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씨 유 어게인
김지윤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금남 할머니의 도시락집에 방문했다가 인연을 이어나가는 사람들 각자의 아픔을 알아가며 진정으로 선한 마음과 믿음이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정이의 이야기는 미혼모, 폭력, 협박, 인감 사기 등 너무나 많은 어려움과 범죄에 노출된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고, 본인도 모진 세월을 견뎠으면서 정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진정한 행복을 알려주려는 금남 할머니의 모습은 인류애를 되찾게 할 정도로 따스하다.
정이에게 빠져드는 미스터 달걀 아저씨도 세상이 나만 골탕먹이는 것 같은 불행의 연속에서도 특유의 긍정마인드와 다정함으로 이겨내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쌓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조연으로 등장한 흥민 학생의 가난, 그 가난 가운데서도 도시락집에서의 인연과 위로를 통해 용기를 얻어 행하는 약자 보호와 정의의 실현도 인상깊었다. 작년에 큰 문제가 된 칼부림 난동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것 같다. 가장 슬펐던 부분은 금남할머니가 도둑으로 몰렸던 과거의 이야기와 아직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치매가 발현된 기간동안 처절하게 부르짖던 자신의 결백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기를... 인물 이름이 살짝 오글거리긴 하지만 서로를 그렇게 불러줄 수 있는,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가족같은 에너지를 건네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그래서 이 책이 단순한 힐링 소설이 아니라 일상 속 판타지라는 기분도 드는 것 같다. 각자 과거의 상처나 상황적인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아 가끔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따스함에 이끌려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그것이 진정한 이웃간의 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