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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처음에는 평소에 읽던 에세이와 비슷한 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펼쳐보니 1945년에 태어난 작가가 55년간의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역사, 정치, 사회, 자연 등과 엮어서 자신만의 견해를 풀어낸 에세이였다. 책 자체는 한 개인이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를 향해 나아간 55년의 여정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한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역사적이고 환경보호에 열정적이며 기록으로써의 가치가 있는 책인데, 그렇다고 역사서라고 하기엔 개인의 가치가 정말 많이 반영되어 있다. 개인만을 다뤘다기보다는 개인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게 더 맞는 것 같다. 작가 로페즈는 자신이 거주했던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감동적이면서도 고통스럽기도 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때로는 광활하고 극적인 미국의 자연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했던 행동들,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자신을 포함한 생명의 순환에 대해 호소력 있게 풀어내며, 삶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정강이가 까지고 손에 피를 흘리면서도 폐그물에 걸린 바다표범을 구해주었던 작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신적 경험, 묵묵히 도와주면서도 전혀 신적인 느낌에 동요하지 않았던 동료 등. 단순한 신앙심이 아닌 행동의 과정에 느꼈던 경이로움과 동시에 환경보호에 대한 열정을 자연스럽게 전파한다. 어쩌면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옳은 일에 대한 믿음이 불러온 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 수 있다.
미국 사회에 대해서는 원주민들의 핍박받던 역사를 외면한 채 각자의 가치에 대해 정치적으로 싸우는 사회와 시민들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읽을 때 환경보호 활동이나 미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이는 완벽히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좀 있었다. 배경 지식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작가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풍부한 만큼, 쉽고 재미있는 에세이가 아닌 좀더 깊이있고 숲 속에서 읽는 느낌을 주는 에세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꽤나 좋은 안식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