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실험 생중계
덕 빌헬름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왕따. 내가 초등학교 때에도 쓰이던 말이다. 반에서 겉돌거나 다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를 가리키는 이 말이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매우 고약한 말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나는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폭력이 동반되는 흉악한(!) 수준의 왕따는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지만, 누군가 특정한 1인을 향한 반의 미묘한 기류와 적대적인 시선, 그리고 언어적인 폭력 등을 목격한 적은 있다. 그때 아마 나는 무기력한 방관자였던 것 같다. 따돌리고 무시하는 데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그 아이의 뒷이야기를 그저 듣고만 있었고, 그 아이가 말을 걸어오면 대답은 했지만 구태여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아서 아이들은 금새 누군가를 헐뜯고 손가락질하는 것에 흥미를 잃었지만 아마 그 희생양이 되었던 아이는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를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 또한 가해자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도 하고 그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한번 '찍히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폭력과 따돌림. 그러나 이 다클랜드 속 따돌림의 굴레에 간섭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왕따로 인해 괴로움을 겪던 중학교 1학년 학생 러셀, 엘리엇과 카탈리나는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로 마음 먹고 학교 메일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폭로한다. 그리고 이에 뜻밖의 많은 경험자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이러한 왕따가 학생들 소수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따라서 근본적이고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한 일임이 밝혀진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으로 인해 일이 커지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교장 선생이 이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누구나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못생겨서, 돈이 없어서, 뚱뚱해서- 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다 비슷비슷한 아이들이다. 지금은 가해자이지만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단순명료한 사실을 가해학생들, 그리고 왕따를 보면서도 못본 척하는 방관자들이 머리로 마음으로 알기만 해도 왕따로 인한 피해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사실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피해학생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비교적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왕따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이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 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피해학생들이 지금과 같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향이 아닌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자신의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선생님, 부모님과 같이 가장 가까운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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