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기억과 그 반대편에 있는 배제된 기억 간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있다..역사는 말끔하게 완결된 이야기일 수 없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하나의 큰 이야기(대문자 H의 역사)가 아닌 여러 이야기들이 필요한(발굴되어야할) 이유이겠다.


실증주의도 이데올로기다. 기억 전쟁에서 실증주의는 특히‘아래로부터의 기억이란 과장되고 부정확하며, 정치적으로 왜곡되었거나 심지어는 조작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자주 소환되는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힘있는 가해자가 관련 문서와 역사적 서사를 독점한 상황에서 힘없는 희생자들이 가진 것은 대개 경험과 목소리, 즉 기억과 증언뿐이다. 그런데 중언은 불완전하고 감정적이며 때로는 부정확하다. 그러므로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자들의 풀뿌리 기억은 실증주의라는 전선에서는 문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실증주의로 무장한 부정론자들이 증인을 취조하듯이 압박하고 증언과 증언 사이의 모순을 끄집어내 증언의 역사적 가치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거짓말‘, ‘혐오스러운 조작‘, ‘진실의 왜곡‘, 사실의 날조, 전적으로 날조에 의존한 싸구려 픽션‘, ‘각주가 있는 소설‘, ‘수백 가지 거짓말‘ 등과 같은 언어폭력이 역사적 비극의 생존자 증인들에게 가해지고, 이는 ‘실증‘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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