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과 천국 - 세상을 뒤집은 골로새서 다시 읽기
브라이언 왈쉬 & 실비아 키이즈마트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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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과 천국'은 골로새서 '리믹스'다. 저자는 바울이 골로새 교회에 보낸 편지가 당시 로마제국에서 폭발성과 전복성을 담은 편지였으며, 그 편지가 오늘날의 제국주의적 현실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11p) 이 점에서 출발하여 저자는 골로새서가 쓰였던 로마제국의 상황을 깊게 포착하고 오늘날과 비교함으로써, 제국의 논리는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인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오늘날의 상황-세계화와 포스트모더니티 -에 맞게 골로새서를 각색시키고 접목시킨다. 


  바울이 골로새 교회에 편지를 보낸 1세기 로마 제국에서 예수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제국의 논리를 뒤집는 정치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었다. 예수가 '주인'이라는 고백은 가이사(카이사르, caesar)가 '주인'이라는 고백을 뒤엎는 것이며, 예수가 십자가에서 평화를 이루었다는 주장은 가이사가 이뤄낸 평화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둘 이야기 모두 옳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가이사가 이룩한 위대한 승리를 통해 죄사함, 풍성한 삶, 평화를 가져다주었든지, 아니면 예수가 로마의 십자가에서 이룩한 역설적인 승리를 통해 죄사함, 풍성한 삶, 평화를 가져다주었든지, 둘 중 하나일 뿐이다.(91p)


  바울이 골로새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는 의도적으로 제국을 공격한다. "그는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은 그 안에 살아 있습니다...그는 근원이시며...그것은 그가 만물 가운데서 으뜸이 되기 위함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를 상기시킴으로써 제국의 통치를 거부할 수 있는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바울은 예수를 통해 성취된 이스라엘 이야기를 상기시킴으로써 제국의 윤리-가부장적 구조, 경제적 착취, 군사적 평화-와는 다른 대안적 윤리-탈퇴의 윤리(9장), 공동체의 윤리(10장), 해방의 윤리(11장), 고난의 윤리(12장)-를 따르라고 말한다. 


  저자는 골로새서를  현대에 '리믹스'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포스트모터디티 사회에서 성경이라는 '절대 명제'가 불러일으키는 당혹스러움과 문제점을 걷어낸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실에서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런 '진리'가 종종 폭력과 억압을 동반했던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독교의 복음을 진리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164p)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성경이 반이데올로기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골로새서를 포함하여 성경전체는 하나의 이야기 즉 진리체제이지만 동시에 진리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은 계속해서 주변부를 소환하고 약자와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열방과 온 천하 그리고 만민에 관심이 있다. 무엇보다도 성경이 진리를 형성하고 완성시키는 방식은 배제가 아닌 십자가의 희생으로 일궈낸 포용성이라는 데에 있다.


  책을 보며 두가지 점이 감명 깊었다. 첫째, 골로새서라는 짧은 편지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저자는 기독교의 전폭적 메시지를 되살렸고, 오늘날 기독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날의 소비문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을 일깨웠다. 둘째,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기독교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오래 전부터 다원화된 종교 지평, 절대 명제를 거부하는 사회에서 기독교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탁월하게 대답해 준다. 제국의 논리를 거부하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고, '저 너머'를 붙잡으려는 향수를 버리고 지금 여기에서 관계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논증은 복음의 진리성을 증명하지 못한다. 예수 이야기로 형성된 역동적인 기독교 공동체의 삶-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고, 타인을 포용하고, 용서하고, 샬롬에 충만한 삶-만이 복음의 진리됨을 증명해 주고 우상숭배적 대안들을 철저히 거부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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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0-01-24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죠. 골로새서의 현대식 탈굼도 인상적이구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