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강하다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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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릴 적 키워주신 할머니가 계신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된 강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하다가 사는 도시에서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좀비가 되는 전염병이 퍼지고
갑작스럽게 봉쇄가 되는데


할머니만 두고 떠날 수 없었던 하다는
도시에 머무르며 할머니와 남기로 결정한다.


하다는 달리기를 잘 하는 아이였고
다리를 다친 은우를 도운 것을 시작으로
10층의 아기 사랑이와 사랑이 엄마
1층에 혼자 남겨진 지민이
옆 동에 살아남은 할머니의 친구 현동 할아버지까지 구해낸다.


이야기는 그동안 서로 좋아했지만 미처 맺어지지 못했던
하다의 할머니와 현동 할아버지의 결혼식에서 끝이 난다.


도시의 봉쇄가 어떻게 되었는지
백신이나 치료방법도 모른다


아포칼립스의 비정함보다는 어딘가 발랄한 느낌의 재난물이었다
물론 인간의 무한 이기심과 비정함은 존재했지만
타인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의 맛있는 음식과
사랑을 듬뿍 받고자란 하다 덕분에 재난 상황을 용감하게 헤쳐나갈 원동력을 얻은 게 아닐까
할머니와 하다를 통해서
앞으로의 시간들도 어려울지언정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P.16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는데도 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다 컸는데도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내가 싫어서 머릿속으로 자유롭게 달리는 상상을 했다. 계속, 계속.


🔖P.41
”이런 상황에서도 배가 고픈 게 웃기지? 웃겨도 잘 먹어야 해. 먹는 게 남는 거야. 힘이 냐야 뭐든 할 수 있어.“


🔖P. 95
나를 만나 행복했지만 엄마는 일의 공백을 힘들어했다. 정작 아기를 낳자고 한 아빠는 육아를 전혀 하지 않아 아주 많이 미웠고, 때로는 아기인 내가 미웠지만, 그래도 내가 못내 사랑스러워 괜찮았다고 말하곤 했다.


🔖p.96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만 저 밖에도 사랑하는 게 있어. 엄마를 위로하고 싶지만 나 혼자로는 엄마를 달래 줄 수 없어. 내가 울어도 엄마는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 그러니까 괜찮아. 어린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할머니가 내게 사랑을 듬뿍 주어서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못해 다행이었다.


🔖p.108
그렇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화내고 위안받고 힘내겠다고 말하는 사랑이 엄마를 보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게 마음을 나누는 일이고 그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고, 앞에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힘을 낼 수도 있는 거니까.


🔖P.137
혹시 이 아이도 그런 걸까. 돌아오지 않는 부모님을 혼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을까. 무서울 텐데도 꿋꿋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서 버틴 게 대단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좀비가 달려오는데도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나를 구해 주다니. 겁에 질렸는데도, 나를 살리기 위해 내 팔을 잡아 당기던 작은 손이 아직도 선명했다.


🔖P. 158
우리는 노력 끝에 마침내 한 식구가 되었다.


🔖P. 179
“가족을 다른 표현으로 식구라고 하잖아. 식구라는 단어가 갖이 지내면서 밥 먹는 사람이래. 우리 할머니 옛날에 시장에서 작은 식당을 했었거든. 그때 돈 없다고 하면 그냥 주고, 배고프다고 하면 더 주고 그러면서 사람들 많이 챙겼어. 다들 식구 같은 손님이라고. 가족이라고. 그래서 식당을 그만둔 지금도 이 근처에서 왕언니로 통해.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으면 우리 할머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언니, 누님하며 인사한다. 네가 대학 가면 밤톨이 잘 지내려나? 반찬 좀 보내 줘라, 하실걸. 너, 할머니가 해준 밥 많이 먹었지? 네가 만든 빵이랑 쿠키도 우리 다 같이 먹었고. 그러니까 너도 우리 식구야. 알겠어?“


🔖P. 204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보니 눈물이 나올 정도로 행복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어도, 나이를 먹었어도 사랑은 사랑이다.


🔖P.229
결혼식장은 춤판이 되어 다들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바람이 불어오며 레이스 그날막이 한들거리자 빛 그물도 일렁거리며 우리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었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모든 일이 잘될 것 같다는 폭죽처럼 보였다.
우리는 사랑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 한가운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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