집세를 고려하여 이사도 다녀야 하고, 남편의 꿈이었던 피자 가게를 남편과 함께 운영하기도 했다. 정전도 수시로 되어 칠흑 같은 밤하늘 아래 모기떼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마트 물건도 쉬이 동나는 곳, 종합병원에 가려면 200여 킬로미터 거리의 타히티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들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일깨워준 마리오와 꼬맹이, 행복과 소비에 대해 돌아보게 했던 벌거벗은 아이 모아나네 가족들, 집 한켠을 나누어 함께 살았던 외국 친구들, 삶의 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돌아보게 해준 디에고, 한국말을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 고양이 쥬드, 자신만의 행복을 일궈가는 작은 빵집 사장님 조프리, 삶과 여행에 질문을 던지는 마농씨네 가족들,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반가운 따뜻하신 포에 할머니 등이 저자의 현실 이웃들이다.

 또 우리는 너무 달라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구나.”라며 다름의 가치를 귀하게 여겨주시는 시어머니 오드레, 언제든 친구 스위치를 켤 수 있는 멋진 남편이 곁에서 함께 한다.

 

 여러 번의 계절이 바뀌면서 이방인이었던 저자는 현지인이 되어 간다. 마트 직원은 저자가 좋아하는 매운 고추를 집에서 따다 건네기도 하고 망고가 흔한 섬이니 망고는 사지 말라고 한 가득 안겨준다. 누군가의 자리를 잠깐 부탁받아 일하기도 하고 지역 축제의 영상을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움과 그리움도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다. 평생을 바쁘게 사신 부모님, 콜라 한 잔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소하고 유쾌하신 할머니,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는 언니 그리고 반가운 택배들.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아주 먼 거리의 섬 보라보라에서 저자는 그런 가족들을 애틋하고 담담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편도 항공권으로 보라보라섬에 도착했을 때는 설렘과 긴장 가득했지만 저자는 섬에 살면서 중요한 것은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이 아닌,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 인생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

 

 저자는 담백하면서도 편안한 시선으로 그곳의 삶을 문장으로 끌어올린다. 문장들이 화려하지도 힘이 있지도 않지만 보라보라섬처럼 끌림이 있다. 조금 동떨어진 곳 같지만 여전히 여기와 같이 치열한 삶이 있고, 지금 해야 할 일이 있고, 인생의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는 보라보라섬. 문장보다 수없이 더 많았던 날들은 흘러가고 여과되어 이제 평화롭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 우리 땅 저 멀리서 좌충우돌 살면서 성장하는 저자의 일상은 지금 이곳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가 그곳에서 발견한 행복들은 일상의 틈을 비집는다. 느리게 흘러간다는 보라보라섬의 시간법도, 대소사가 있어도 선뜻 출발하기 어려운 아주 먼 거리감도, 그럼에도 하루하루 흘러가는 그곳의 이야기는 묘하게 지금 여기와 오버랩이 된다.


 저자의 단편마다 등장했던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라고 맺는 끝문장.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하고 괄호 하나를 부여한다. 정말 알 수 없는 미래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오늘 하루에 집중하고 반짝이게 하자는 의미로 느껴진다.

 

 <다산북스 열독 응원 프로젝트 매3>의 에세이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삶의 위로와 응원, 인생에서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를 구하는 것처럼 반짝거리는 일이 아니어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거나, 그저 지루함을 버텨내는 일이거나,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일이어도 괜찮다.(중략)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쓸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각의 일들을 지나오는 동안 우리가 조금씩 성장해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무리 작은 일도, 무의미한 일도 그래서 모두 의미가 있다.(57)

 

-세상은 더하고 빼면 남는게 없는 법이라더니, 보라보라 섬이 딱 그런 것 같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쁜 일도 생긴다. 행복하다기엔 만만치 않고, 불행하다기엔 공짜로 누리는 것 투성이다. 깨끗한 공기, 따뜻한 바다, 선명한 은하수. 어디든 더하기만 있거나, 빼기만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118)

 

-모든 여행에는 여행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겨진 목적지가 있다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앤텔로프 협곡을 기점으로 이번 여행의 숨겨진 목적지는 장소가 아닌 사람, 곧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 조금씩 용기를 내주었던 것 같다.(188)

 

 위의 문장들도 오롯이 남아 의미가 되고 힘이 되어 삶의 모서리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다. 덕분에 삶의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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