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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웜프 씽 - 물의 기억과 습지생태 이야기
안창우 지음 / 지오북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나의 스웜프 씽
안창우(Changwoo Ahn, Ph.D.)2025지오북
오늘도 안녕하세요,
네이버 블로거 '조용한 책 리뷰어'
'조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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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안창우 작가는 수문학과 생태학을 아우르는 연구자다.
그는 오랫동안 강과 늪, 작은 습지와 인간이 만든 물환경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며 물이라는 존재가 생태계와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왔는지 연구해왔다.
논문 속 과학자로만 머문 것이 아니라 현장에 발을 담그고 흙냄새를 맡으며 자연을 몸으로 경험하는 생태학자다.
이 책은 그의 연구 노트이자, 물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속삭임을 기록한 일기처럼 읽힌다.
이 책의 중심은 습지라는 공간이다.
전에는 그저 물이 고여 있는 장소 정도로 여겨졌던 곳이 저자에겐 삶을 다시 읽게 만드는 장이다.
습지는 겉으로 보기엔 정지된 물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느리고 넓게 움직이는 시간의 강 같은 곳이다.
바람이 만든 파문, 물속에서 올라오는 기포, 뿌리를 깊이 내린 식물들, 그리고 작은 곤충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흔적까지 각각이 서로 얽히면서 생태계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런 습지를 오래 보고 있으면 도시의 속도와는 다른 지구의 맥박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습지에 발을 들이면 시간이 수평으로 흐르고 생명은 서로의 죽음과 탄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긴 주기로 순환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습지는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라 지구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저자는 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기억을 품은 존재로 바라본다.
비가 떨어진 자리, 물이 고였던 웅덩이, 흐르는 강의 흔적, 심지어 인공저수지까지물은 지나온 시간의 정보를 지닌 채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인간이 습지를 오랫동안 잘못 이해해왔다는 점이다.
습지는 개발이 필요 없는 땅으로, 정리와 정돈의 대상처럼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습지를 없애거나 줄이는 순간 물은 갈 곳을 잃고 생태계는 균형을 잃는다.
이 책에서 습지는 과학적 대상이자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복원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인간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덮은 후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습지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지구가 숨을 고르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자연을 바라볼 때 눈에 보이는 풍경만을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 아래에서 오가는 수많은 생명과 물의 층위를 보여준다.
특히 물을 기억의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은 내 사고를 완전히 뒤집었다.
똑같아 보이는 습지도 어떤 비가 내렸는지 무슨 일이 지나갔는지 그 사건의 층위가 물속과 땅속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지구를 살아 있는 존재로 보게 만들었다.
습지를 이해하는 일은 사라지는 자연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삶을 떠받치는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이 책은 생태를 이해하는 일이 곧 삶을 다시 이해하는 일임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요약
숨을 고르는 공간, 삶을 다시 이해하는 일, 지속 가능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