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라면 고찰
나는 라면을 3가지로 분류한다 기본라면, 특수라면 그리고 국물이 없는 라면 이렇게 말이다. 기본라면은 한국라면의 가장 기본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라면들이다. 신라면, 진라면, 삼양라면, 안성탕면, 우육탕, 새우탕 등이 포함된다. 특수라면은 최근에 나온 라면들이 많다. 진짬뽕, 진짜장, 맛짬뽕, 생생우동 등 뭔가 더 들어가있는 라면들이다. 국물없는 라면은 말 그대로 국물이 없는 라면이다. 간짬뽕, 팔도비빔변, 볶이 시리즈 등이다.
끓이는 방법은 모두 비슷하다. 최대한 설명대로 끓이는데 시간은 잘 안맞춘다. 면이 끓여진 상태를 보고 불을 끈다. 투입하는 재료는 조금 차별을 두지만 다시마 조각넣기, 대파, 팽이버섯은 국물 있는 모든 라면에 넣는다. 계란, 콩나물은 기본라면에만 넣는다. 절대로 특수라면에 넣지 않는다.
다시마는 물이 끓기 전부터 넣는다. 대파와 팽이버섯은 다 끓고 난후에 마지막으로 올린다. 특히 팽이버섯은 이래야 향과 아삭한 식감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계란은 아직 잘 익히지 못한다. 항상 추구하는 계란은 반숙보다 조금 더 익어서 쫄깃한 노른자를 유지하는 상태이다. 이 상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타이밍에 계란을 넣어본다. 실패가 많지만 계속 발전하리라 믿는다.
라면을 끓일땐 긴 나무 젓가락을 애용한다. 면의 탱탱함을 잘 조절할 수 있고 불에 가까이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릇은 은색 스테인리스를 사용한다. 깔끔하고 반짝이는 그릇은 뭔가 음식을 더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라면을 먹을땐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짜기 때문이다. 기본라면에 계란을 풀었을때는 김치가 땡기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자제하려고 한다. 김치를 자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끓인 라면 자체의 맛만 느껴보려는 의도도 있다. 김치는 향과 맛이 강하기 때문에 금방 라면 특유의 맛을 덮어버린다.
사람들은 라면과 찬밥이 어울린다고 말한다. 나는 찬밥과 따듯한밥 둘과 라면의 미묘한 관계를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따듯한 밥도 그냥 먹는다. 뭐랑 먹든 내 혀엔 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