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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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스릴러이면서도 기가막히게 현 사회의 문제를 잘 짜맞춰 스릴과 유머를 동시에 잡은 스토리.
파리의 에투알 무용수 스텔라 페르텐코가 자기 집 창문에서 떨어져 '사고사'에 의문을 품은 딸 루이즈가 전직 형사 마티아스의 병실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루이즈를 밀어내지만 결국 호기심과 내 힘으로 다시 수사를 시작한다는 쾌감 덕분에 루이즈를 도와 진짜 살인범을 찾아낸다. 안젤리크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은 제목도 그렇고, 스토리 중반에 그 사실이 이미 나와버리는 만큼 엄청난 스포가 되지는 않다. 다만 그 안젤리크가 어떻게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며 코로나로 쓰러진 재벌집 아들의 부모를 구워삶아 아들을 죽여놓고 그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속여 재벌집에 입성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욕심에 돌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생각보다 철두철미한 사람은 없고 실수로 남겨놓은(생각도 못한) 여지가 결국에는 어떤 식으로든 발목을 잡는다

세상의 '균형'을 알려주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이 서서히 성장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남의 행복을 빼앗아 내 행복에 붙여 덩치를 키웠을 때, 결국은 그 행복이 오래 가지고 못하고 도로 떨어져 나오면서 기존의 내 행복마저 피 흘리게 만들 수 있음을 이 스토리가 아주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루이즈가 참 딱했다.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이고 예술가적 기질과 무용을 그만둔다는 것에 대한 절망감 등에 사로잡힌, 피도 안 섞인 엄마 스텔라지만 자신에게 유일하게 사랑을 준 엄마라는 것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마티아스와 함께 수사를 하는 모습이 용감하면서도 짠했다. 어쨌든 자신의 엄마도 욕심이 없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남의 욕심때문에 살인을 당했고 사실 안젤리크가 살인한 것이 별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결말은 몰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마티아스와 루이즈가 틀어지는 부분이 약간은 어색했지만 마티아스의 더 힘겹고 고난 투성이인 추격전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넘어갈만 한 것 같다.

살인을 한다는 것은 정말 웬만한 정신으로는 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서 뉴스에 나타나는 연쇄 살인범들을 보면 왠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괴물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안젤리크는 그저 상류층이 되고 싶은 욕심많은 여자일 뿐이었는데 눈앞의 쉬운 성공과 이득을 위해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우리 주변에 사고처리된 사망사건 중에서도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 저지른 일일지 누가 알까. 다 모르는 일이다. 그 와중에 코로나로 병실이 포화상태인 설정에 전동킥보드로 질주하던 기자가 죽은(암살인 것 같다) 것, 베네치아가 사상 최대 밀물로 홍수가 나 거의 박살이 난 사건까지, 엄청나게 현실적인 부분들이 한번씩 튀어나와 놀랍기도 했고 작가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잘 못 본 것 같다. 독특하기도 하고, 현실성을 극대화해 독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프랑스인들이 묘사하는 프랑스인은 상류층에 대해 별 관심 없고 쿨하다고 들었는데, 내면에는 다 이런 욕망이 있는 것 아닐까 싶은 스토리였다. 파멸로 치닫는 막장이면서도 무대가 유럽이어서 신선했던 소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파리의 작은 아파트에서부터 베네치아의 대저택까지. 전혀 연관성없는 두 장소를 어떻게 인물들이 뛰어넘고, 찾아가고, 누리고, 벌을 받는지 보며 스펙타클하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어보이는 마티아스는 생각보다 순정파였다. 숨쉴틈 없는 서스펜스가 끝나고 왜 내가 그의 행복감에 공감하게 되는지 다른 독자들도 함께 웃음지으며 보게 되길 바란다. 수사 의뢰과 마티아스의 행복까지, 그 시작과 끝에는 루이즈가 있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고난을 겪더라도 어떻게든 세상을 사랑으로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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