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주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공주 ㅣ 블링블링 프린세스 1
실비아 롱칼리아 지음, 김효진 옮김, 엘레나 템포린 그림 / 조선북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집 공주는 이제 40개월하고도 11일째를 맞이했다. 햇수로는 다섯살이다. 딸아이는 37개월을 접어들면서 공주에 열광하기 시작했던 듯하다.
딸가진 부모라면 대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난 공주이야기에 심취해 있는 딸아이가 사실 걱정스럽긴 했다. 언젠가 딸아이가 했던 말중에 "난 여자니까 할 수 없어...!"라는 말을 했다. 그 뒤로로 난 딸아이에게 "여자도 대장 할 수 있어!" 라고 했지만, 딸아이의 대답은 언제나 수동적이어서 못마땅하기만 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를 비롯해서 다다공주이야기라는 책까지 딸아이는 책겉표지에 공주그림이 있거나 공주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읽어달라고 떼를 쓸 정도다. 한번은 책방에 가서 똑같은 공주이야기책을 1시간 30분동안 반복해서 읽어 준 적도 있었다.
비록 책이긴 하지만, 한 기간동안 편식하듯 공주책에 치우치는 통에 읽어 주기는 했지만, 내심 짜증 스럽거나 걱정이 되기도 했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읽기 전에는 공주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공주의 어떤 반전을 기대 하기까지했다. 아니, 이 책을 읽어주면서 내 딸아이가 바뀌기를 간절히 원했던 듯 하다. 읽는 내내 피식하는 웃음이 새오나오면서 내 머릿속에는 인형만 들었다 하면 "신데렐라 청소해!... 빨래해!....", "너도 무도회장에 가고 싶니?"라면서 인형놀이를 하자고 조르는 딸아이의 모습이 겹치는 것이었다. 나도 어렸을때 그래겠지만, 지금 어른의 입장에서는 인형놀이 만큼이나 지겹고 하기 싫은 놀이는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내 딸아이는 이 책에 나오는 공주처럼 온 일상이 "공주"속에 있는 듯하고 그 공주를 상대해 주어야 하니 나도 짜증스러운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공주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는 공주>에서는 요일별로 다른공주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아주 고집불통의 공주가 나온다.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으면 죽게 될까봐 빗을 싫어하고 사과는 독이 들어있을까봐 절대로 먹질 않는다. 이렇듯 이 책의 고집불통 공주는 현실과 이야기를 구분 짓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걱정과 원성을 사게 된다. 성인이 된 공주가 백마탄 왕자를 꿈꾸면서 찾게되는 여정 끝에 드디어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비록, 진짜 왕자는 아니지만 사랑에 눈을 뜨고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물론, 공주가 낳은 아이들에게는 공주이야기 책을 읽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끝을 맺게 된 이야기를 두고 반전이라고 해야하나...아님,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까.....어쨌든 이렇게 끝이 난다.
내가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읽는 내내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춰 놓은 듯한 기분과 지루함은 떨쳐 낼 수가없었다. 내가 바랐던 결론은 진부하지만, 수동적인 공주에서 능동적인 공주의 모습으로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딸아이는 겉표지만 보고도 반해 버린 책이다. 공주에 열광하는 아이라면 피할 수 없는 핑크사랑....온통 핑크 빛인 이책은 그저 핑크색 반짝거리는 공주만으로도 아이의 사랑을 독차지해 버렸으니 말이다. 지금도 이 책은 아이손에 들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