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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친구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실로 아주 오랜만에 소설이었다. 못해도 5년 정도는 소설이라는 장르에 손을 대지 않았던 듯 하다. 이유인 즉슨 무언가 마음에 여유가 없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책들만 손에 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손이 가고 마음이 가는 소설이 없기 때문도 있었다. 이 책은 내용이 흥미로워 호기심 반으로 신청했는데 읽기 시작한 지 3일만에 다 읽었다.
첫날 반 정도를 읽었는데 그것도 시간이 늦어 부모님께 그만 읽으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멈춘 것이었다.
이 소설책은 프랑스의 '엘렌 그레미용'이라는 작가의 처녀작인데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내용의 책과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끝을 읽고 나서야 '향수'가 생각났다.
소름 돋을 만큼 흡입력이 강한 필력과 눈을 뗄 수 없는 인물들, 그리고 정말 감탄이 일어나는 플롯. 너무나 비슷했다.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보면서 서늘함과 오묘함의 기분을 주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다. '카미유'라는 젊은 편집장이 어머니를 여의고 조문편지를 받는데 영문 모를 두툼한 편지가 도착한다. 그 편지에는 젊고 아름다운 소녀, '안니' 그리고 그녀를 흠모하는 소년, '루이' 그리고 안니에게 호감을 보이는 'M부인'이 주축이 되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 편지에서는 안니가 M부인을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지면서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로인해 서서히 그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 책에서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소설을 이어가는 형식도 굉장히 독특하다. 소설의 주인공이 편지를 받으면서 편의 내용을 반을 이루고, 그로인해 보통의 소설에서 보여주는 한 시점이 아니라 카미유, 안니, M부인, 루이등 다양한 시점을 넘나들며 내용이 흘러간다. 그 형식이 너무 독특하지만, 또한 빨려드는 매력이 있기에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뒷부분의 반전이 나왔을 때는 오싹함과 슬픈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반전은 맞았지만 반전의 반전이 있었음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지?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 라는 생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소설은 처음부터 영화화를 갈망하는 작가의 소망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여태 많은 책의 작품들이 영화화 됐지만, 책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영화는 손에 꼽는다.(그 중에 향수도 있다)
나는 '비밀친구'도 충분히 높은 퀄리티의 영화가 탄생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얼른 영화로 나와 책의 여운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