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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평점 :
그림책 한 권의 힘
이현아 지음
카시오페아

『그림책 한 권의 힘』은 현직 교사인 저자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쓰고 만들어 소통했던 그림책 만들기 수업 과정과 그림책이 어떻게 마음에서 공명할 수 있는지를 담아낸 책이다. 아이를 키우며 그림책이 좋아져서 그림책은 물론 그림책 관련 책도 찾아서 읽고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그림책 만들기 과정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하였는데 오래도록 이 책이 마음에서 맴돈다.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선 선생님의 마음과 그림책의 힘이 잠잠했던 내 마음에 울림으로 머무는 책!


이 책은 PART1~PART6까지로 교실 속 그림책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와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구성하여 보여준다.
PART1 왜 그림책 수업인가?-‘교실 속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까지
PART2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만나다 - “질문하고”
PART3 그림책과 통하다 - “읽고”
PART4 그림책으로 나를 표현하다 - “쓰고”
PART5 그림책으로 예술하다 - “만들고”
PART6 그림책으로 흘러가다 - “나누고”
# 통로가 된다는 것
------‘뚜껑을 열면 통로가 될 수 있다.’ 나는 작다. 그러나 나를 열면 드넓은 통로가 된다.(64쪽)
------나는 종이 귀퉁이에서 반짝이다 사라져버리는 그 흔적들이 너무나 아까웠다. 아이들이 쓰고 그린 흔적을 붙잡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키워내고 싶었다. 꼬물거리며 생동하는 단어와 문장에 독자를 찾아주고 귀중히 여김을 받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나니 어느덧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건네는 한 마디, 써내는 한 문장을 놓치지 않고 모으는 문장 수집가가 되어 있었다.(33쪽)
이 책을 읽으며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생각의 머무름을 표시하였다. 다 읽고도 오래도록 마음에 걸려있는 감정들을 들여다본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감동으로 남은 부분들, 공부가 필요한 부분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배우게 된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로 저자, 즉 선생님이었다. 현실에 존재하는 선생님! 통로가 되는 삶으로써 더 넓은 확장성을 꾀하며 소통하고 아이들 마음이 담긴 문장들에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지식을 가르치는 일보다 아이들의 마음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주는 일이 중요한 일임을 깨닫고 움직이는 분. 그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선생님의 이러한 시선과 행보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나누는 출발점에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경계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하는 즐거움을 직접 맛보고 나니, 아이들에게도 이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떤 분야에서든 멀찌감치 서서 관망하는 사람이 아닌, 직접 해보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추천해주고 싶었다.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게 되든지 간에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뒤는 일인가!(49쪽)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쓴 책을 보여주고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주는 일이 아니라, 그저 아이들의 이야기를 묻고 들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330쪽)

위의 문단에서는 공교육에서 그림책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6년째 진행하고 있는 저자의 동기와 필요성, 마음가짐을 살필 수 있었다. 마음으로 다가서고 아이들에게 표현이란 쉼을 주고 싶었던 저자의 심연을 생각하니, 그저 그림책 만드는 기술적 방법이 궁금했던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진심어린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단단한 마음이 있었기에 어린이 작가들의 마음을 울리는 그림책 이야기 씨앗들을 발굴하신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분이 공교육에 계신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고 마음이 먹먹해졌다.
# 공명하는 그림책
------사람은 아무런 의미 없는 먼지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서로에게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면 우주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작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각자의 떨림이 생기면 서로에게는 울림이 되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공명하며 오늘 또 하루를 살아간다.(123쪽)
이 책을 읽다보면 『그림책 한 권의 힘』에서 방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저 그림책을 잘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을 원했다면 오히려 이론서를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하여 그림책 프로젝트 수업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그림책을 만들고 나누었는지의 이야기는 그림책의 효용성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생각해보게 했다. 오늘 하루도 공명하며 살아가듯이, 어쩌면 오늘도 그림책을 읽으며 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명하고 있지 않을까!
------‘창의력’, ‘감수성’이란 단어는 꽤 추상적이고 저 멀리 있는 단어 같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내가 느끼는 바를 표현하다 보면 그것이 곧 감수성이 넘치는 창의적인 작품으로 이어진다. 창작하는 삶은 우리의 삶과 멀리 동떨어진 곳에 존재하지 않음을 나는 매일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다.(101쪽)
------매일 아침 독서시간마다 아이들과 함께 좋아하는 그림책 한 장면을 꾸준히 찾았다. 나는 ‘나와 마음이 통하는 그림책 한 장면’을 간단히 줄여서 ‘통(通)그림책’이라고 불렀다. (149쪽)
------그림책 창작의 씨앗은 그림 실력도 글짓기 실력도 아닌 ‘사려 깊은 눈’이다. (184쪽)
‘그림책은 누구나 독자가 될 수 있고 또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 문장이 맴돈다. 그림책의 독자층이 한층 넓어졌다. 또한 창작층도 한결 다양해졌다. 작년 독서대전에 갔을 때 <제주 어르신들 그림책> 코너에서 발길이 멈추었다. ‘날 것’이 주는 울림통 그 자체였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문장들은 누구나 소통하며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충분히 격려한다. 그림책을 제작하기 위해 많은 기술적인 부분도 요하겠지만 작은 발견, 마음의 울림이 있던 풍경이나 일들을 바라볼 수 있는 ‘사려 깊은 눈’이 그 시작이다.
------그림책의 완성은 도착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다. 그림책을 완성하고 나면 이제 ‘창작 선순환 독서 활동’을 토대로 교실에서 충분히 감상 활동을 펼칠 차례다. 그림책을 완성해낸 아이들은 주체적인 창작자로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교실 안에서 새로운 감상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319쪽)
-------‘어쩌면 이야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을 발견해서 고스란히 그물에 담아 ‘건져 올리는’ 것이 아닐까?’ 바다처럼 출렁이는 아이들의 가슴에 그림책이라는 촘촘한 그물이 던져졌다. 그 그물로 건져 올린 싱싱한 이야기들이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갈치처럼 눈부셨다.(173쪽)
그림책을 읽는 전 과정에서 다양하게 느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음을, 공명의 주파수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읽고 만든 그림책은 함께 감상하고 토론하며 교류의 지평을 넓혔다.
또한 어린이 작가들의 그림책은 전국의 다른 학교 어린이들과, 해외의 다른 초등학교 어린이들과도 교류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더욱 확장되었다.
-은유 거울을 통한 자기 표현
-숫자, 음계, 색깔 등으로 나를 표현하기
-여섯 조각 이야기
-이너보이스활동으로 스토리텔링하기
<PART4 그림책으로 나를 표현하다 “쓰고”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활동>


*어린이 작가들의 그림책



* 특히 도움이 되었던 구성 :
- 본문의 내용과 관련되고 활용했던 그림책 정보 제공
- <그림책에 쏟아진 마음> 아이들의 마음 한편이 어떻게 그림책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감동적이었던 구성
# 마무리
------나는 좋은 그림책이란 마지막 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던진 화두로 인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마음이 출렁이는 그림책. 읽는 이의 가슴을 깨워 책 밖에서의 삶의 다시 시작하게 하는 그림책.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를 가리키지만, 다 읽고 난 뒤 내 삶에 작은 한 가지라도 변화의 흔적을 남길 때 비로소 완성되는 행위가 아니던가.(340쪽)
나에게 그림책은 어떤 존재인가를 비롯하여 많은 질문을 던졌던 『그림책 한 권의 힘』. 학교 어린이들이 마음 한켠을 돌아보고 그림책 작가로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의 그 대단원의 서사가 한 권의 책에 정말 알차게 담겨 있다.
그림책에 대한 저자의 넓은 식견과 정보, 실제 그림책 만들기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고 며칠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조만간 다시 한번 꼼꼼히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