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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평점 :
부제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은 이민과 이주, 성폭력과 전시 강간, 동성애와 인류애, 장애와 불능화, 인권과 인간성, 대량 학살과 재현, 아동 학대와 돌봄, 미디어, 취약성과 비폭력에 대한 저자의 예술적 관점의 에세이가 이 도서이다.
부당하게 죽어간 이들을 되돌아보거나, 그들이 사라진 흔적을 더듬어 재현하거나, 우리가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비참한 삶의 진실을 끈질기게 파헤쳐 제시한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고, 다양한 철학 이론으로 그 미술 작품을 풀어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대 중요한 사상가 9인(주디스 버틀러, 노엄 촘스키, S. 매슈 리아오, 리베카 징크스, 김현경, 재스비르 푸아, 마사 누스바움, 로버트 스클로트,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의 이론과 예술가 14인(테레사 마르골레스, 모나 하툼, 하룬 파로키, 이보람, 임윤경, 포렌식 아키텍처, 이토 바라다, 윌리엄 포프 L, 캐럴린 라자드, 이강승, 콜린 와그너, 제니 홀저, 조혜진, 최선)의 작품이 동원되었다.
철학과 미학의 심도깊은 에세이라 다소 어렵기도 했고 그 깊이 또한 깊었으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사람으로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옴이 강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려던 메세지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혐오와 차별, 폭력으로 가득한 세계를 벗어나 소외된 자를 위해 재조형될 다정하고 따뜻한 세계의 건축법, 그 구축과 상상에 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으로 바뀌길 바라는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책 속에서 인상적인 구절들...
'좋은 삶은 명예로운 죽음으로 이어지고, 비참한 죽음을 거슬러 올라가면 똑같이 비참한 삶이 발견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운명적 종말처럼 느껴지지만, 그 종말이 발생하는 방식은 결코 동등하지 않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삶과 죽음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다(p.12)'
'매일처럼 반복되는 일상은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해석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은 어김없이 돌아오는 복약의 시간을 의미했고, 주기적인 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수고로움을 가리켰으며, 휠체어를 탄 채 지하철을 환승하기 위해 3.3배의 시간을 더 소모하고 18배의 이동거리를 더 횡단해야 한다는 것을 함축했다. 그렇게 매일 일정 시간을 자기 돌봄에 할애하는 것, 쌓여 가는 약통과 버려지는 주사기 사이로 5분, 3시간, 8년 평생이 흘러가는 것. 지연된 시간의 파편은 누군가의 삶을 한 발짝씩 더 느리게 흘러가도록 강제했다.(p.102)'
'‘결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을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로 대치하고,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음에도 바로 그 설명 불가능성을 근거 삼아 진상 규명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존재들. 그들에 의해 피해자는 더 큰 아픔을 껴안은 채 홀로 고통받아야 했다. (p.149)'
쓰윽 스쳐보게 되는 귀절이 아니라 곱씹고 자꾸 되뇌이는 귀절들은 소외 계층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후기는 컬처블룸을 통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