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기계도 사람도 동물도 말이다. 소리도 남겨진 흔적이다. 자동차는 소리와 타이어 자국, 매연, 흐른 기름으로 흔적을 남긴다. 사람은 목소리, 쓰레기, 건물 등 많은 것으로 흔적을 남긴다. 흔적들은 모여서 풍경을 이룬다. 소리는 필멸자다. 소리는 건물이나 눈으로 볼 수 있는 흔적처럼 남아있지 않다. 발생 순간이 사라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리는 순수하게 발생당시 순간만을 간직한다. 소리풍경도 마찬가지다. 어릴때 부르던 노래나 듣던 음악을 들으면 향수에 잠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소리가 가진 특성 때문일 것이다. 지금 들리는 모든 소리풍경은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듣는 소리이다. 이어폰을 잠시 빼고 내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주변 소리풍경을 귀로 기록해보자. 오늘의 소리는 영원히 오늘로만 남을 것이다