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달토끼야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0
문승연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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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이의 어린이집이 집근처라 저녁 7시반까지는 무조건 아이를 찾게 되지만

작년초까지만 해도 집에서 지하철역 다섯정거장을 더 가야했다.

그래서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찾아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을 돌아오는 일상을 2년 넘게했는데, 몸과 마음이 지칠때도 많았지만, 소중한 기억들도 많다.

안녕, 달토끼야 책을 볼때도 항상 아이와 걷던 길이 떠오른다.

 

아홉시 가까이 돼서야 아이와 함께 동네에 도착해서 길을 걸을때

늦은 시간이라 맘이 급한 나는 아이 손을 끌며 걷는데

아이는 엄마 손이 이끄는데로 걸어주지 않는다.

간판도 봐야하고, 길바닥의 무늬와 불빛도 봐야하고, 계단도 뛰어내려야 하고, 올라가야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녀야지.

하루종일 기다리던 엄마를 만났으니 기분이 좋아 그러지라고 이해하면 좋으련만

집에가서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또 내일을 준비할 마음이 급한 나는

아이를 걷게 하지 못하고 들쳐 안고 걸어간다. 그래야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으니.

 

그런데 아이가 엄마가 미처 못 본걸 먼저 발견했다.

 

"엄마 보름달이야"

어둑어둑한 밤 하늘엔 보름달이 떠있다.

 

"그러네"

"엄마 달토끼가 살지도 몰라. 그치?"

 

안녕, 달토끼야 책을 본 탓인지, 아이는 보름달만 보면 달토끼가 산다고 한다.

나도 어릴때 그런 이야기를 믿었던 것도 같은데... 달에는 토끼가 산다고.

물론 금방 사실을 알게 되면 깨지게 되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아이가 달을 볼 때마다 하는 이 이야기가 참 좋다.

 

보름달을 만난 밤엔 항상 달토끼 책을 본다.

 

처음엔 달토끼 혼자 절구에 떡방아를 찧어 떡을 만든다.

쿵덕쿵 쿵덕!

떡방아 소리에 동물친구들이 하나씩 몰려온다.

꼬마 쥐도, 뱀도, 거북이도 큰 곰도...

그리고 함께 신나게 떡을 만드는데, 그 떡냄새가 솔솔 땅에까지 내려왔다.

 

훈이는 자기도 올라가고 싶다고 하고, 달토끼는 훈이에게 맨발로 나무에 올라오라고 한다.

훈이가 나무에 올라가면 나무가 쑥쑥 자라 달토끼를 만나러 달에 갈 수 있다.

 

그렇게 모두 함께 떡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내용이 쉬운만큼 어린 아이들도 볼 수 있는데, 판형이 커도 둥근 모서리 처리를 해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내가 잠자리에 읽어주다 떨어뜨려 모서리에 맞은 기억이 있다. 엄청 아팠다.)

그리고 훈이가 나무를 타고 쑤욱 올라가는 장면을 세로로 돌려 봐야 하는데, 가로인 상태로 종이를 올려서 쑥쑥 정말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보이면 좋을텐데라는 그런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이렇게 따뜻하고 단순하고 포근한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본 추억은 지금도 생각날만큼 좋다. 이제는 내용이 쉬운 책은 가져오지도 않지만, 나혼자 아쉬워, 아이가 어릴때본 그림책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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