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높새바람 43
이여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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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그러면 무지 어린 것 같고 6학년, 그러면 되게 어른 같았다.

 

초등교육의 마지막 단계는 6학년, 보통 열세살이다. 학교에서 가장 큰 학년으로 대접받지만 집이나 사회에서는 아직 어린나이이다.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대우는 아이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준다. 어떨땐 혼자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강요하면서 어떨땐 아직 어리니 어른의 이야기를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런 복잡미묘한 상황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란다.

 

진서와 민수는 6학년이다. 방송댄스가 꿈이지만 엄마가 원하는대로 I want to be a nurse를 적어야 하는 진서 그리고 아빠의 억지에 야구장에 끌려다니는 민수는 한 사건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아니 자신의 감정을 알아간다고 하는 게 좋겠다.

 

엄마가 영어공부를 해주는 진서는 자신을 무시하고 나무라는 엄마와 늘 따뜻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교회선생님을 통해 어른을 본다. 진서에게는 자신의 진짜 꿈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한데 진서 주위에는 그런 어른이 없다. 진서는 베스트프렌드 우희에게만 자신의 꿈을 말했다.

 

진서의 엄마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일거다. 나도 그랬다. 엄마라는 역할에 빠져 그 역할놀이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없어지고 선생님만 남았다. 큰 아들은 나무라는 엄마와 야단치는 아빠 사이에서 입을 다물고 책상에 엎드려있는 무기력한 아이가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EXcAy2rnk

 

사춘기의 뇌는 전전두엽의 뇌세포에서 사용하지 않는 신경회로가 잘려나가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일어난다. 뇌의 후두엽으로 전달된 자극은 뇌이랑을 거쳐 전두엽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이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이러한 뇌의 발달은 사춘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 기회를 잡고 아들과 친구같은 관계가 될 수 있었다.

 

꼬맹이 때는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싸우고, 초등학생이 되고부터는 공부 때문에, 친구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버릇 때문에 셀 수 없이 싸웠다. 그리고 지금은 춤 때문에……. 엄마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아니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싸워야 하나? 한마디로, 평생?

 

감정적 반응이 충동적이 되가지만 여전히 부모라는 울타리안에서 감정을 억압하며 이성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시기인 열세살. 콜버그는 도덕적 가치판단에 따라 다음과 같이 삼수준 6단계로 나누었다.

수준

단계

특징

전인습적 도덕성

1단계 : 벌과 복종 지향

권위자의 벌을 피하고, 권위에 복종한다.

2단계 : 도구적 지향

자신의 욕구 충족이 도덕 판단의 기준이며, 욕구 배분의 동기는 있으나 자신의 욕구 충족을 우선 생각한다.

인습적 도덕성

3단계 : 조화로운 대인관계 지향

대인 관계 및 타인의 승인을 중요시한다.

4단계 : 법과 질서 지향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사회 속에서 개인의 의무를 다한다.

후인습적 도덕성

5단계 : 사회 계약 정신 지향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공리주의, 가치 기준의 일반화를 추구한다.

6단계 : 보편적 도덕원리 지향

스스로 선택한 도덕원리 양심의 결단에 따른다.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에 의하면 보통 열세살은 추상적인 사고능력이 가능하고 가설을 세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가 완성되는 단계이다.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문제해결가인 열세살 아이들에게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진서와 난 어떤 사이지?’

친구라고 하기엔 아직 여러 가지가 모자랐다. 이름과 얼굴만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역시 애매했지만, 냉정하게보면 그 쪽이 더 가까웠다. ……(중략) 기분이 묘했다. 난생처음 확신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것 같았다.

 

우정과 사랑 앞에서 헷갈리는 시기, 열세살. 어른처럼 사랑을 흉내내기도 하고, 수줍은 첫사랑의 풋풋함으로 설레이기도 한다. 어쨌든 이성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Sullivan은 대인관계욕구의 변화에 따라 발달단계를 나누었는데 12~14세경에는 동성의 단짝관계에서 교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친밀감이 급증하며 이성친구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요즘은 대중매체나 SNS 등의 영향으로 이성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경험이 더 빨라졌다. 이에 반해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적 성역할이나 편견 등을 깨지못한 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 주위에 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방안이 필요하다.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일곱 살 딸을 보내며 작가는 이 글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글이 써지지 않던 어느 날 자꾸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마. 네가 뭔데? 그냥 동화는 재미있으면 돼.’라고 마음의 변화가 있었단다. 아이들 주위에 어른이 필요하다는 나의 생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어른은 아이들이 다가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 다정하게 듣는 어른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엔 너무 벅찰 때 곁에서 힘을 주고 길을 안내해주고 믿어주는 어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고 용기있게 헤쳐나갈 때 박수쳐주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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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부글 클래식 boogle Classics
칼 G. 융 지음, 김세영.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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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정명진옮김/부글/2015

 

 

목차

1장 어린이가 겪는 정신적 갈등

2장 어린이의 발달과 교육

3장 분석 심리학과 교육

4장 영재 아이

5장 개인적 교육에 무의식이 중요한 이유

6장 인격의 발달

7장 심리학적 관계로 본 결혼

 

인격의 발달과정을 찾으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융은 어린 시절부터 더 나아가 탄생에 대한 호기심의 해결에서 시작했다. 숨기거나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모에 대해 낙심한 어린이는 부모를 관찰하고 떠보면서 스스로 생명의 탄생과 그 기원을 알아간다. 융은 정신분석의 기반인 프로이드와 처음부터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

 

무의식을 이야기한 프로이드는 인간의 모든 잠재력과 문제에 대한 근원을 무의식에서 찾으려 했다. 융의 무의식은 의식의 어머니였다. 융이 말하는 의식이 생겨나는 길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감정적 긴장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다른 길은 명상의 상태이다.

유아기 초기의 기억은 개인무의식의 유아기층을 형성한다. 그리고 조상들의 삶의 산물로 물려받은 집단무의식의 비개인적인 층이 있다. 이러한 집단무의식은 꿈에 영향을 미친다.

다루기힘든 아이들을 다뤄야하는 상황에서는 굳이 집단무의식을 다루는 등의 심리학적 지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단순성과 상식이 필요하다. 분석지식은 교육자인 나 자신의 태도를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융은 아이들은 선생의 개인적 결점을 너무 정확하게 탐지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진실한 것과 거짓된 것을 잘 구분한다. 선생은 자기 자신의 정신적 조건을 잘 살펴야 맡겨진 아이들이 삐딱하게 나갈 때 문제의 원인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선생 자신이 악행의 무의식적 원인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마인드맵 수업을 거부하는 아이가 있었다. 다른 공부는 잘 한다는 아이인데 유독 마인드맵 수업을 하기 싫어해서 그럼 하지말라며 내보냈었다. 몇 주뒤 아이들의 부모를 모시고 마인드맵을 소개했다. 어머니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들이 잘 따라주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수업을 하기싫어한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수업을 듣지않으려는 상황을 안타까워하셨지만 아이의 뜻을 존중해주겠다고 하였다. 결국 아이의 문제는 다시 내 몫이 되었다.

나는 이제까지 마인드맵 수업을 생각해보았다. 마인드맵을 잘 따라하는 아이들은 주로 여학생이었고, 9명중 7명이 여학생인 가운데 남학생은 마인드맵을 싫어하는 이 아이와 4학년 형이었다. 여학생과 같이 있는 것을 유독 싫어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보니 또래 아이들과 사귀면서 남남여여 현상을 심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다음 시간에 이 아이를 여학생과 분리하여 수업할 수 있게 하였다. 마인드맵을 그리고 발표하는 모든 과정에 교사로 개입하느라 내가 다녀야하는 동선은 길어졌지만 마인드맵을 싫어하던 아이가 마인드맵을 그리고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리고 수업이 마친후 안녕히 계세요라고 처음으로 인사하였다. 아이에게는 마인드맵이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같이 수업하는 환경이 불편했던 것이었다.

 

융은 교육자라는 표현을 넓은 의미로 쓰고 있다. 모든 교육자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것을 삶을 통해서 스스로 직접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심리치료에서 결국 치료의 효과를 발취하는 것은 지식도 기술도 아니고 의사의 인격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교육은 자기교육을 전제로 한다.

영재아이에 대한 특별교육은 반대하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특별한 재능이 있기 때문에 한 분야에 탁월한 모습을 보인다하여도 다른 분야는 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면서 타인의 재능을 인정하는 겸손한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가슴의 재능이 있는 아이가 교사가 되는 것이 이롭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훌륭한 선생은 높이 평가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지만, 인간적인 감정을 건드렸던 선생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본다. 교과과정도 아주 필요한 요소이지만, 온기는 자라나고 있는 식물과 아이의 영혼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융은 교육은 세종류가 있다고 했다. 본보기를 통한 교육, 집단 교육, 개인적교육이다. 개인적 교육은 아이의 특별한 개성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개인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무의식의 영역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면 아이의 가정생활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외적 원인들이 아이의 심리에 어떤 종류의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꿈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인격이 발달한다는 것은 성인의 내면에 있는 아이가 완성되지 않은 채 보살핌과 주의, 교육을 요구하고 있음을 말한다. 융은 인격은 평생에 걸쳐 여러 단계를 느릿느릿 거치며 발달할 수 있는 하나의 씨앗이다라고 했다. 확고함과 전체성, 성숙이 없는 인격은 있을 수 없다. 이 세가지 특성은 아이에게 기대할 수도 기대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특성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강탈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미성숙한 애어른이 된다. 부모의 理想(이상)은 부모가 스스로 자기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부모의 실패를 성취하려 애쓰는 교육적 괴물을 낳는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격이라는 씨앗이 없는 경우에 그것을 훈련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충만한 삶의 과실로 인격을 성취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인격의 성취란 개인의 인간 존재를 최대한으로 발달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격형은 생물학적, 사회적, 영적 측면에서 평생을 요구한다. 인격은 살아있는 존재가 타고난 특질을 최재한 구현하는 것이다. 인격은 삶 앞에서 대단한 용기가 요구되는 행위이며, 그 개인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것이며, 또 자기 결정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누림과 동시에 존재의 보편적 조건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인격의 발달은 자기 자신의 존재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의식적으로, 도덕적으로 고민을 깊이 하면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인격이 발달할 수 없다. 인과적 동기, 즉 필연성 뿐 아니라 의식적인 도덕적 결정이 인격을 구축하는 과정에 힘이 있어야 한다. 필연성이 없다면 인격의 발달은 의지의 곡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결정이 결여되어 있다면 인격의 발달은 무의식적인 기계적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인격자는 소명을 믿는다. 소명을 가진 사람은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다. 개인은 전체로서 민족의 일부이며, 전체를 움직이는 힘에 다른 사람들만큼 휘둘리게 되어 있다. 인격자가 소명에,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면 그는 집단으로부터 분리되고 고립된다. 왜냐하면 내면으로부터 자신에게 명령하는 법에 복종하기로 결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격의 문제는 인간을 넘어서는 영역, 즉 어떤 신성한 이름으로 알려진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확인되듯이, 나역시 내면의 목소리, 소명에 기대야 했고, 그것을 막강하고 객관적인 정신의 요소로 정의했다.

 

(중 략)

 

위대한 인격자가 사회가 해방되고, 구원받고, 변화하고, 치유하는 데 이바지하듯이, 어떤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격의 탄생도 치유의 효과를 발휘하낟. 그것은 마치 늪지대를 느리게 흐르던 강이 돌연 원래의 강줄기를 발견하거나 씨앗을 누르고 있던 돌이 어쩌다 옮겨져 그 아래의 씨앗이 자연스런 성장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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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블레이크 넬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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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블레이크 넬슨 지음/홍한별 옮김/서해문집

 

 

2층에서 수학숙제를 노려보고 있는데 아빠가 들어온다.

 

아빠 : 엄마랑 대학이야기했다며?

: ……

아빠 : 네 계획은 뭐니?

: ……..

아빠 : 좋아하는 분야가 있니? 특별히 관심있는 분야가 있어?

: ……

아빠 : 나는 늘 너한테는 법대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장래를 생각하면 말이야.

: ???

아빠 : 네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잖니. 엄마 아빠한테 어떤 원망이 있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걸 내세울 때가 아니다.

: !!!

아빠 :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우린 이 문제를 아주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고, 네가 어디든 원하는 데로 가길 바란다.

: ……

아빠 : 생각해볼거니?

: ……

아빠 : 그래, 알았다……

 

본문 중 p.170

 

사춘기 남자아이를 자녀로 둔 아버지의 흔한 대화장면인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대화라는 명분으로 아들의 방문을 연다. 마침 수학숙제를 하려는 아들의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다짜고짜 대학이야기를 꺼낸다. 참고로 아들은 대학에 갈 의지나 마음이 별로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려는 마음이 강하다. 이미 아들에게 대학에 가면 최신 자동차를 뽑아주고 대학등록금도 걱정않게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들의 관심사는 전 여자친구를 잊지못해 여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에 집중이 되어있다. 결국 이 대화의 끝은 아들이 대학을 갈것을 생각해보는 것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리고야 말았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중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평균 30분 미만인 자녀가 42.1%였다.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자녀도 6.8%에 달했다.

 

산업화를 거치며 물질만능주의 사회구조가 되기까지 현장에서 가장 힘쓴 사람들은 우리네 아버지의 공이 컸다. 밤늦은 시간까지 가정보다는 회사일에 더 열심을 내었고, 그 결과 사회적 생산성이 향상되고, 국고가 늘었다. 아버지의 수고와 헌신은 사회를 키워냈지만, 정작 자녀와 소통하는 법은 몰랐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줄었다. 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퍼맨이 돌아왔다’, ‘오마이 베이비’, ‘아빠를 부탁해등의 공중파 방송은 엉성하고 서툴러도 자녀와 함께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들과 함께 방송을 하며 오히려 대화가 늘었다고 말하는 방송인 김구라의 부성도 사뭇 진지하다. 방송인이기 이전에 자녀와 함께 하고, 가족을 챙기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시청자도 인정하고 좋게 바라보고 있다.

 

마르크스와 나의 여친은 만 17세를 지나고 있는 고등학교 남학생, 제임스의 성장기이다. 이 나이의 가장 핫한 이슈를 일기에 자연스레 적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독자로 하여금 남의 일기를 몰래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작문 숙제 전문이 그대로 실려있어 그 나이 또래 아이의 평범한 작문 실력이 한 해동안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각 주제에 대한 관점이 어떠한지 마치 작문 선생님이 되어 읽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하였다.

 

처음 제목을 보고서는 사춘기 남학생의 성장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르크스라는 정치적 인물에 대해 나는 너무 진지했던 탓이다. 주인공에게 마르크스에 대한 견해는 작문숙제를 연속 퇴짜 맞은 후 작문선생님에게 처음으로 B+를 받은 소중한 경험이다. 이 글을 통해 작문에 대한 감을 잡았고, 그의 작문 실력은 나날이 발전한다.

 

그리고 그의 전 여친, 세이디는 내성적이고 평범한 그에게 좋은 면만 끌어내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2학년 때 만나 3학년이 되어 흐지부지 헤어졌지만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던 제임스는 다시 그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등 노력한다. 그의 고등학교 3학년은 작문과 여자친구에 대한 열정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일기와 작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하였다. 우정, 사랑, 맞닥뜨리지 않고서는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추상적인 이름의 만남 속에서 주인공은 때로는 어리숙하게 대처하고, 때로는 갈등하고, 의연해지다가, 결국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십대는 삶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미숙함이다. 십대는 대부분 시간을 무언가를 하는 법을 배우는 데 보낸다. 공부하는 법, 일자리를 얻는 법, 자위하다가 들키지 않는 법, 또 십 대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거기에 잘 대처하지도 못한다.

(중략)

사랑도 그렇다. 십대들은 사랑에 빠져 황홀경 속에서 거리를 헤매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이 깨지면 충격을 받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든 돌이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십 대는 어떤 일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모른다. 그래서 십대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본문중 185 

사춘기 남학생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 책을 보는 내내 아들의 근황이 내심 궁금했다. 무엇보다 나름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뭐 어쩌겠는가? 다만 지금처럼 아이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고, 간혹 아빠에겐 비밀로 해달라며 조용히 하는 부탁 정도를 들어주다보면 친구보다 약간 모자란 사이는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기말고사를 치르는 아이에게 여전히 잔소리가 턱밑까지 차오르다가 삐죽삐죽 새어나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웃으며 맞받아치는 여유있는 아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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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나쁜 마음이 점점 커지면? 배 터져요! - 유치원 교사와 사고뭉치 귀염둥이 아이들의 행복한 동행
정현숙 지음 / 혜문서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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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문에서 한 할아버지의 일기책을 소장한 박물관의 기사를 보았다. 여러권으로 되어있는 일기책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긴박함과 전쟁후 물가의 변화등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일기책을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30여년간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일상의 소중한 경험과 통찰을 적은 글이다. 그 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많은 학부모들을 보았을 유치원 선생님이 에피소드와 함께 삶을 바라보는 성찰이 담겨있어 한 낮을 시원하게 웃겨주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세 꼭지로 나눈 소제목은 동행, 선물, 성찰이다.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삶을 고민하고 작은 것에 감동받으며 살아온 흔적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단순히 아이들과 있었던 이야기로 끝나지않고 그것으로 삶의 지혜를 볼 수 있게 해주어 책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 우리 아빠는 하늘나라 가셨다."

"그럼, 구름 위에 있겠네"

"떨어지면 어떡해"

"아니야, 안 떨어져. 하나님이 붙잡고 있어"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아이와 친구의 대화이다. 아이는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과 자신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소중한 것을 박탈당한 슬픔의 그림자가 아닌 의지에 찬 얼굴이었다...... 아이는 구름 위에 있는 아빠를 붙잡아 주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아빠의 죽음을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구름위의 아빠는 절망이나 공포스런 모습이 아닌 환한 빛이었고 포근하게 안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문중-

 

가슴이 짜안한 상황이지만 아이들의 대화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힘든 일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숙연하게 한다. 오랫동안 교사로 활동해왔지만 늘 어린 아이에게서 배우고 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아이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느낀다.

 어린 아이는 어리석기에 잘 가르치고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해 온 무거운 짐을 이제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나의 교만함을 부끄러워 하게 하는 책이다.

 

조금 무겁게 썼지만 사실 이 책은 읽는 내내 활짝 웃었던 즐겁고 행복한 책이다. 아이들의 엉뚱함 속에 담긴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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