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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일기 - 1학년 방학일기, 꼬마 책벌레의 깜찍한 상상력 엿보기
박노아 지음 / 골목대장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다닐 때를 생각 해보면 일기 쓰기 만큼이나 부담 스러운 숙제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다시 어린이가 된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일상의 부분들을 재미나게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에 젖어 들게 되는 시간이었다. <노아의 일기>를 보게되면서...
방학 때면 거의 한 달 정도의 분량을 하루 만에 써내는 것이 그 때의 내 일 이었고, 날씨를 몰라 언니의 일기장을 보고 날씨를 적고, 심지어 내용까지도 베껴 써 내려 가느라 개학을 이틀 앞두고 아주 바쁜 시간들을 보내었던 기억이 난다.
어제가 오늘 같고 수 많은 날들이 특별한 날이 없었던 것은 아니 었을 텐데, 왜 일기만 쓰려고 하면 적을 내용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 해보면 내 유년시절은 책과는 거리가 멀어 었다. 동네 친구들과 눈 뜨면 나가 놀기 바빴기에, 차분히 앉아서 사색을 즐기거나 책을 읽는 시간 따위는 내게 지루하기 짝이없는 시간들로 여겨 졌던것 같다. 이렇게 언제나 흥분 상태를 유지했던 내가 일기 쓰기를 열심히 했을리는 만무하다. 지난번 tv에 영화배우 이범수씨가 나온 어떤 프로그램에서 이범수씨의 유년시절 일기장을 공개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유치하기 짝이없지만, 그때 그시간 속으로, 내 기억 속에 지워진 날들 속으로 되돌아 가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일기인 셈이다. 지금은 이미 다 커 버려서 내 아이가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 해보면 크게 아쉬움이 남는 것이 그때 차곡차곡 일기를 써서 지금까지 잘 보관해 왔더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가 내 유년시절 일기를 본 다면 또 어떤 기분이 들까.....
내 유년시절 일기를 대신해서 내 아이에게 일기는 무엇인지를 가르쳐 줄 <노아의 일기>는 신선했다. 네 살 때 부터 쓰기시작한 일기라니....이렇게 기특할 수 가....책 겉장을 넘기면 작가란에 박노아의 사진이 있다. 아주 똘똘하게 생긴 귀여운 사내아이다. 네 살 때부터 일기를 썼다면 한글을 일찍 깨우친 건가....손 가락을 꼽아가며 계산을 해보니 이 일기를 쓴 나이는 대략 일 곱 살쯤 인것 같은데, 너무 잘 써내려갔다. 여기서 잘 썼다는 말은 글이 매끄럽고 내용이 알차며 그림솜씨 또한 수준급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문장이나 내용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솔직하게 마음을 써 내려 갔다는 것에 감동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일기만 보고 있어도 노아의 그 때 그 마음을 이해 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림 솜씨 또한 글에 못지않게 마음을 표현 하는데 수준급 인것 같았다. ( p.20)"신발정리"란 제목의 일기에서는 신발의 정리전 흐트러져 있는 그림밑에 정리후 가지런한 그림까지, 노아의 일기 소재는 일상중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소재가 된다.
이제 한글의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 내 딸아이(41개월)는 그림을 제법 그리기 시작했다. 주로 꽃과 사람이 주 소재 이지만, 점차 마음을 그려 나갈 수 있을거라 짐작을 하고 글 없는 그림 일기를 먼저 그려봐야 겠다. 예전에 나처럼 내 딸아이도 일기 쓰기를 힘들어 할때면, 말로 만이 아닌, <노아의 일기>를 보여 주면서 일기는 이렇게 부담 없이 소소한 일 들도 일기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 어릴적엔 뭔가 거창하고 특별 해야만 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마도 힘 들었던 듯 하다. 노아처럼, 바람불때 축구 한 일, 구구단을 외우는 일, 책 읽는 일, 친구와 전화 통화 한 일... 등등 정말로 특별 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들이 일기 속에서 특별함을 과시 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