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음 푹 놓고 책을 보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딸아이는 그림 책이 아닌 글자만이 빼곡한 엄마책을 들고 있으면, 얼마가지 않아 그림책 가지고 와선 내 앞에 책을 밀어내고 무릎 의자에 앉고는 그림 책을 펼쳐내곤 해서다.   이럴때마다 기쁘거나 반가워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내 시간조차도 허락 되질 않는 것 같아 내심 화가 나기도 했던거 같다.   
이랬던 아이가 내게 조금씩 시간을 주기 시작했다.   가령, 설겆이 통에 컵을 보게되면 설겆이 놀이를 하겠다고 해놓고선 "엄마는 책보고 있어!" 라던지, 만화를 보게 될때면 "엄마! 책봐요..."다 .   38개월 딸의 일방적인 협상에서 얻어지는 내 짜투리 시간인게다.   

"꼬마꾸뻬, 인생을 배우다"는 나처럼 온전한 시간을 가지기 힘든 주부에게는 더없이 부담 없는 책이었다.   아이 눈높이에서 벌어지는 순수하고 투명한  에피소드는 짬나는 대로 폈다 덮었다
하기가 쉬웠다.

그림책 외엔 보기 드문 양장본으로 무게감을 싣어준 이 책 표지에는,  마치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담장넝쿨이 드리워진 한가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삽화로 꾸며져 있다.   책 내용말고 외장만 보더라도 책 꽂이에 꽂아 놓고도 뿌듯해진다.

내가 아무리 부인하려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내 딸의 육아에 관한 것이다.    내 온 정신은 딸아이에게로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태라 그런지 모든 것의 촛점은 딸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꾸뻬부부처럼 아이를 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 71쪽 "자격과 자유"란 에피소드는 시험점수를 잘 받은 꼬마꾸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꾸뻬씨 부부의 대화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여지껏 결과가 좋은 것은 내 탓이지만,  그렇지 못한 결과나 과정이 생겼을땐 내가 자란 환경 탓을 했던 거 같다.   
그리고 딸아이가 38개월까지 성장하는 동안 잘 했거나 (그림으로 잘 표현하거나, 노래, 춤...등등) , 화나게 했던 일들(더러운 것 만지거나, 어질기, 떼쓰기..등)이 생겼을때도 엄마로써 아이를 평가하고 판단했던 일들이다.    나로 인해 발생한 일들인데 말이다.   

내가 꼽은 두번째 에피소드는 책110쪽 "걱정과 선택"이다.   등치도 크고 힘센 아이 빅토르가 꼬마꾸뻬를 괴롭히는 내용이다.   꼬마꾸뻬는 고민하다 부모님께 얘기하게되고 꾸뻬씨의 현명하면서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배운다.   친한 친구들 몇몇과 연합을 해서 다시는 꼬마꾸뻬를 괴롭히지 않도록 말이다.
나라면 어땠을까...내 딸아이가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더 멀리 내다보면서 침착하게 대응 할 수가 있었을까....아마도 학교에 찾아 갔던지 담임선생한테 전화를 했을 것 같다.
그 뒤 딸아이가 존중 받을 권리를 되찾는 일과 자신의 일에 있어서 선택을 하는 문제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다.

주인공 꼬마꾸뻬 입장에서 일어나는 각각의 다른 삶들은 (학교에선 친구들과 꼬마꾸뻬의 삶, 선생님과 꼬마꾸뻬의 삶, 집에선 꼬마꾸뻬와 아빠의 삶, 그리고 엄마의 삶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엄마로서의 삶, 여자로서의 삶을 구분 짓는 것처럼... 소소하지만 결코 무심하게 넘겨 버릴 수 없는 이야기 들이다.   

이 책을 읽는내내 나 어릴적 봤던 외국 드라마인 "캐빈은 12살"인가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 나질 않는다.)가 떠올랐다.   꼬마꾸뻬가 친구나 부모와 주고 받는 대화는 마치 내머릿속 스크린을 통해 생생하게 전개되는 영화를 보는 듯하다.

난 방학을 하면 방학내내 놀이에 탐닉하다.   개학을 2~3일 남겨두고 벼락치기로 일기를 비롯한 모든 숙제들을 해치워었다.   이런 내게 일기라는 건 끔찍히도 싫은 일중 하나였으니,,, 메모하는 습관조차도 생길 겨를이 없었던 거 같다.   지금 제일 후회하는 것중 하나가 꾸준히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멋진 메모를 남긴 꼬마꾸뻬는 과연 몇살일까....꼬마꾸뻬의 메모는 어린아이의 생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철학적이고 담백하기까지 하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 메모를 소개하자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존중받을 줄 아는 것이다."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연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한번에 되지 않는 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하게 될 걱정을 미리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는 지금 내가 누구에게 말을 하고 있는지 늘 생각할 것."
"좋은 점수만큼이나 친구들은 중요하다.->  좋은 점수는 친구들만큼 중요하다"
"길을 가는 것은 인생과도 같다"

이처럼 꼬마꾸뻬의 메모는 생각의 생각을 거쳐 정제된 교훈과도 같다.
꾸뻬씨나 꼬마꾸뻬엄마의 진심어린 가치관을 통해 깨닫게 되는 참된 인생을 사는 방법이기도 하고......

내딸아이가 좀 더 자라 꼬마꾸뻬처럼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 꼬마꾸뻬의 부모들처럼 많은 대화들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꼬마꾸뻬, 인생을 배우다’ 이 책은 여느 책과는 달리, 다 읽은 뒤의 쾌감보다는, 남아있는 페이지 수가 줄어들어 손가락으로 느껴지는 두께감이 얇아지면 질 수록 섭섭하고 아쉬워졌다.
다 읽고난 지금, 멋진 꼬마꾸뻬를 이끌어주는 자기자신의 대장인 꾸뻬씨가 궁금해 진다 .   그래서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 더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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