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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살아야 할 이유
매트 헤이그 지음, 강수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살아야_할_이유 #우울증에_대한 #늦은 #이해
이 책을 시작하고 그가 꿈에 나왔다.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나의 남편.
그에게도 조짐이 있었다. 목적지향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던 당시의 내가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물론 그걸 이해하기에는 그도 나도 너무 어렸다. 그저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옆에서 걱정하고 병원을 가자고 설득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어찌저찌 우울의 시기를 넘어가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기에, 나는 그 일을 잊었다. 우울증이 그저 그렇게 감기처럼 지나가 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그가 사라져버렸다. 영원히.
난 이해를 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상처 받고 무너져 버릴 수도 없었다. 아니 무너지는 방법을 몰랐다. 숨가쁘게 서둘러 삶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정상"적인 삶으로 빨리 복귀할 수 있을지만 궁리하며 발버둥쳤다. 그렇게 애도도 회복도 하지 못한채로 상처를 방치하고 저 깊은 곳으로 숨겨버렸다.
그 상처 위로 시간을 겹겹이 쌓아가면서 괜찮아진 줄 알았다. 불면도 불안도 그냥 성공을 갈망하는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울감이 밀려왔다. 혼자 바다같은 절망, 우울, 불안 속으로 쑥 빨려들어가는 순간, 그제서야 나는 우울증이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그렇게 나는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남편을 이해했다.
이제는 괜찮다.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우울증과 영원한 이별을 하는 방법 따위는 없다. 우울, 불안, 절망과 같은 감정들은 삶의 어느 순간 또 불쑥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읽는다. 좀 더 이해하고, 직면하고, 살아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