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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난 베스트셀러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우선 베스트셀러는 지금 잘 팔리고 있다는 증거일 뿐 그 글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무리에 휩쓸려다는 것을 싫어하는 성질머리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게는 베스트셀러가 흥미를 끌어도 조금 기다려 유행이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그 책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제서야 구입하는 편이다.
이 책이 나왔을 때도 그럴 계획이었다. 김영하씨 글은 한 편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알쓸신잡"을 통해 비춰진 그는 매력적이었다. 박학다식하면서도 잘난척하지 않는, 언변이 뛰어나면서도 선동하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너무 무겁지 않을 것 같은 "여행의 이유"라니 냉큼 장바구니에 주워담았다. 하지만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기도 했고, 평상시 나의 습관도 있으니 구매는 뒤로 미루고, 여행의 이유는 언제나처럼 장바구니에서 시간을 기다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생에는 늘 변수가 있기 마련. 구매가 아니라 선물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 아담한 책이 손에 들어오자 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을 사는 순서대로 읽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끌리는 녀석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잘 읽힌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런 순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다. 마치 여행이 매번 다른 것처럼.
저자는 여행의 찰나들을 통해 여행의 본질을 사유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내가 왜 그리 여행을 갈구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덤으로 나 역시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여행에 관한 글이 꼭 여행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여행이 유발한 사유를 기록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전에 완독을 실패한 "여행의 기술"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이의 다른 사유가 비로소 궁금해졌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