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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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소설이 담겨있고 연작소설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던 내게 연작소설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티저북으로 읽었던 <김조안과 함께하려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첫번째의< 붉은 행성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다음에 또 읽게 되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sf소설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건 최근에야 알게되었지만 읽다보니 생각보다 더 재미있고 정말이지 내가 죽기 전에라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서 더 공감이 되었다.
게다가 소설 속 화성도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던가!
이런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읽고 또 읽고 싶다.

붉은 행성의 방식

P.42
마음에 글자가 새겨졌다. 날카롭게 각인된 헛된 희망이 칼 날이 되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지구의 죽음에 애도하지 않기로 한 기록자의 영혼이 비석처럼 가만히 먼지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화성에서 가장 아픈 날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날.

p.43
“화성인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뭘까요? 모험 심? 호기심? 아니면 고집?”
(중략)
”아니요, 의외로 회복력이에요.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 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돼 있죠. 위성도 조종사도 필 수 인력이나 핵심 장비도, 서로서로 임무가 포개져 있어요.
하나를 잃어도 다른 개체가 이어받도록, 애초에 그렇게 구성 해서 화성으로 보내진 거예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심우주를 건너서.“

p.44
그 후로도 오랫동안 화성인들은 여백을 직시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 붉은 행성의 광대한 여백에는 리바이어던이 한 마리도 그려지지 않았다. 희나가 남긴 커다란 빈자리는 지요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붉은 행성의 방식이었다.

위대한 밥도둑

p.126
“그냥 밥도둑이 아니라 가장 위대한 밥도둑이죠.(중략) 밥이라는 음식이 진정으로 완성되는 건 아마 그 순간일 거예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화상에서 밥은 아직 완성된 적이 없습니다. 간장게장이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에요.“

행성봉쇄령

P.175
둘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가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지만, 그걸 몰라도 알 수 있었다. 둘 모두의 삶이 짧게나마 완성되고 있다는 것을, 그 온전함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꼭 영원한 것만이 가치 있는 건 아 니라는 사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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