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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각 - 굿즈에서 뮷즈까지, 국중박 기획자의 시선
김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9월
평점 :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나 보았던 ‘오픈런’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어나고, 국립박물관의 소장품을 활용한 문화상품 뮷즈를 쇼핑하러 20~30대들이 박물관에 몰려드는 상황을 만들어 낸 주역, 〈오늘의 감각〉(문학동네. 2026)은 오늘나의 국중박을 있게 한 기획자 김미경 본부장의 첫 책이다.
김미경 작가가 문화상품을 만든 지난 10여 년 동안 국중박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2025년 ‘뮷즈’의 연 매출액은 41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약 7배로 성장했다. 2026년에는 이미 상반기에 212억 원을 넘어,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BTS의 리더 RM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사러 갔다가 원하는 색이 다 팔려 그냥 돌아섰고, 신사임당의 〈조충도〉를 현대화한 나난 작가의 〈롱롱타임플라워 조충도 에디션〉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가 접속 지연되었다. 차가운 물이 닿으면 선비의 얼굴색이 붉게 변하는 〈취객선비 변색 잔〉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판매 수량 제한까지 두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캐릭터와 닮은 까치 호랑이 배지를 사려고 평소 1만 명이던 온라인 숍 방문자가 70만 명이 넘어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있었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 좋은 상품이 널렸는데 소비자들은 왜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유산에 열광하는 것일까?
p114 좋은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제품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이 물건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물건이라도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 ……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좋아하고 소비해도 괜찮다는 이유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p96 전시실 안의 유물 중 어떤 것은 형태의 아름다움 때문이든, 이야기의 힘 때문이든 시대를 넘어서는 감각 때문이든 자꾸만 밖으로 걸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유물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전시실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매력이나 의미를 끄집어내는 것, 상품기획자는 어쩌면 그런 가능성을 품은 유물을 먼저 알아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사람들에게 어떤 문화유산을 어떤 방식으로 건넬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김미경 작가는 웅진식품, 삼양사에서 오랜 시간 상품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해온, 소비자 심리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다. 김미경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유물이 지닌 철학과 문화를 더한 생활용품을 내놓고 있다. 과거 유물은 엄숙하게 감상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김미경 작가는 유물이 지닌 가치와 권위를 해치지 않으면서 책상 위에 놓인 단청 키보드, 거실 한쪽을 밝히는 석굴암 조명, 샤워 후 사용하는 곤룡포 비치타월 등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물로 재해석해 냈다.
“박물관 상품을 만드는 일이 과거를 닮은 물건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오래 남을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p250) 생각해 보면 박물관에 놓인 유물도 당시의 생활 오브제였다.(p19) 상품은 유물과 다르다. 유물은 원형 그대로 보존이 중요하지만, 상품은 현재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p211)
김미경의 〈오늘의 감각〉을 읽으면서 K-컬처에 기반한 국립박물관의 문화상품 뮷즈의 인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길게 이어질 문화 그 자체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유물이 지닌 스토리를 밝혀내고, 그것을 일상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p72 뮷즈가 지향하는 가치는 단순하다. 박물관 문화유산의 가치를 일상에서도 경험하게 하는 것, 그리고 박물관이 멀고 어려운 공간이 아니라 친근하고 즐거운 공간이라는 사실을 상품을 통해 전하는 것이다.
p168 일반적인 상품은 시장의 취향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문화유산을 활용한 상품은 이미 존재하는 가치와의 대화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다. 그 안에는 한 시대의 감각과 기술 누군가의 삶과 마음, 그리고 오랜 시간을 견뎌온 이유가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시에 무엇을 함부로 바꾸지 말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뮷즈는 과거와 현재, 유물과 생활 사이를 가장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의 감각〉에서는 좋은 상품이란 아름다움과 품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쓸모와 편리를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는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일을 김미경 작가가,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가 해내고 있다. 〈오늘의 감각〉에는 역사와 유물이라는 오래된 스토리가 가장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오늘의 감각’으로 변화하는 생생한 과정과 비법이 들어있다.
이 책은 박물관 기념 상품의 성공 신화를 늘어놓는 흔한 사례집이 아니다. 오래되고, 평범하고, 낡은 재료로 낯설고 매력적인 가치를 창조해 내야 하는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들이 꼭 읽어야 할 신개념 상품 창작서이다. 문화, 예술, 역사 관련자들에게는 문화유산이 일상에서 곁에 두고 즐기는 사물로 확장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실전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