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생각하는 개구리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아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40개월된 딸아이에게 철학책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를 재워놓고, 밤이 깊고 날이 새도록 전집이 아닌 철학책을 찾던중 알게된 개구리시리즈.

생각하는 개구리, 아직도 생각하는 개구리, 또 생각하는 개구리에 이어 깊이 생각하는 개구리까지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다.    그림책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기대반 설렘반으로 기다려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중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때는 바쁜 시간을 피하라고 되어 있었다.   정말로 공감하는 글이었다.

아이는 그림책을 10번을 반복해서 보더라도 그때마다 새로운 내용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선지 책을 볼때마다 이어지는 질문들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아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없을때는 가급적이면 책읽기를 피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았다.

 

그런데 <깊이 생각하는 개구리>때문에 낭패를 본 적이 있었다.

백설공주 뮤지컬을 보러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외출준비를 끝내고 나가려던 찰나에 택배로 이 책이 도착했다.

난 반가운 마음에 포장을 뜯고 대충 훝어보려는데, 아이가 읽어 달랜다.    글밥이 거의 없어 대충 읽어주고 나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읽어주려고 했는데,  왠걸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아이는 그림 하나하나를 눈여겨 보면서 개구리의 동작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한페이지를 넘기려면 꾀나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때 난 조바심을 내며 급급했던 기억이 있다. 

 

여지껏 난 딸아이에게 그림책을 구성지게 읽어주는게 다였는데, 글밥이 거의 없는 <깊이 생각하는 개구리>책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어었다.

내가 먼저 한번 쭉 훝어보고, 생각하고, 또 훝어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결국 난 어떻게 읽어 줘야 할지 아무런 준비없이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앞에 놓고 얘기를 주고 받았다.

책 표지를 보면서...

'개구리가 뭘 하고 있는걸까..'

"(뒷짐지고) 이렇게 걷고 있어."

'음~~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뽀로로 생각!"

 

나무가 세그루가 있고 노란땅을 밟고 있는 개구리라고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책표지를 갈아먹듯이 요리조리 구석구석을 훝어 봤다.

어떤 책이나 마찬가지 겠지만, 생각하는 개구리는 아니 철학책은 시간의 여유를 꾀 많이두고 읽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화려한 색채와 알찬 내용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고 싶어하는 글밥 많은 책들보다 오히려 아이와의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데는 <깊이 생각하는 개구리>가 최고인 듯 하다.

개구리가 생명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때, 딸아이도 같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랑도 생명이야....!"

"토끼를 안아주는 것도 생명이야!"

대뜸 이런 말을 하는데, 조금 놀라우면서 대견하기까지 했다.

 

처음엔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내겐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보기 시작했다.

고민의 해결이 되지 않은채 아이와 내가 있는 그대로 보기를 했더니, 어느새 개구리와 쥐처럼 아이와 나도 똑 같은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일은 종이에 개구리와 쥐를 그리고 오려서 막대기를 붙인다음 연극을 해 볼 계획이다.

과연 생각이 어디까지 갈까 기대가 된다.

 

<깊이 생각하는 개구리>는 "왜?"에서 비롯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 들게 되는 단조로우면서 깊이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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