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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ㅣ 높새바람 43
이여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12월
평점 :
열세살, 그러면 무지 어린 것 같고 6학년, 그러면 되게 어른 같았다.
초등교육의 마지막 단계는 6학년, 보통 열세살이다. 학교에서 가장 큰 학년으로 대접받지만 집이나 사회에서는 아직 어린나이이다.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대우는 아이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준다. 어떨땐 혼자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강요하면서 어떨땐 아직 어리니 어른의 이야기를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런 복잡미묘한 상황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란다.
진서와 민수는 6학년이다. 방송댄스가 꿈이지만 엄마가 원하는대로 I want to be a nurse를 적어야 하는 진서 그리고 아빠의 억지에 야구장에 끌려다니는 민수는 한 사건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아니 자신의 감정을 알아간다고 하는 게 좋겠다.
엄마가 영어공부를 해주는 진서는 자신을 무시하고 나무라는 엄마와 늘 따뜻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교회선생님을 통해 어른을 본다. 진서에게는 자신의 진짜 꿈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한데 진서 주위에는 그런 어른이 없다. 진서는 베스트프렌드 우희에게만 자신의 꿈을 말했다.
진서의 엄마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일거다. 나도 그랬다. 엄마라는 역할에 빠져 그 역할놀이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없어지고 선생님만 남았다. 큰 아들은 나무라는 엄마와 야단치는 아빠 사이에서 입을 다물고 책상에 엎드려있는 무기력한 아이가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EXcAy2rnk
사춘기의 뇌는 전전두엽의 뇌세포에서 사용하지 않는 신경회로가 잘려나가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일어난다. 뇌의 후두엽으로 전달된 자극은 뇌이랑을 거쳐 전두엽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이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이러한 뇌의 발달은 사춘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 기회를 잡고 아들과 친구같은 관계가 될 수 있었다.
꼬맹이 때는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싸우고, 초등학생이 되고부터는 공부 때문에, 친구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버릇 때문에 셀 수 없이 싸웠다. 그리고 지금은 춤 때문에……. 엄마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아니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싸워야 하나? 한마디로, 평생?
감정적 반응이 충동적이 되가지만 여전히 부모라는 울타리안에서 감정을 억압하며 이성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시기인 열세살. 콜버그는 도덕적 가치판단에 따라 다음과 같이 삼수준 6단계로 나누었다.
수준 | 단계 | 특징 |
전인습적 도덕성 | 1단계 : 벌과 복종 지향 | 권위자의 벌을 피하고, 권위에 복종한다. |
2단계 : 도구적 지향 | 자신의 욕구 충족이 도덕 판단의 기준이며, 욕구 배분의 동기는 있으나 자신의 욕구 충족을 우선 생각한다. |
인습적 도덕성 | 3단계 : 조화로운 대인관계 지향 | 대인 관계 및 타인의 승인을 중요시한다. |
4단계 : 법과 질서 지향 |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사회 속에서 개인의 의무를 다한다. |
후인습적 도덕성 | 5단계 : 사회 계약 정신 지향 |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공리주의, 가치 기준의 일반화를 추구한다. |
6단계 : 보편적 도덕원리 지향 | 스스로 선택한 도덕원리 양심의 결단에 따른다. |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에 의하면 보통 열세살은 추상적인 사고능력이 가능하고 가설을 세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가 완성되는 단계이다.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문제해결가인 열세살 아이들에게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진서와 난 어떤 사이지?’
친구라고 하기엔 아직 여러 가지가 모자랐다. 이름과 얼굴만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역시 애매했지만, 냉정하게보면 그 쪽이 더 가까웠다. ……(중략) 기분이 묘했다. 난생처음 ‘확신’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것 같았다.
우정과 사랑 앞에서 헷갈리는 시기, 열세살. 어른처럼 사랑을 흉내내기도 하고, 수줍은 첫사랑의 풋풋함으로 설레이기도 한다. 어쨌든 이성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Sullivan은 대인관계욕구의 변화에 따라 발달단계를 나누었는데 12~14세경에는 동성의 단짝관계에서 교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친밀감이 급증하며 이성친구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요즘은 대중매체나 SNS 등의 영향으로 이성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경험이 더 빨라졌다. 이에 반해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적 성역할이나 편견 등을 깨지못한 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 주위에 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방안이 필요하다.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일곱 살 딸을 보내며 작가는 이 글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글이 써지지 않던 어느 날 ‘자꾸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마. 네가 뭔데? 그냥 동화는 재미있으면 돼.’라고 마음의 변화가 있었단다. 아이들 주위에 어른이 필요하다는 나의 생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어른은 아이들이 다가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 다정하게 듣는 어른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엔 너무 벅찰 때 곁에서 힘을 주고 길을 안내해주고 믿어주는 어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고 용기있게 헤쳐나갈 때 박수쳐주는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