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 하루 60끼, 몸무게 27kg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전해 주는 삶의 메시지!
리지 벨라스케스 지음, 김정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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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리지 벨라스케스 지음, 김정우 옮김


>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표지. 웃고 있는 리지.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요구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 살아왔다 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나 현재에나 사람들은 항상 추한 것보다는 아름다운 것을 더 높이 평가해왔고 아름다워지고자 했고 아름다운 것에 휘둘려 왔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역사는 바뀌었을 거라는 말처럼 빼어난 미인들은 역사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지체 높은 귀족들은 더욱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가채를 높이 올리고 허리는 한껏 조이고 가슴을 한껏 부풀려 자신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더욱 극대화(혹은 탈피)하려고 했다.

 

현대에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맡는 것은 거의 항상 미끈하게 잘생긴 남자와 그림처럼 예쁜 여자이다. 이들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배역 또한 ‘훈훈’한 이목구비의 소유자들이다. TV에서는 뷰티 팁을 전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이고 여배우들은 어떤 식으로 자신이 몸매와 얼굴을 가꿔왔는지 알려준다. 인터넷에선 연예인이 바른 화장품이나 입은 옷이 예뻐 보인다며 어디 제품인지를 묻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등학생들은 이미 대학생 못지않게 출중한 메이크업 실력을 자랑하고 졸업 선물로 성형을 한다. 낮으면 높이면 되고, 작으면 키우면 되고, 넓으면 깎으면 된다. 성형으로 되지 않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병원에 다녀오면 얼굴이 확확들 바뀐다. 물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못생긴 사람의 외모를 개그소재 삼아 희화화하고 마치 외모가 아름다운 것이 그 밖의 모든 가치 위에 있는 것 마냥 칭송하는 현실은 사실 좀 아름다움에 대한 병적인 집착 같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쓴 리지는 바로 이러한 시대의 한가운데 있었다. 평범하고 흔한 외모인 사람들마저도 때때로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며 우울해하는 시대, 예쁜 것은 추앙받고 추한 것은 손가락질 받는 그런 시대에 말이다. 나도 책 표지의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좀 놀랐다. 가시처럼 앙상한 팔과 살이 없어 홀쭉한 얼굴이 24살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빈말로라도 예쁘다곤 할 수 없는 그녀가 슈퍼모델처럼 허리에 손을 얹고 멋지게 포즈를 취한 모습과 우울하고 찡그린 얼굴이 아닌 화사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노라니 책을 읽기도 전부터 리지의 강한 의지가 전해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 볼테면 보세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지만, 웃는 얼굴은 다른 사람 못지않답니다.’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때문에 책을 읽다가 리지의 이모가 붙여주었다는 ‘햇살’이라는 별명을 보았을 때 그 별명이 리지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 0.9kg의 작은 아기로 태어난 리지.   

 

사실 인형처럼 작은 0.9kg의 아기로 태어났을 때부터 그녀의 삶이 남들과 다르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양수가 하나도 없는 자궁 속에서,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난, 그러나 의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던 그 아기. 겨우 생명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도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외모 때문에 성장 과정 속에서 많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작고 마른 그녀를 향한 아이들의 솔직한, 그러나 잔인한 말들이 조그만 가슴에 얼마나 아프게 와 닿았을지 나는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리지는 지난 일들을 차분하게 돌이켜보며 그때의 아픔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몇 줄의 글로는 도저히 리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이 대신해줄 수도 없던, 오롯이 리지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학교에서의 따가운 시선들... 다행히 리지의 곁에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눈물을 닦고 힘을 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마 그때의 상처들은 아문 흉터를 남긴 채 평생 리지의 마음 속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는 리지의 태도는 너무나 차분하고 성숙해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리지가 24살의 풋풋한 아가씨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곤 했다. 24살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를 생각하니 온통 철부지 같은 모습들 뿐이어서 그녀가 더 성숙해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리지가 마치 성인(聖人)처럼 처음부터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 또한 좌절했고 분노했고 자기를 부정했다. 남들과 다르게 태어나야만 했던 현실을 원망했고 앞으로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절망했다. 그런 고통 속에서 그녀가 하나님을 대했던 방식은 나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공감도 갔다. 자신이 원하는 일들만 이뤄지길 바라며, 원하는 것에 대해 기도를 하며 일방적으로 소통하려 했다고 자신은 하나님을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로 여겼다고 하는 리지를 보면서 나 또한 하나님과 소통하려는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언제나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갈구하며 내 주위의 곤란한 상황을 하나님께서 해결해주시길 바라며 또 산타처럼 나에게 선물을 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했기에 리지의 ‘산타클로스’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했던 것이다.


> 하나님을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로 생각했었다는 리지의 이야기.


그러나 남들이 좌절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뼈아픈 과정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털어놓고,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애쓰며, 자신을 조롱한 사람들에게 같은 적대감과 혐오를 그대로 돌려주기 보다는 ‘용서’를 통해 오히려 자신의 인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리지의 태도는 20대 아가씨라기보다는 오랜 인생을 살고 삶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의 것 같아보였다. 어쩌면 그녀의 24살 인생은, 평범한 사람들의 24살보다 정말 길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평생 한 번 들을까 말까한 모욕적인 말들을 수없이 읽고 들어야 했던 그녀이기에... 그런 날의 하루는 아마도 무척 길었을 것이다.

 

한편 리지가 이렇게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그녀의 신앙과 신념 뿐 아니라 부모님과 친구들의 사랑과 격려도 많은 역할을 했다. 리지의 부모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의사들을 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리지의 기록이 될 일기를 쓰면서 그 누구보다 커다란 사랑을 쏟았다. ‘만약에’라는 부정적인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어머니와 리지를 웃겨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며 리지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을 향해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을 했던 아버지. 이 두 사람이 리지의 인생을 보다 긍정적이고 반짝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리지의 모습에 개의치 않고 든든하게 맞잡은 손이 되어주던 친구들- 리지가 이들을 3F라고 언급하며 인생의 귀한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면도날과도 같은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로 자신을 찔러대고 있을 때에도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존재들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리지는 특별히 좋은 친구를 만드는 법에 대해 언급하며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친구에게 기대하는 것을 먼저 갖추라고 말한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면 상대방도 역시 내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 원인을 바깥에서 찾고 누군가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해보라던 리지의 말과도 어느 정도 통하는 말이어서 세상을 대하는 그녀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지는 책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아닌 타인이 결정하도록 두지 말라고. 타인이 마음껏 휘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고. 그녀 스스로도 아직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시인하며 그러나 타인의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을수록 점점 더 행복해졌음을 강조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것을 권한다. 외모와는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며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동안 걸핏하면 환경을 탓하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불평하던 나에게 큰 부끄러움과 깨달음, 그리고 감사를 주었다. 결국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지레 겁먹고 주눅들기도 하고 때로는 실체없는 망상에 빠져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 별명과 꼭 어울리는 '햇살' 같은 리지의 미소.

  

리지는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자신의 소망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다. 나도 리지의 책을 읽고 나에게 주어진 감사한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내가 그동안 얼마나 복에 겨웠던 욕심 많은 사람인가를 느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리지를 따라서 내가 감사한 것들의 목록을 하나씩 적어보기로 했다. 어쩐지 우울해지거나 남과 비교해 초라한 내가 보일 때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화나고 짜증날 때 리지처럼 한 번씩 읽어볼 생각이다. 나에게 2014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책으로 다가온 리지의 작은 선물이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없는 축복과 희망으로 다가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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