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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리점 ㅣ 우리 아이 인성교육 27
록사나 옌줴예프스카-브루벨 지음, 요나 융 그림, 김영화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마음 수리점
록사나 옌줴예프스카-브루벨2025불광출판사
오늘도 안녕하세요,
네이버 블로거 '조용한 책 리뷰어'
'조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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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록사나 옌줴예프스카-브루벨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용하게, 하지만 단단하게 채색하는 글을 쓰는 작가로, 그녀의 글은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지만, 그 바닥에는 어른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감정의 결을 다루는 힘이 있다.
어린이 특유의 직관과 어른의 사유가 혼재된 방식으로 감정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능하다.
그림을 맡은 요나 융은 색의 온도와 여백을 잘 다루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이 책에서는 현실의 형태를 그대로 그리는 대신 감정이 어떤 모습으로 변형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따뜻하지만 단정하고, 자세히 보면 작은 디테일이 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음 수리점은 아이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감정의 균열을 수리점이라는 은유적 공간에서 다루는 그림책이다.
여기서 수리점은 실제 가게가 아니라 불편한 마음이 찾아갈 수 있는 상상 속 공간에 가깝다.
책은 한 아이가 어느 날 마음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분이 뚝 떨어지기도 하고, 어제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이 오늘은 유난히 거슬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엇나감이 계속해서 아이의 하루를 흔든다.
아이에게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이 감정의 무게를 혼자 버티기에는 너무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때 아이는 마음 수리점이라는 낯선 공간을 찾아가게 된다.
책의 첫 부분은 마음이 제멋대로 움직일 때 아이의 시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보여준다.
마음 수리점은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누구의 마음 상태인지에 따라 공간의 모습이 달라진다.
책은 마음을 고치는 작업을 기계 수리처럼 다루지 않으며 나사를 조이거나, 부품을 교체하거나, 기름칠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면서 여기서는 아이의 감정을 천천히 꺼내어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보고 그 감정이 결국 아이를 어떻게 지키기 위해 나타났는지를 보여준다.
마음 수리점의 핵심은 잘못된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자리 잡을 공간을 다시 마련해 주는 것이다.
책은 마음 수리점이 마법을 부린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마음 수리점은 아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지만 정작 가장 깊게 읽히는 독자는 어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게는 낯선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낮고 편안한 말로 알려주고, 어른에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묵혀 둔 감정이 어떻게 다시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좋았던 점은 감정은 없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 책은 불편한 감정을 버려야 할 대상이나 고쳐야 할 결함으로 보지 않는다.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를 붙잡아 왔는지를 살피는 과정에서 감정과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그림책 한 권이지만 심리치료의 핵심을 아주 부드럽게 담고 있다.
읽고 나면 마음 한쪽에 작은 수리점이 생긴 것 같다.
힘들 때마다 잠시 찾아가 쌓인 감정을 내려놓고 다시 조금씩 내 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 말이다.
요약
작은 수리점, 심리치료의 핵심, 낯선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