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노예 12년 - Movie Tie-in ㅣ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써야 하나 한참을 생각했다. 처음에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는 가슴이 무거웠다.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기적이게도 노예제도가 없는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노예제도를 폐지한 주에 사는 노섭이 사기꾼들의 꼬임에 넘어가 12년을 노예로 살다 다시 자유흑인이 된 내용이다. 간단히 말하면 그렇지만 사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인물의 현실감 있는 묘사가 가슴이 아팠다. 이런 묘사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회자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노섭이 살던 시대에는 흑인 노예제도가 폐지되기 직전으로 과도기였던 것 같다. 북부에는 노예제도를 폐지했고, 남부는 아직 남아있었던 걸 보니 말이다. 피부색만으로 노예와 주인을 갈랐던 시대. 그 시대에 나고 자란 그의 이야기는 정말 읽는 독자를 압도했다.

디테일한 고문의 묘사, 흑인들의 삶, 그리고 백인 주인들의 인식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노예제도를 인정하고 사는 백인들이 얼마나 흑인을 소, 돼지 만큼도 아끼지 않았는 지, 얼마나 잔인하고 졸렬하게 흑인들을 이용했는 지 말이다. 몇 가지 내용이 생각난다. 흑인은 일을 해야 하기에 너무 많이 먹어 뚱뚱해 지거나 너무 적게 먹어 힘을 못쓰지 않게 적당히 먹인다는 내용, 동이 틀 무렵부터 주어진 과도한 일과가 끝나기 전까지 쉴 수 없다는 내용 등..

사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이제서야 외치며 흑인들을 대우해 주고 있지만, 미국에도 아직 인종차별이 남아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들만을 비난하지는 못하겠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시대에도 하인들이 있었고, 현재 지금도 동남아시아를 무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영화라도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는 마음을, 태도를 바꾸기를 바란다. 그리고 과거를 되짚어 현재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