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2 - 완결
유진수 지음, 박설아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다국적 기업 MS의 서울지부 매니저 최세라. 그의 집엔 외계인들이 살고 있다. MS는 지구로 온 외계인에게 가짜 몸과 가짜 신분 및 사회 적응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놀랐다면 아직 이르다. 세라의 집에는 얼마 전부터 박한림이라는 미청년이 함께 살고 있는데, 이 청년은 UN 관리국 비밀 요원인 외계인 헌터다. 세라와 외계인 친구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실로 기묘한 동거인들이다.

『오늘도 무사히!』1권이 이들의 시끌벅적한 일상을 다루었다면 2권은 일상 뒤에 숨은 과거를 밝혀나간다. 세라와 한림이 어쩌다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지, 클론인 승현-승민이의 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호라이(별 이름이다) 출신 섹시 다이너마이트 엄지가 왜 지구로 왔는지, 아르둔 귀족이었다는 현우의 고유 능력이 무엇인지, 벨로티카의 정치인이던 재민이 예전에 어떤 사건에 휘말렸는지 등등.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는 이들은, 사실 만난지 오래라 봐야 몇 년 안 되었다. 만나기 전에는 그저 다른 공간-가장 가깝다 해도 60광년이나 떨어진-에서 각자 살아가던 타인일 뿐이었다. 서로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크게 작게 노상 부‹H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함께 지내게 된 이상 이들은 준 가족이고, 어울리는 방법을 익혀야만 한다.

마치 우리처럼. 우리는 외계인을 지인으로 맞진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세라와 똑같은 처지다. 낯선 사람을 만나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니까. 그러다 때로는 깨닫는 것이다. 크나큰 우주 속에서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를.『오늘도 무사히!』는 명랑하고도 가볍지 않은 목소리로 신비로운 인연의 힘을 슬며시 보여 준다.

스토리를 담당한 유진수 작가와 그림을 담당한 박설아 작가는 전작『메리 고드윈』에서 보여준 환상 호흡을 그대로 재현한다. 두 작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 사이란다. 어쩌면 두 작가 사이에 흐르는 좋은 인연의 기운이 작품 전체를 떠받치는 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무사히!』는 2권으로 끝나지만, 아마 세라네 식구 모두(아 참, 민이 오빠와 원장님도)는 그 뒤에도 계속 재미나게 살아가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바라건대, '오늘도 무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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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3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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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백과 소아는 급류 속으로

우아한 오리엔탈 판타지, ‘아름다운 사랑의 신화’가 세 번째로 묶여 나왔다.『하백의 신부』3권에서는 물의 신 하백과 그의 아내 소아가 급류에 휘말린다. 정말로 물에 빠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혹한 이야기 속에 휩쓸리는 양이 그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큰 맥은 이러하다.

비가 내리지 않는 마을에서 하백에게 바쳐질 제물로 간택된 소아는 수국(水國)에서 하백의 신부가 된다. 사실 하백의 신부는 소아가 처음이 아니었다. 첫 신부는‘낙빈’이라는 여인으로, 이미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헌데 그 낙빈이 하백과 소아 앞에 나타난다. 어찌된 영문인가는 둘째 치고, 하백에게 마음을 조금씩 기울였던 소아에게는 그야말로 깊은 태클이다.

한편 하백은 어머니가 건 내기에 응하여 소아를 집으로 돌려 보낸다. 수국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잊은채 깨어난 소아에게 고향 마을은 냉대를 퍼붓는다. 다시 가뭄에 타들어가는 고통이 온 것은 제물 탓이라면서. 살아 돌아온 소아를 달려가서 반긴 이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수신 하백과 대장군 후예에 이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이 사람의 존재란, 소아에게 마음을 조금씩 기울였던 하백에게는 정말 거친 하이킥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신화

하백과 소아는 장애물에 제대로 걸렸으나, 언제나 그러했듯이 아름답다. 윤미경 작가는 화사하고 미려한 일러스트 작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하백의 신부』 단행본을 마주하면 명성의 까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표지, 내지, 배경, 인물- 하나같이 정성 가득이다. 만화의 시각적 미(美)가 어디까지 도달했는가에 놀라는 것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잡지 연재분과는 또 다른 매력

잡지 연재분을 먼저 보아 버려서 단행본 구입을 망설이는 분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대신 결론지어 드리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에 주목을. 새로 그려진 단행본 전용 장면이 여럿 된다. 대사나 내용의 순서가 달라진 곳도 있다. 게다가 시원스러운 하백의 초기 설정 모습에, 개그 센스가 찬란히 빛나는 후기 만화까지.『하백의 신부』의 매력은 단행본에서 더욱 빛난다. 자아, 이제 결정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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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천국 3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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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현재, 네X버의 실시간 뉴스 검색어 1위는 ‘로또번호’이다. 본인은 여태껏 복권을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다. 혹시라도 당첨될까 겁이 나서.

 

초능력 ≒ 로또 복권?!

 

'M의 천국'은 한 고등학교의 초능력자 클럽이다. 이 클럽의 멤버인 주인공 아령이는 초능력이 로또 복권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당첨된 것이 축복인지 아니면 저주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현주 작가의 전작 『I WISH…』를 본 독자라면 기억할 것이다. 마법사 K에게 부탁해 소원을 이룬 사람들이 겪은 갖가지 고난을. 이 작가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행운과 불운을 같은 크기로 쥐어야만 한다.

 

『M의 천국』의 초능력자들은 능력을 얻는 동시에 약점을 얻는다. 지금까지 등장한 능력은 환영 보기, 식물에 동화하기, 타인의 꿈 조종하기, 공중에 뜨기, 사람 마음 읽기, 말한 대로 이루기 등이다. 실제로 그 능력을 쓸 수 있다 상상해 보면 여간 굉장한 능력이 아니다.

 

물론 대가인 약점 또한 굉장하지만, 섣불리 밝힐 순 없다. 'M의 천국' 부장 선배 말에 따르면 초능력자의 약점을 밝히는 일은 최고 징역 5년에 해당하는 범죄다. 초능력자가 일반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란다.

 

웃다가 울다가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M의 천국』을 읽는 중엔 표정이 여러 번 달라진다. 아령이와 'M의 천국'의 미남 멤버들은 뚜렷한 성격과 별난 초능력으로 엉뚱한 상황을 곧잘 빚어낸다. 그 광경에 바닥을 구르며 웃다가도 한 순간 눈물이 핑 돌아 당황하고 만다.

 

대사와 나레이션이 비교적 짧고 명료한 편인데, 그 몇 마디에 주인공들이 느꼈을 쓸쓸함, 괴로움,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작가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을 이례적으로 자식처럼 가깝게 느낀다니 그 애정 덕인가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M의 천국』은 두 번 이상 연달아 읽으면 더 좋다. 뒷내용을 알고 앞으로 돌아가면 '아, 그래서 이 장면이 있었구나!'하고 깨닫는 재미가 쏠쏠하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배시시 웃기는 단행본 전용 재미이니 종이를 넘기며 즐거움을 만끽하기를. 단행본이 나오는 간격이 못내 괴로운 분께는 이 작품이 웹진 슈가에서 연재중임을 알려 드린다.

 

(웹진 슈가: http://www.isug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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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몽키! 1
아키라 쇼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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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씁쓸한 다크 초콜릿이 유행이지만, 초콜릿의 본질은 여전히 달콤함이다. 아키라 쇼코의『러브 몽키!』는 바로 그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을 제대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제목서부터 러브를 느낌표 붙여 가며 외치는 만큼, 내용도 사랑으로 그득 차 있다.

초콜릿처럼 달콤한

고등학교에서 같은 반이 된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1권에서는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애틋한 마음이 민망하도록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여주인공 하루나는 정치인 아버지의 비리 사건 탓으로 도망치듯 전학가야 했다. 모르긴 해도 치사하고 속보이는 사람들에게 질려 버렸을 게다. 이 예쁜 아가씨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나지막한 독백에는 냉소가 어려 있다. 그러나 단 스무쪽 만에 하루나의 뺨에는 부끄러운 빗금과 작은 웃음이 걸리기 시작한다.

원인은 남주인공 마차루(본명은 마사루). 또래보다 어려뵈는 얼굴에 키는 160cm 남짓. 웃을 때는 매번 정말로 기쁘다는 듯 활짝. 가는 몸매에 걸맞는 날렵하고 가벼운 몸놀림. '꼬마 원숭이'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년이다. 하루나에게 일찌감치 호감을 가졌으나 서둘러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공을 잡았으면 언제나 직구. 누가 봐도 하루나를 좋아하는구나 싶게 표현하기 일쑤여서 나중 가선 하루나 얼굴에 빗금이 떠날 날이 없다.

까칠한 그녀에게 직구를 던지다

마차루에 대한 저 설명을 보고, 마차루의 깜찍함이 빛나는 표지를 보고, '너무 귀엽기만 한 거 아냐?'라 갸웃거릴는지 모르겠다. 허나, 왜 많이들 얘기하지 않던가.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일반적인 매력남의 범위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이기에 완소남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더욱 흥미롭다. 흥미롭다 못해 괜스레 독자까지 두근거리게 만든다.

사랑이 고프고 연애에 목마르지만 마땅한 상대가 없다면. 입끝에서 사라지는 초콜릿이 감질난다고 느낀다면『러브 몽키!』를 읽어 보라.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는 것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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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스 카페 애장판 1
야치 에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를 오래 본 독자라면 환호성을 지를 만한 일이, 요사이 종종 벌어진다. 안타까이 모습을 감추었던 작품이 화려한 자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경사는 아무 작품에나 허락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많은 독자의 사랑을 그것도 듬뿍 받은 공덕이 인정되어야 하니까.

2004년에 절판되었던『사바스 카페』(야치 에미코)가 흐뭇한 두께의 애장판으로 독자를 다시 만난다. 이 소식은 작품을 먼저 본 사람에게든 보지 못한 사람에게든 희소식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는 작품 만나기가 어디 쉽던가. 따뜻하면서도 근지럽지 않은 작품 만나기는 또 더더욱 어렵다.

다시 돌아온 명작

『사바스 카페』의 독특한 온기를 만들어낸 공은 주인공 요노기 다이와 그의 친구들에게 돌려야 한다. 다이는 일본의 한 인터내셔널 스쿨에 다니는 열여섯 소년이다. 이 소년은 본의 아니게 학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유를 말하자면 좀 길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어 뵈는데 돈을 여유롭게 쓰질 않나.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회사 직원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게임을 한 무더기로 가져 오질 않나. 어렸을 적 몇 번 봤을 뿐인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완벽하게 기억하질 않나. 이쯤 되면 짐작했겠지만 성적은 물론 최상위권이다. 심지어 얼굴은 이웃학교 여학생이 사진을 몰래 찍어 팔 정도의 수준이다.

허나 친구들이 막상 그를 들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다이에겐 애정보다는 무관심, 친구보다는 고독이 더 익숙했다. 결정적으로- 겉으로는 비죽일지언정 다이는 익숙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랐다. 친구들은 슬그머니 다이에게 다가가 조금씩 다이를 흔들어 놓는다.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이.

 따뜻하면서도 근지럽지 않은

우리는 모두 다이처럼, 조금쯤은 외롭다. 원하는만큼 사랑받을 수 없었고 나이에 맞게 어리광부릴 수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다이처럼, 치유의 카페인 사바스 카페에서 천천히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사바스'는 안식일을 뜻하는 영단어이다. 바라건대 이 작품을 보는 분들께, 조건없는 우정이 주는 평온한 안식이 깃들기를. 아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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