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각, 최후의 20년 - 어느 중국 지식인의 운명
육건동 지음, 박한제.김현종 옮김 / 사계절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일전에 매체 이곳저곳에서 다룬 이 땅의 문화인으로 한창기 선생을 다룬 책들이 나왔다. 그 책들 가운데 어느 표지를 보니...이미 오래 전에 없어진 종로서적에서 그 잡지를 보았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뿌리깊은 나무나 샘이깊은물이 혹간 한묶음씩 헌책방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으나.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학원이라는 잡지만큼 내 기억속에 똬리를 틀고 있지 않았기에 기냥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80년대 수업을 파하거나 봄 바람이 그 공간에서 벗어날 것을 유혹하는 날이면 늘 상 그 길을 걸어 돌아서 가던 종로서적의 그 계단을 올라가면 눈에 띄었던 그 잡지들이었지만.........그리고 시간이 지났다.......어느날 난 이런 소식을 들었다. 한창기 선생이 자신을 조선호텔에서 조찬시간에 만나자고.....가 보니....헐렁한 츄리닝 차림으로 자신을 만난 뒤..잠시 시간을 달라 하더니...그 말끔한 예의 그 차림(서양식이었든 동양식이었든 관계없이)으로 자신을 다시 만나 이런 저런 요구를 하더라고....요지는 자신의 잡지에 이런저런 일..글이든/그림이든...을 하게 된다면...차후 크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이곳에 기댈 언덕을 만들라고.....정중한 강압인지 아니면 문화(인)를 빙자한 다른 그 무엇이었는지...나는 알 수 없지만............

이땅에서 한국문화탁명지인으로 지칭되고 있는 그 한창기 선생이 과연 명실상부하고 표리부동하지 않은 말  그대로 '한국문화탁명지인'인지 후대 사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번 진인각 최후 이십년을 읽으면서 느낀..당연히 그 시대와 함께 호흡하지 않았기에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세기난우'는 조금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자신의 삶의 뿌리인 문화에 목숨한 기탁한 사람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알 수 있었다. 중국 당대사에서 피할 수 없는 문혁의 과정에서 진인각 선생은 과연 어떠했는지, 그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명목상으로 중국 현대(사상/문화)사에서 그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이들과의 내면적인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7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었지만, 그리 따분하지 않게...솔직히 한 200쪽 읽아 손을 놓았지만...여전히 머리 속에서는 읽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명령이 따라왔다.....그리고 중국 당대 지식인의 숨겨진 모습을 살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쉬운 점도 조금은 있었지만 중국 당대사나 그 속에서 살아갔던 지식인의 행태를 엿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즐거운..되이 땅의 지식인들의 행태와 비교하면서...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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