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시절 - 파리가 스물다섯 헤밍웨이에게 던진 질문들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김욱동 감수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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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대표작이라고 하는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다.
주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로 헤밍웨이는 마초기질이 강하다 이런 선입견만 잔뜩 갖고 있었다. 그래서 더 헤밍웨이의 작품을 안읽었던 건 아니었을까.

막상 읽어본 헤밍웨이의 <서툰 시절>은 말 그대로 20대의 젊은 헤밍웨이가
해외 특파원으로 부인과 함께 파리에서 지낸 6년을 담은 우당탕탕 파리시절 이야기였다.
어떻게 읽어보면 일기같은 느낌도 있지만 서투른 20대의 나이라고는 해도 어떻게 이런 표현을 썼을까 싶은 표현들도 많아서
내가 갖고있던 선입견을 많이 없애줬다.

서투른 시절의 글도 이렇게 좋은데 원숙한 작가로서의 헤밍웨이가 쓴 글들은 얼마나 좋을지 궁금해졌다.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좋은 책을 제공해주신 아르테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책속에서
🔖73p.
파리처럼 나무가 많은 도시는 봄이 오는 게 눈에 보인다.
매일 조금씩 다가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따뜻한 밤바람이 불어온 다음 날 일어나 보면 봄이 와 있다. 하지만 가끔은 차가운 장대비가 봄을 저 멀리 밀어내 버린다.
그러면 봄이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고 인생의 한 계절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그때가 파리에서 유일하게 슬픈 시간이다.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보통은 가을이 슬플 거라고 생각하겠지만(나뭇잎이 전부 떨어지고 바람과 차가운 겨울빛에 앙상한 가지만 드러난 나무를 보면서
내 안의 일부가 죽은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니까), 아니다. 그래도 그때는 얼어붙은 강이 언젠가 녹게되어 있듯이 언젠가 봄이 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차가운 비가 성큼 다가온 봄을 막으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요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슬퍼진다.
언제나 결국 봄은 오고야 말았지만 봄이 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졌다.

🔖106~107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아 어깨에 내려앉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노트에 글을 썼다.
웨이터가 크림 넣은 커피를 가져왔다. 커피가 식었을 때 반쯤 마시고 그대로 놓아두고는 계속 글을 썼다.
글을 다 썼지만, 강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웅덩이의 송어, 통나무를 쌓아 만든 다리로 물결치며 올라오는 강물.
내가 쓴 이야기는 전쟁 이후의 귀향에 관한 것이었지만 전쟁에 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강은 그대로겠지만 내 글에는 많은 것이
담겨야 한다. 앞으로 매일 그렇게 할 것이다. 이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독일에서 온 돈이 주머니에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이 돈이 떨어질 때쯤이면 또 다른 돈이
들어올 테니까.
지금 내가 할 일은 머릿속을 차분하게 다스리고 있다가 내일 아침이 밝으면 다시 글을 쓰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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