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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나라 사람들은 판단하길 좋아하고 참견하길 즐긴다. 덕분에 나도 꽤나 들어봤다.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좀 더 어려서는 "전 아내가 필요해요"라고 답을 하였으며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에는 "제가 뭐가 아쉬워서요?"라고 답을 하였는데
어느 쪽도 효과가 상당히 좋다.
가끔 저 정도로는 상대가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을 맞딱드리기도 하는데
(대체로 여자들은 나를 부러워하기 때문에 저런 소리를 잘 하지 않는데, 가끔 본인의 삶에 자부심을 가진 -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과 가정을 모두 잘 챙긴 - 여자 윗사람의 경우 위의 대답들은 소용이 없다)
그 때는 비장의 무기를 쓴다.
"전 추석에 시댁가서 전부치는 것보다는 하와이가서 서핑하는게 좋아요."
쉽지 않을 것 같은 상대도 "시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틈을 드러내기 때문에 난 그냥 철없이 활짝 웃으며 자리를 피한다.
뭐 마흔이 넘으면서 그 질문도 없어져서, (할만한 사람들은 이미 내 답을 듣기도 한지라) 좀 편해지기는 했다.
난 내 삶의 형태가 남들과 같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 행복해졌다. 그래서 그 다른 종류의 삶을 즐기면서 사는, 또 그래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책으로 알리는 저자들이 너무나도 반갑다.
참....이 책을 보면서 내가 내 첫집으로 이사하면서 너무나 갖고 싶어했던 무지의 테이블, 의자세트를 발견. 내가 한 고민을 고스란히 한 저자들과 그럼에도 선택하고 만족해하는 저자들을 보면서 급 부러워졌다.
그 어정쩡한 높이는.....우리네 체형에 딱 맞추기 위함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