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고슴도치 나무픽션 3
아사노 아쓰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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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스즈미는 소심하고 조심스럽고 약간 천연기념물 같은 여자아이로 불린다. 친구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스즈미가 말하는 게 좀 짜증난다.’고 수군거린다. 스즈미 역시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것이 두려워 특별하지 않으려, 튀어 보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원래 모습을 숨겨야 했고, 친구와 마음을 나누어 본 적이 없다.

 

내가 봤어요. 증거 사진도 찍었는데요?”

어느 날 스즈미는 학교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가, 성추행을 당한다. 치한에게 만지지 말아요!”라고 소리쳤지만, 치한은 오히려 내가 만졌다고? 언제? 증거 있어? 너 무고죄로 신고할 거야.”라며 협박한다. 스즈미가 어쩔 줄 몰라 할 때,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히로가 나타나 도와준다. “내가 봤어요. 증거 사진도 찍었는데요?” 그렇게 스즈미와 히로는 친구가 된다.

 

스즈미, 너 재미있다.”

히로는 눈빛이 굉장히 날카롭다. 난폭하게 느껴질 정도로 딱딱한 말투를 지녔다. 하지만 새를 좋아하는 스즈미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며, 환하게 웃는다.

스즈미, 너 재미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얌전하다거나, 조용한 성격이라는 말은 종종 들었으나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칭찬은 처음이다. 히로는 스즈미가 국어과제로 냈던 <숲의 왕국> 스토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도피하는 것도 괜찮아.”

히로가 아파서 결석한 날, 스즈미는 히로의 집으로 찾아간다. 히로는 언니를 돕다가 다리를 다쳤다. 히로는 집안의 자랑이었던 언니에게 병이 생기면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털어놓는다. 언니에 대한 괴로움에서 도피하기 위해 히로의 엄마가 청소에 집착하고 있다는 말도. 히로는 그런 엄마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러자 스즈미가 알려 준다.

도피하는 것도 괜찮아.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현실에 질식할지도 몰라. 피할 수 있으면 피해도 된다고 생각해.”

스즈미는 아빠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요리에 집착했던 엄마의 경우를 들어, 히로를 위로해 준다. 도피하는 것은 잠시 마음을 쉬는 거라고. 스즈미 덕분에 히로는 비로소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진짜 친구는 서로를 성장시켜 주는 사이

스즈미와 히로는 친구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한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을까 두려워 마음을 닫고 살았던 스즈미는 생각을 드러내는 용기를 낸다. 그리고 히로에게 했던 약속처럼 <숲의 왕국> 속편을 쓰기 시작한다. 히로는 스즈미의 도움으로 언니가 앓는 병의 원인이 되었던 사람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낸다.

 

혼자인 것이 두려운 친구들아!

진짜 친구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너희들에게 <때로는 고슴도치>를 추천할게. 같이 급식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학원에 간다고 진짜 친구는 아니야. 친구는 마음을 이해하고, 네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는 사람이란다. 그러니 무리 속에서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같이 점심을 먹을 친구가 없다, 노닥거릴 상대가 없다, SNS에 친구로 끼워 주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필요 없어. 같은 반 친구들이 쟤는 혼자야!”라고 낙인찍는 것에 흔들리지 마. 스즈미에게 히로가, 히로에게 스즈미가 나타난 것처럼 언젠가 진짜 친구가 내 곁에 서 있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렴. 네 마음에 딱 맞는 친구를 찾기 이전에, 네가 누군가에게 진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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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질문하는 사회 10
곽한영 지음, 오승민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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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좀 알아야 하고말고!

 

 

 

헌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살면서 헌법을 의식해 본 적이 없다. 헌법은 국가 운영의 가장 큰 뼈대가 되는 법이라는 상식 정도가 전부였다. , 헌법의 존재를 확인한 적이 한 번 있었구나!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면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했을 때, 헌법이 이렇게 큰 힘을 가진 거였구나. 싶었다.

<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나무를 심는 사람들)를 읽으면서 헌법이 생각보다 내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았다.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외 의무가 있는 것,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있는 것, 선거 때 투표를 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헌법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내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일들이 헌법이라는 거대한 규칙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민주 국가의 헌법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기본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

1. 우리나라 헌법은 생각보다 훨씬 긴 역사를 지녔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717일에 발효된 제헌헌법이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해방 후 복잡한 상황 때문에, 법을 만들 국회의원 선거가 1948510일에 있었고, 이들이 처음 모인 날짜가 1948531일이었다. 그럼 우리나라 헌법은 두 달여 만에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헌법은 일제강점기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사용한 임시헌장 10개 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해방이 될 때까지 다섯 번의 개헌 과정을 거쳤다.

임시 정부의 법을 기초로 만든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무척 앞서 있었다. 남녀에게 평등한 투표권을 주는 보통선거제도,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의무 교육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권을 1948년에 명시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앞서 있었던 영국이 1928, 그리스가 1952년에 보통 선거 제도를 명시했다. 미국이 흑인에게 투표권을 준 것이 1963, 스위스가 여성에게 투표를 허용한 해가 1971년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2. 대통령은 헌법상 두 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헌법 661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헌법 제 664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은 맞지만,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장과 동등한 위치를 지닌다. ,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은 국가 원수는 대통령이 맡는다. 그러니까 대통령이라고 해서 국회나 법원에 명령을 내리고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행정부의 가장 높은 사람으로서 행정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통솔할 권한을 지닌다. 그러니까 대통령은 왕이나 독재자처럼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힘을 지닌 것은 아니다. 민주 국가에서 권력은 분립되어 있고, 그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러니 국민이 대통령보다 높다!

 

3.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현행 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헌법 제441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은 여러 잘못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헌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했고, 당연히 국회의원들은 반대했다. 그러자 이승만 대통령은 군인들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이 탄 통근버스를 헌병대로 끌고 가 강제 협박을 했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엉터리 개헌안을 통과시켜 대통령 연임에 성공한다.

이후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체포도 안 되고, 체포되었더라도 풀려날 수 있는 헌법 조항이 생겼다. 국회의원이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불체포 특권을 준 것이다. 국회의원 개인에게 준 선물같은 특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를 악용해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감옥에 안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에게 불체포 특권을 주는 것은 국회의원 개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회를 보호해서 국민의 의사가 잘 전달되게 하려는 목적이다.

 

어른이 먼저 알아야 할 헌법

원래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인데, 부모님들이 먼저 읽었으면 좋겠다.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라 어른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헌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던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40개의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서너 페이지 정도라 읽기에 부담이 없다. ‘책 좀 읽는 엄마인 나는 한나절에 다 읽었고, 책 읽기 싫어하는 우리 집 고딩도 삼 일에 읽었다,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법 관련 내용이 대부분 헌법에 관한 것이니 사회과목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좀 읽은 초등 고학년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내용이다. 대학에서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법을 가르치는 저자가 작정하고 쉽게 써주셨다. 법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금세 읽기는 처음이다. 질문 내용이 목차 그대로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은?’, ‘교육의 권리를 포기하면 학교에 안 가도 될까?’, ‘헌법을 어겨도 감옥에 갈까?’ 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흥미로운 답변이 있다. <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를 읽다 보면 헌법이 이렇게 쉬운 거였어?’ 싶어진다. 이 책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무엇을 하는지, 헌법재판소의 역할, 감사원이 하는 일을 헌법에 정의된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삼권분립, 삼심제도 같은 개념이 한 방에 정리된다.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 폐지, 미란다 사건 같은 헌법의 재미있는 역사를 알 수 있는 건 덤!

헌법을 조금 알고 나니, 내가 사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인지 조금 감이 잡힌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고,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며,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주는 나라였다. 이걸 이제 깨닫다니! 그러니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성과 교양을 추구하는 시민이라면, <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에 나오는 정도의 헌법은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었으니, 오늘부터 헌법을 좀 아는 지성과 교양을 갖춘 민주시민이다! 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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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질문하는 사회 10
곽한영 지음, 오승민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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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좀 알아야 하고말고!

 

 

 

헌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살면서 헌법을 의식해 본 적이 없다. 헌법은 국가 운영의 가장 큰 뼈대가 되는 법이라는 상식 정도가 전부였다. , 헌법의 존재를 확인한 적이 한 번 있었구나!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면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했을 때, 헌법이 이렇게 큰 힘을 가진 거였구나. 싶었다.

<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나무를 심는 사람들)를 읽으면서 헌법이 생각보다 내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았다.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외 의무가 있는 것,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있는 것, 선거 때 투표를 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헌법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내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일들이 헌법이라는 거대한 규칙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민주 국가의 헌법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기본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

1. 우리나라 헌법은 생각보다 훨씬 긴 역사를 지녔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717일에 발효된 제헌헌법이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해방 후 복잡한 상황 때문에, 법을 만들 국회의원 선거가 1948510일에 있었고, 이들이 처음 모인 날짜가 1948531일이었다. 그럼 우리나라 헌법은 두 달여 만에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헌법은 일제강점기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사용한 임시헌장 10개 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해방이 될 때까지 다섯 번의 개헌 과정을 거쳤다.

임시 정부의 법을 기초로 만든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무척 앞서 있었다. 남녀에게 평등한 투표권을 주는 보통선거제도,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의무 교육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권을 1948년에 명시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앞서 있었던 영국이 1928, 그리스가 1952년에 보통 선거 제도를 명시했다. 미국이 흑인에게 투표권을 준 것이 1963, 스위스가 여성에게 투표를 허용한 해가 1971년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2. 대통령은 헌법상 두 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헌법 661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헌법 제 664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은 맞지만,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장과 동등한 위치를 지닌다. ,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은 국가 원수는 대통령이 맡는다. 그러니까 대통령이라고 해서 국회나 법원에 명령을 내리고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행정부의 가장 높은 사람으로서 행정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통솔할 권한을 지닌다. 그러니까 대통령은 왕이나 독재자처럼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힘을 지닌 것은 아니다. 민주 국가에서 권력은 분립되어 있고, 그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러니 국민이 대통령보다 높다!

 

3.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현행 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헌법 제441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은 여러 잘못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헌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했고, 당연히 국회의원들은 반대했다. 그러자 이승만 대통령은 군인들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이 탄 통근버스를 헌병대로 끌고 가 강제 협박을 했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엉터리 개헌안을 통과시켜 대통령 연임에 성공한다.

이후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체포도 안 되고, 체포되었더라도 풀려날 수 있는 헌법 조항이 생겼다. 국회의원이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불체포 특권을 준 것이다. 국회의원 개인에게 준 선물같은 특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를 악용해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감옥에 안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에게 불체포 특권을 주는 것은 국회의원 개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회를 보호해서 국민의 의사가 잘 전달되게 하려는 목적이다.

 

어른이 먼저 알아야 할 헌법

원래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질문하는 사회 시리즈인데, 부모님들이 먼저 읽었으면 좋겠다.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라 어른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헌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던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40개의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서너 페이지 정도라 읽기에 부담이 없다. ‘책 좀 읽는 엄마인 나는 한나절에 다 읽었고, 책 읽기 싫어하는 우리 집 고딩도 삼 일에 읽었다,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법 관련 내용이 대부분 헌법에 관한 것이니 사회과목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좀 읽은 초등 고학년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내용이다. 대학에서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법을 가르치는 저자가 작정하고 쉽게 써주셨다. 법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금세 읽기는 처음이다. 질문 내용이 목차 그대로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은?’, ‘교육의 권리를 포기하면 학교에 안 가도 될까?’, ‘헌법을 어겨도 감옥에 갈까?’ 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흥미로운 답변이 있다. <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를 읽다 보면 헌법이 이렇게 쉬운 거였어?’ 싶어진다. 이 책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무엇을 하는지, 헌법재판소의 역할, 감사원이 하는 일을 헌법에 정의된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삼권분립, 삼심제도 같은 개념이 한 방에 정리된다.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 폐지, 미란다 사건 같은 헌법의 재미있는 역사를 알 수 있는 건 덤!

헌법을 조금 알고 나니, 내가 사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인지 조금 감이 잡힌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고,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며,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주는 나라였다. 이걸 이제 깨닫다니! 그러니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성과 교양을 추구하는 시민이라면, <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에 나오는 정도의 헌법은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었으니, 오늘부터 헌법을 좀 아는 지성과 교양을 갖춘 민주시민이다! 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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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헌법은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질문하는 사회 10
곽한영 지음, 오승민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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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알고 있지만, 설명하지 못했던 어른이 먼저 읽어야 할 청소년책, 사회 교과를 공부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읽는 헌법 개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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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 박혜란의 창의적인 아이 키우기 박혜란 자녀교육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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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쯤 서울대 재학생이라던 신인가수가 실크블라우스를 입고 나와서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날 선 목소리로 노래를 했다. 그 가수가 40대가 되면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따뜻하게 읊조릴 때 그가 좋은 가수, 아니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달팽이> <다행이다> <말하는대로> 등을 부른 뮤지션 이적이다.

얼마 전  이적 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우리 엄마는 저를 애가 아니라 독립적인 어른으로 존중해주었어요.” 이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는 안다. 아이를 어른으로 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아이를 어른으로 대하려면 잔소리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아야 하며, ‘엄마가 살아보니까를 들이대며 참견하고 싶은 수많은 일들을 아이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가수 이적을 비롯한 세 아들을 건축가, 드라마감독으로 키워낸 여성학자 박혜란의 신간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을 읽었다. 박혜란의 전작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에서 꽤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는 일찍이 아이가 원하는 과목만 최소한의 사교육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공부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은 소신 있는 엄마다. 학습(學習)이란 배우고 익히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서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익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사실 이것은 아들이 학원가기 싫다며 거부하기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허접한 소신이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둔 친구나, 동네 엄마들을 만나고 나면 불안이 엄습해 온다. 내가 공부는 자기 스스로 하는 거지 뭐. 박혜란 선생은 고3 아들을 두고 혼자 중국으로 공부하러 갔대. 그런데도 아들이 서울대학 들어갔어.” 그러면 한 친구가 혀를 끌끌 찬다. “그건 박혜란 선생 아들이지, 네 아들이 아니야. 너처럼 사교육 안 시키고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거야. 요즘 우리 딸은 시간이 없어서 토요일, 일요일 밤 10시에 과학 과외를 하고 있어.”

 

결국 문제는 언제나 부모의 불안감이다. 모든 아이들은 다 나름의 적성이 있고 맘속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걸 언제 드러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이에게 왜 너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냐, 누구는 벌써 진로를 정했다는데 넌 이미 뒤떨어져도 한참 뒤졌다고 닦달하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초조한 상태에서 자꾸 독촉을 받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를 잃게 된다. 스스로가 나는 공부도 못하는 데다 꿈도 없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감을 잃게 된다.” -----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P58

 

혼자 숟가락질을 하려는 아이에게 먹는 것보다 흘리는 게 더 많다면서 떠먹여 주고, 혼자 걷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기회도 주지 않고 냉큼 달려가 일으켜 주고, 학교에 갖고 갈 준비물을 챙겨 주고 숙제를 대신해주고, 심지어 대학생 자식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고, 취업면접장에 따라가는 부모들이 있단다. 한마디로 과잉육아다. 부모가 자기 인생 살 생각을 하지 않고 성인이 됐는데도 아이에게 올인하면 자기 인생을 빼앗긴 아이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나?” ----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P73

 

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아이와 부딪치면 마음이 급해지고, 초조해 진다. ‘학원 안 다닐 거면 혼자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냐? 벌써 두 시간째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어?’ 아들을 보는 내 가슴은 화산 폭발 일보 직전이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어떻게 놀기만 하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하고 견딜 수 있었는지, 그 내공은 어디서 오는지를. 내공이 있어서 잔소리를 안 했던 게 아니다. 잔소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 공부는 스스로 해야 잘할 수 있다는 오래되고 간단한 상식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고, 둘째 나 공부하기도 바빠 아이들 공부까지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흔 살에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하면서) 밥과 빨래를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건 눈길도 안주고 나 혼자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아이들이 슬금슬금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처음에는 엄마는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냐며 말을 붙이다가 내가 건성건성 대답하면서 책에 코를 박으면 아이들도 각자 아무 책이라도 가져와서 들춰보는 것이 우리 집 저녁 일상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엄마가 책에 몰입한 것이 예기치 않게 아이들을 공부로 이끈 셈이다.” --------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P222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대해주는 방법이 이런 것이구나! 대놓고 가르치려고 들지 않고, 엄마인 내 생각에 맞추려고 하지 않는 것. 아이 인생에 끼어들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 하지 않고, 엄마 자신의 인생을 살되, 아이가 따라할 수 있도록 먼저 실행하는 것.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도록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것!

 

아이들만 바라보고 있으면 초조해지는 건 당연하다. 엄마가 보는 아이들은 아이들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이기 때문이다. 지금 저렇게 놀기만 하면 좋은 학교 못 갈 거고 그러면 좋은 직장도 못 얻을 거고. 잔소리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진짜라면 아이들을 안 보고 있으면 된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말되 아이들에게 고정되어 있는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과연 잔소리할 거리가 하나도 없나 냉정하게 따져보았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3, 40대인 나는 앞으로 긴 인생을 아이들 뒷바라지하는 것 이외에 무슨 일로 채워 나갈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좋겠다.” --------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P225

 

부모가 잘 웃고 긍정적이며 자존감이 높고 남을 배려하며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라면 부모가 일부러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그 자녀는 행복이 뭔지 알기 전에 이미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나는 비록 운이 나빠서 행복하게 살지 못했지만 너만은 행복하게 살아야 해.’ 이처럼 무리한 주문이 또 어디 있을까. 나와 가장 가까운 엄마가 행복하지 않다는데 아이가 무슨 수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단 말인가. 행복이 어떤 건지 도대체 누굴 보고 배우라는 말인가.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P244

 

언젠가 만났던 이웃 엄마는 아주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원하던 대학이 아닌 이름 모를 지방대학에 가면서 온 집안이 불행해졌다고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매월 수백만 원의 학원비, 과외비를 대느라 자신은 옷 한 벌 제대로 해 입지 못했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이제 둘째에게 희망을 걸어볼 거라고 했다.

 

내 아이가 행복하기 살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아이에게 무얼 해줄까 공연히 머리 쓸 필요 없이 먼저 엄마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엄마가 할 일은 그저 아이에게 행복한 엄마를 보여주는 것이다. 행복한 엄마가 되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법이 있다. 아이에 대한 내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네가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할 거다라는 생각 대신 네가 있기에 나는 지금도 행복하다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P245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를 읽은 나는 아이의 학교 성적을 내 인생의 성적표라 여기며 살지는 않겠다. 아이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며, 아이를 성숙한 인격체로 대하려 노력하겠다. 미래를 위한 자산은 돈이나 학벌이 아니라 자율성과 창의성이라는 박혜란의 말을 믿으며 아이의 성장을 기다릴 것이다.

나의 아들아,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를 읽으면서 엄마는 박혜란 선생 같은 창의적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러니 너는 뮤지션 이적처럼 잘 자라주기만 하면 된다! 어때, 아주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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