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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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로 죽고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윌리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휴고의 찻집. 어찌보면 저승사자가 인간을 데려가고 찻집에서 기억을 지운 후 천국으로 보내주는 도깨비의 스토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작가 TJ클룬은 집의 개념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영혼들이 떠나지 않겠다며 버틸 때, 그들을 강제로 보내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집에 데리고 살면서 보듬어주고 설득해주는 사람들. 사신 메이와 사공 휴고는 그렇게 저승과 이승 사이 간이역을 운영한다.

소설의 핵심은 윌리스의 변화다. 생전 친절한 적도, 친구와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는 윌리스는 영혼이 되어서야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고 지난 과거를 후회하며, 휴고와 메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모습을 따뜻하게 변화시켜나간다. 그 변화의 과정을 위한 모든 대화들은 정말 세심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감정의 기복이 있더라도 그 뿌리를 잃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되찾은 윌리스는 떠나지 않고 버티려다가 흉측한 모습이 되어버린 영혼들을 구출할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차가운 남자의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휴고가 보여주는 '진심어린 공감'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되새기게 된다.

이런 류의 소설에서 '관리자'란 참 베일에 싸인 존재다. 자연적인 이치이자 신과 연결된 존재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온다. 공포로 영혼에게 겁을 주고 초능력을 사용하며, 어린아이다운 호기심(재밌어보이면 일단 놔두는)과 철저한 관리자로서의 감시 본능이 뒤섞여 기묘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 그를 어떻게든 설득해 저승의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마지막 1주일을 살아가는 윌리스는 어떤 심정일까? 그에게 어떤 축복이자 임무가 내려지는지 책을 보면서 확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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