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
함광성 지음 / 스몰빅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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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으로는 저마다 자신만의 고민이 있다. 이 책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우울감에 깊게 빠져들면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완벽주의에 빠져 지쳐가는 사람들, 나를 믿지 못해 남에게 의존하는 사람들. 사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이고, 그렇기에 날 사랑하고 믿어줄 수 있는 것도 나다. 그러나 삶 속의 어떤 이유로 자신에 대해 알아갈 시간을 갖지 못했거나 스스로를 보듬어주는 삶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전문 심리상담가로서, 타인에게 다정하고 나에게 매정한 마음가짐을 서서히 바꾸기 위한 생활 속 행동을 제시한다.

'굳이'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은 꽤나 새롭고 따라해볼만 하다고 여겨진다. 굳이 내가 이런 예쁜 것을? 굳이 이 메뉴를? 굳이 향 추가를? 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한번쯤은 나만을 위한 예쁜 것을 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목욕 이후에는 바디로션을 바르는 행위를 통해 내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완벽하려고 하지 말고 단 한 가지만이라도 성공시켜보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겠다. 회사에서는 완벽주의자지만 집에만 오면 지쳐 설거지조차 하기 힘든 사람에게 작가는 접시 한 개만 씻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그러자 하나 씻는 김에 다 해보자는 의지가 생겨 내담자는 결국 설거지를 완료한다.

책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 공감, 그리고 매사에 완벽하거나 매일 갓생을 살 필요는 없다는 관대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게 자아실현의 재미라고 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 전에 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번아웃이 오게 만든 것은 아닌지 균형을 맞추면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는 주변 사람이 문득 힘들다는 말을 읊조렸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고 한 번 더 물어봐주고 작게라도 챙겨주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심리상담 만큼이나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모두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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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유 어게인
김지윤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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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 할머니의 도시락집에 방문했다가 인연을 이어나가는 사람들 각자의 아픔을 알아가며 진정으로 선한 마음과 믿음이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정이의 이야기는 미혼모, 폭력, 협박, 인감 사기 등 너무나 많은 어려움과 범죄에 노출된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고, 본인도 모진 세월을 견뎠으면서 정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진정한 행복을 알려주려는 금남 할머니의 모습은 인류애를 되찾게 할 정도로 따스하다.


정이에게 빠져드는 미스터 달걀 아저씨도 세상이 나만 골탕먹이는 것 같은 불행의 연속에서도 특유의 긍정마인드와 다정함으로 이겨내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쌓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조연으로 등장한 흥민 학생의 가난, 그 가난 가운데서도 도시락집에서의 인연과 위로를 통해 용기를 얻어 행하는 약자 보호와 정의의 실현도 인상깊었다. 작년에 큰 문제가 된 칼부림 난동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것 같다. 
가장 슬펐던 부분은 금남할머니가 도둑으로 몰렸던 과거의 이야기와 아직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치매가 발현된 기간동안 처절하게 부르짖던 자신의 결백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기를... 

인물 이름이 살짝 오글거리긴 하지만 서로를 그렇게 불러줄 수 있는,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가족같은 에너지를 건네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그래서 이 책이 단순한 힐링 소설이 아니라 일상 속 판타지라는 기분도 드는 것 같다. 각자 과거의 상처나 상황적인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아 가끔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따스함에 이끌려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그것이 진정한 이웃간의 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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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어제
김현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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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쥐락펴락하는 트리거는 어떤 것일까, 왜 충격적인 부분에서는 이해하고 내려놓으면서 어떤 특정 단어에는 그 어떤 순간보다도 화가 나는 것일까. 작가이자 이혼한 친구를 둔, 동시에 자신만의 화려하고 깔끔한 삶을 살아가는 민주의 삶을 엿보고 싶어하는 정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정민은 가끔은 답답하면서도 입체적이기도 했다. 그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욕망을 어떤 방향으로든 표현하며 상대의 진심을 읽어내려 애쓴다. 반려견처럼 묘사되는 모모는 녹음과 녹화 기능이 있는 로봇이다. 나름대로 밥도 줘야 하고(충전), 바깥 나들이도 시켜주면서 정민은 기계를 대상으로 정을 주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섭섭했는지 알아갔던 게 아닐까 싶다. 생명보다는 AI에 빠져들며 로봇과 함께하는 삶이 익숙해지는 미래를 투영한 것일까? 대충 들고 다니던 모모를 점차 잘 꾸며주는 모습은 마음 속 일부로 모모를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히 감정적임에도 정민이 이해되고 보듬어주고 싶었던 이유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 솔직함에 마음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온 힘을 다해 사과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머릿속은 언제나 소용돌이치듯 혼란스럽지만, 그 혼란을 빠져나오거나 잠재우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나름대로 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동반자에게도 솔직함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 내용이 더 있다면 둘의 미래는 가능성이 있었을지, 암흑으로 빠져들었을지 궁금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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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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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보았을 애니메이션의 의미를 통해 그저 재미로 보고 지나쳤던 대사나 상황이 우리의 삶에 주는 메시지를 알려주는 책.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가도 하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한다.

명작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들은 극적인 상황을 통해 사랑, 우정, 전우애, 질투, 공포의 감정을 극대화하며, 시청자들의 '본인의 모습일 수 있는 것'들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공감하게,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은 혼자서 판단하고 시니컬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누군가를 아낀다면,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최선을 다해 그것을 지키려 애쓴다. 우리도 지금은 현실에 맞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에는 나의 신념, 소중한 주변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은가?

진짜 동심이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숨기지 않는 '자세'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추억을 살리며 순수함 속에 빠져들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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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 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수바드라 다스 지음, 장한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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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역사적으로 승자에 의해 기록되고 구축된 체계를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 고유한 문화가 아닌 누군가가 주입하여 고착화된 프레임에 살고있다고 볼 수 있다. 몇천년 동안 인간은 끊임없는 정복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그러한 낌새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고대의 역사를 연구했던 서양 학자들은 어떤 프레임 속에서 일했는지 책을 통해 하나 하나 짚어볼 수 있다.

잉카문명은 고도화된 정치체계와 경제활동을 보여주지만 문자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문자의 개념을 꼭 어딘가에 쓰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숫자, 날씨 등 기록이 필요한 것들을 매듭으로 표현했다. 또한 콜로세움이나 대성당이 인간의 작품으로 인정되는 와중에 피라미드나 마추픽추는 불가사의로 표현된다. 이집트의 문자는 소리를 표현한 문자인데, 유럽인들은 상형문자는 당연히 쉬울 것으로 착각해 해석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는 그 시기 고대 국가 사람들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직도 인종차별은 지속되며 경제적 문제든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 교육 기회의 박탈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은 세계사에 기여하지 못한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나라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열심히 가르치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기 위한 것이다. 포용성 없는 민족주의는 옳지 않지만, 내 뿌리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존감을 얻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어떤 연구든 깊게 박힌 편견이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연구결과를 그것에 끼워맞추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진정한 포용성, 개방성이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프레임 밖으로 손을 뻗는 것이 아닐까? 이미 일어난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향후의 우리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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